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그랜저 3.3ℓ 가솔린을 부활시켰다. 경쟁차종인 기아차 K7에 대항하는 동시에 상위 차급으로의 고급화 전략을 추구한다는 계산이다.
3일 현대차에 따르면 신형 그랜저는 3.3ℓ 가솔린 엔진을 탑재해 상품성을 높였다. 지난 2014년 11월 아슬란을 출시하며 그랜저 최고급 트림에는 3.0ℓ, 아슬란에는 3.3ℓ 엔진을 채택해 차급을 구별했지만 그 경계를 허문 것. 이에 따라 현대차가 사실상 그랜저를 아슬란과 동급의 고급차로 격상한 것으로 해석된다.
배경에는 현대차 플래그십인 아슬란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아슬란은 국내 전용 차종으로 수입 세단 및 준대형 고급차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출시됐다. 하지만 2015년 한 해 동안 8,629대를 내보냈고, 그나마 2016년에는 74.0% 하락한 2,246대에 그쳤다. 올 2월엔 단 25대만이 판매됐다.
반면 그 사이 경쟁차종인 기아차 K7은 2015년 2만805대, 2016년엔 5만6,060대를 내보내며 세를 확장했다. 아슬란이 방어하지 못한 준대형 고급차 시장에 구멍이 뚫린 것. 이에 현대차는 K7과 동일한 플랫폼에 3.3ℓ 엔진과 8단 자동변속기, 현대 스마트 센스 등의 상품성을 확보한 그랜저를 전면에 내세우며 전방위 공격에 나섰다.
이틑 그랜저를 통해 고급차 수요를 흡수하려는 전략과도 일맥상통한다. 그랜저는 3.0ℓ LPi 엔진을 장착해 쏘나타 2.0ℓ LPi와 차별화하고 있다. 택시뿐 아니라 장단기 렌터카와 법인 시장 등에서도 LPG 요구가 적지 않다는 판단에 따라 큰 배기량의 LPi를 통해 경제성과 고급스러움을 동시에 추구하는 소비자를 공략하겠단 계산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아슬란이 출시되기 이전에 그랜저 3.3ℓ 가솔린을 셀러브리티라는 트림으로 운영한 바 있다"며 "이번에 새로 3.3ℓ를 추가한 건 기아차 K7에도 동일한 엔진이 있고 아슬란이 부족한 면 또한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아슬란의 완전변경 등 신차 계획은 확실히 정해진 바 없다"고 말했다.
한편, 그랜저에 입지를 빼앗긴 아슬란은 내년 초 완전변경을 거친 신차로 거듭나되 주력 시장의 방향이 국내에서 미국으로 바뀔 전망이다.
오아름 기자 or@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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