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사드(THAAD) 문제로 사업이 많이 힘들지 않냐고 연락이 많이 옵니다. 저희는 전혀 지장 없이 당초 계획대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한편으론 우리나라 자동차 시장에서 중국차로 승부가 되겠냐는 이야기도 접하게 됩니다. 그러나 중국차는 확실히 증가합니다. 선입견을 떨쳐낼 상품성은 충분히 갖췄다고 봅니다. 지금 필요한 건 전문 인력과 제대로 된 마케팅 역량을 갖춘 조직이죠"
이강수 중한자동차 대표이사(사진)가 최근 가장 많이 듣는 말 중 하나는 '사드 때문에 많이 힘드시죠'다. 중한자동차가 중국 북기은상의 차를 수입·판매하는 수입사(임포터)여서다. 그러나 이 대표는 중한자동차에 사드 문제는 직접적인 타격이 되지 않는다고 단언한다. 2013년부터 북기은상 제품을 들여오기 위해 오랜 시간 협업을 진행해온 만큼 사드 이슈로 관계가 흔들리지 않는다는 게 이 대표 설명이다.
중국 자동차 업체들의 국내 진출이 종종 언론에 오르내린다. 그러나 성공사례는 그리 많지 않다. 20여대 남짓 판매를 올린 뒤 사업을 접은 브랜드도 있다. 한국 본격 진출을 공언한 뒤 A/S 문제로 골머리를 썩는 브랜드도 있다.
반면 중한자동차는 뚜렷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미 전국에 41개의 전시장과 97개의 정비 네트워크를 확보했다. 지난해 소형 상용차 CK미니밴과 CK미니트럭을 출시한 뒤 라디오 광고도 시작했다. 연초엔 중형 SUV 켄보 600을 국산 준중형차 가격에 선보이며 화제가 됐다. 초도 물량이 며칠만에 동이 날 정도로 초기 반응도 뜨겁다.
"'중국차라서 안돼'라는 것은 정답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 동안 국내에 진출한 중국 업체들을 보면 프로페셔널 정신이 부족했어요. 규모 면에서 자동차 판매사업을 벌이기 어려웠거나 국내 자동차 시장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한 경우도 많았습니다. 중한자동차도 최근 4개월 동안 판매사 10곳 이상을 바꾸고 내부 인원을 전문가들을 구성했습니다. 자동차는 단순히 제품이 좋다고 성공하는 분야가 아닙니다. 상품 개발부터 마케팅, 영업, A/S까지 확실한 역량을 갖춰야하죠"
이 대표는 지난해 9월 중한자동차에 합류했다. 하지만 합류 이후 중국차에 대한 국내 소비자의 시각이 매우 저평가 돼 있음을 파악했다. 제품 수준이나 생산 물량에 비해 너무 과소평가된 측면이 적지 않았던 것. 그는 "북기은상은 중국 5대 자동차 제조사입니다. 중국 내수시장에서만 월 3만대 이상 판매하는 탄탄한 회사죠. 중국 자동차 업체들의 규모와 기술력을 얕봐선 곤란합니다. 오래전부터 글로벌 자동차 회사들과 합작을 통해 기술력을 키워왔고, 연 2,800만대에 달하는 내수 시장을 통해 '규모의 경제'를 확보했습니다. 하루가 다르게 경쟁력이 높아지는 게 중국차입니다"라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올해 선보인 SUV 켄보 600이 중국차에 대한 선입견을 씻어줄 '킬러 상품'이 될 것으로 확신했다. 오랜 시간 꼼꼼히 시승해본 뒤 내린 결론이라고 것. 지금도 그는 출퇴근길을 켄보 600과 함께 한다.
"실내 소음을 측정해보니 국산 중형 SUV와 비슷한 수준이더군요. 사운드 튜닝 측면에선 선진 자동차 업체들과 비교해 조금 부족할 수 있습니다만 '중국차라 더 시끄럽다'란 평가엔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가솔린 엔진인 만큼 디젤 SUV 대비 소음진동 측면은 강점이 분명하다고 생각하고요. 또 안전도 측면에선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자부합니다. 변속기를 'D'에 놔도 문이 열려있으면 차가 앞으로 나가지 않습니다. 안전벨트를 매지 않아도 그렇죠. 중국 내 안전도 평가에서도 최고점을 받았습니다. 사용한 철판의 품질, 프레임의 강도 등도 세계 어떤 차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습니다"
사드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 하지만 이 대표 역시 중국차를 판매하는 입장에서 최근 한중 외교관계에 신경이 쓰이는 건 어쩔 수 없다. 그러나 중국차의 국내 진출이 한국 자동차 산업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
"한국만큼 빠른 시간 안에 자동차 산업이 성장한 나라는 없습니다. 글로벌 업체들이 한국 시장에 주목할 만큼 수입차 시장도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죠. 앞서 독일, 일본, 미국 등 선진국 자동차 업체들의 진출은 국산차들의 품질력 향상에 큰 영향을 줬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 업체들 역시 글로벌 시장에서 다른 브랜드들과 경쟁하는 만큼 수준이 많이 높아졌죠. 그래서 중국차 역시 국내 업체들에게 좋은 영향을 줄 것입니다. IT 분야에서 국가 간 구분이 흐려지듯 중국차가 한국시장에서 성공한다면 업체들과 소비자 역시 '어느 나라에서 만들었냐'를 보기보다 제품력과 가격 대비 만족도로 차를 판단하게 될 것입니다. 폭 넓은 선택지가 시장에 존재한다는 건 궁극적으로 소비자에게 이득이 돌아간다는 얘기입니다"
안효문 기자 yomun@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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