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스위스 제네바모터쇼를 통해 던진 폭스바겐그룹 마티아스 뮬러 회장의 마지막 한 마디는 단호했다. 그는 목소리에 잔뜩 힘을 주며 "폭스바겐이 돌아왔다(The VW come back)"는 말로 발표를 마쳤다. 이른바 미국에서 촉발된 디젤 위기를 완전히 극복했고, 비가 온 뒤 땅이 굳어지는 것처럼 이제는 공격적인 제품으로 모든 세그먼트에서 글로벌 1위를 차지하겠다는 포부를 거침없이 쏟아냈다.
마티아스 뮬러 회장의 자신감은 폭스바겐이 미래를 위해 개발키로 한 막강한 제품군 덕분이다. 그는 현장 발표에서 올해 먼저 60여 종의 새로운 자동차 탄생을 예고했다. 이들 제품은 각 지역에 맞는 상품성으로 특화한다. 예를 들어 제타는 북미시장, 티구안은 유럽과 아시아 등을 겨냥하는 식이다. 이미 지역별 글로벌센터를 구축한 만큼 단순한 변화가 아니라 철저한 현지 맞춤형으로 시장에 대응한다는 논리다.
동시에 '함께-전략 2025년(Togather-Strategy 2025)'이라는 미래비전도 발표했다. 전통적 개념의 내연기관차와 함께 30종의 EV를 폭스바겐 제품군에 추가할 계획이다. 또 새로운 사업 창출을 위해 이른바 ‘모빌리티 솔루션’을 제시했다. 한 마디로 ‘이동’ 수단을 만드는 완성차회사가 제조뿐 아니라 ‘이동’에 필요한 모든 걸 사업화하겠다는 뜻이다. 이를 위해 배터리 기술, 자율주행 그리고 인공지능 등을 폭스바겐의 핵심 경쟁력으로 키운다는 복안이다. 글로벌 37곳의 연구센터에 디지털랩을 만들기로 한 이유다.
그러나 뮬러 회장의 목소리에 힘이 들어간 진짜 이유는 지난해 판매실적 덕분이다. 그는 "디젤 위기가 있었지만 지난해 새로운 기록을 세웠다"며 "1,000만 명이 넘는 소비자가 폭스바겐에 신뢰를 보낸 건 제품에 대한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언급했다. 디젤 위기를 촉발시킨 장본인들이 모두 물러난 후 제품 개선은 물론 위기 극복을 위한 노력이 새로운 폭스바겐으로 거듭나도록 만들었고, 그 결과가 글로벌 판매 1위로 돌아왔다는 부연 설명도 잊지 않았다. 결국 소비자 신뢰가 이른바 뮬러 회장이 말한 '컴백'의 든든한 뒷받침이었던 셈이다.
사실 2년 전 폭스바겐 디젤사태가 터졌을 때 많은 전문가들은 천문학적인 손해배상비용을 언급하며 그룹 산하 브랜드의 매각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또 폭스바겐그룹의 경직된 조직문화와 도덕성을 집중 공격하기도 했다. 소비자의 싸늘한 평가도 뒤따랐다. 특히 한국을 비롯한 미국에선 기업의 도덕성에 대한 성토가 쏟아졌다.
주목할 점은 그 이후다. 폭스바겐그룹은 경영진을 모두 바꾸고 게이트에 연루된 내부 인사 또한 퇴출시켰다. 동시에 소프트웨어 해결책을 제시하며 소비자 신뢰를 회복시켜 나갔다. 특히 독일을 비롯한 유럽시장에서 흔들림이 없도록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사태가 촉발된 미국은 폭스바겐이 앞으로 점유율을 높여야 할 시장이지만 유럽은 이미 폭스바겐그룹의 거대 왕국이어서 유럽이 흔들리면 그야말로 그룹이 와해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유럽 소비자는 이런 노력을 인정하며 지속적으로 제품을 구매했고, 지난해 글로벌 판매 1위로 연결됐다.
뮬러 회장의 '폭스바겐 컴백' 발언 때문은 아니겠지만 최근 폭스바겐코리아도 판매재개를 위한 시동을 걸고 있다. 이에 앞서 '위 케어(We Care) 캠페인'을 벌이며 국내 소비자 달래기에도 적극적이다. 특히 제품보다 인증서류에 문제가 있어 판매를 중단한 만큼 보다 개선된 제품력으로 소비자와 만나겠다는 계획이다. 유럽이나 한국이나 자동차회사가 생존하는 방법은 소비자가 인정할만한 제품력이 기본이다. 그리고 제품력을 인정받을 때 한국에서도 '폭스바겐 컴백'을 자신있게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뮬러 회장이 말한 제품은 바로 그 신호탄인 셈이다.
제네바=권용주 기자 soo4195@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