[칼럼]경차 환급금 20만원의 비밀

입력 2017-03-03 08:42  


 벌써 9년 전의 일이다. 2008년 1월 정부는 지방세법을 개정해 배기량별 5단계였던 자동차세금을 3단계로 축소했다. 현재 배기량 1,000㏄ 이하(80원), 1,600㏄ 이하(140원), 1,600㏄ 초과(200원) 기준이 생겨난 배경이다(비영업용 기준). 

 당시 개정의 배경은 2012년 발효된 한미 FTA 협정의 전제 조건이었다. 국내에서 판매되는 대부분의 미국산 자동차 배기량이 2,000㏄를 넘는 만큼 상대적으로 큰 차의 경제적 부담을 낮추라는 미국 요구를 수용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자동차세 3단계는 도입과 함께 자치단체의 거센 반발을 불러왔다. 국가 차원의 FTA를 추진하면서 어쩔 수 없이 자치단체의 주요 세원인 자동차세를 건드릴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특히 3단계 축소는 상대적으로 배기량이 큰 중대형차의 자동차세를 낮추는 방안이었으니 자치단체의 불만은 충분히 예상됐다. 

 그러자 정부는 자치단체 세원 보전을 위해 자동차용 기름 세금을 올렸다. 기름에 포함된 세금 항목 가운데 교통에너지환경세에 포함된 주행세율을 인상해 자치단체의 세수 부족분을 보전해줬다. 주행세는 수익자-원인자 부담 원칙의 세금으로 자동차 운행자에게 세금을 걷어 여러 사람에게 필요한 환경오염개선, 교통사고 방지 및 교통 혼잡 완화 등에 쓰이는 세금이다. 대표적으로 화물차 유가보조금의 세원이 바로 주행세다. 따라서 주행세를 통해 확보한 세금으로 중대형 자동차세의 감소분을 보전했다. 

 하지만 주행세율을 높이니 이번에는 또 다른 문제가 제기됐다. 자동차세 3단계 축소와 전혀 무관한 배기량 1,000㏄ 미만의 경차 소유자는 오히려 기름 값 부담만 늘어났다. 중대형차는 그나마 자동차세라도 줄었지만 경차는 자동차세를 그대로 내면서 기름 비용만 증가하는 일이 나타났다. 이를 두고 경차 보유자들의 원성이 높아지자 정부가 꺼내든 카드가 바로 경차 유류세 환급이다.  

 그러나 정작 시행의 뚜껑을 열자 반응은 싸늘했다. 연간 10만원, 월 8,000원 정도의 환급을 받기 위해 유류전용 구매카드를 발급받아야 했고, 대상자도 세대별 경승용차와 경상용차 각 1대씩에만 해당이 됐다. 국세청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제도 시행 첫 해인 2009년 전체 환급액은 120억원에 불과했는데, 91만대 중 12만대만 신청해 환급을 받았을 뿐 나머지는 유지됐다. 그러자 정부는 혜택 기간을 2012년 말까지 연장했고, 기한 만료 시점이 다가오면 또 다시 연장해 지금에 이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마치 할인점의 '1+1'처럼 환급액도 '10만원+10만원'이 등장했다. 환급액을 20만원으로 높이면 환급 의지가 늘어날 수 있고, 환급을 위해 적립해 둔 충당금도 소진하겠다는 의지다. 그리고 대책의 명분은 '저소득서민 지원'으로 규정하며 생색(?)을 냈다.

 환급액이 올랐으니 해당자의 유류구매 전용 카드 신청도 늘어날 것은 분명해 보인다. 하지만 엄밀하게는 돌려받아야 할 돈을 받는 것일 뿐 그리 생색까지 낼 사안은 아니라는 시각이 많다. 상대적으로 배기량이 큰 차는 이미 자동차세 혜택을 꾸준히 보고 있어서다. 어쩌면 경차 유류세 환급액 20만원은 중대형차의 세금 혜택에 비해 여전히 턱 없이 부족할 수도 있으니 말이다. 

 권용주 편집장 soo4195@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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