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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재 기자 / 사진 백수연 기자] 김윤진 식(式) 스릴러가 식목일 개봉한다.
영화 ‘시간위의 집(감독 임대웅)’의 언론시사회가 3월28일 오후 서울시 성동구 CGV 왕십리에서 개최됐다. 이날 현장에는 임대웅 감독, 김윤진, 옥택연, 조재윤이 참석했다.
‘시간위의 집’은 집안에서 남편의 죽음과 실종을 겪었던 가정주부가 25년의 수감 생활 후 다시 그 집으로 돌아오면서 발생하는 사건을 긴장감 있게 그려낸 하우스 미스터리 스릴러.
김윤진이 부자(父子)를 살해한 범인으로 몰린 여자 미희를, 옥택연이 미희를 유일하게 믿어주는 최신부를, 조재윤이 누군가에게 살해당했던 미희의 남편 철중을 연기했다. 그 외에 이한위가 풍수 전문가 장지관 역을, 박준면이 무당 만신 역을 맡아 극에 힘을 보탰다.
데뷔작 ’스승의 은혜’부터 공포를 선사하는 데 재주를 보였던 임대웅 감독은 “영화의 장르인 하우스 미스터리 스릴러가 생소하게 다가올 수도 있다”며, “데뷔작이나 영화 ‘무서운 이야기’나 모두 폐쇄 공간이 배경이었기에 노하우가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실제 집이다 보니 어려움이 있었고, 배우들의 연기에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연출 소감을 밝혔다.
‘시간위의 집’은 ‘25년을 기다린 그 날의 진실이 밝혀진다’는 광고 문구부터 눈길을 끈다.
여기서 25년이란 미희가 부자 살해 혐의로 형을 선고 받은 후 풀려나기까지의 시간으로, 길게는 사건 발생 후 몇 달 내에 진범이 잡혔던 그간의 영화들과 달리 이번 영화는 극중 25년이라는 긴 시간의 추리를 요한다. 이에 김윤진은 억겁의 표현을 위한 장시간의 노인 분장을 했을 정도. 과연 주인공은 어떤 흐름으로 누명을 벗어낼지 관심이 집중된다.
여기에 ‘시간위의 집’은 KBS ’신데렐라 언니’로 연기 데뷔 후 지난해 tvN ‘싸우자 귀신아’에서 달달 로맨스를 펼쳤던 옥택연의 스크린 진출이 이목을 집중시킨다. 더불어 미국 ABC ‘미스트리스’에서 주연으로 활동했던 김윤진 3년 만의 국내 복귀작이라는 점이 관전 포인트. 영화 ‘세븐 데이즈’를 잇는 또 하나의 김윤진 식(式) 스릴러가 탄생할지 호기심을 모은다.
#젊은 미희와 늙은 미희 그리고 배우 김윤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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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위의 집’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김윤진의 노인 연기다. 사실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영화 ‘국제시장’에서 관객들은 이미 노년의 그를 만났던 바 있다. 하지만 이번 영화에서 김윤진은 전과 다른 성격의 ‘나이듦’을 대중에게 선보인다. 병보석으로 풀려날 때까지 누명을 쓴 채 세월을 감내해야 했던 미희는 김윤진의 또 다른 ‘신상’ 캐릭터였다.
이와 관련 김윤진은 “영화에서 두 명의 미희가 나오는데, 대본에서는 젊은 미희와 늙은 미희라고 표현됐다”며, “지난 ‘국제시장’과 달리 ‘시간위의 집’에서는 25년을 넘는 과정이 공개되지 않고 출소 장면을 통해 바로 넘어간다. 그렇기에 25년의 수감 생활 후 변화된 미희의 모습을 관객 분들에게 확실히 보여드려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운을 뗐다.
이어 그는 “후두암에 걸린 미희의 설정 상 목소리 부분에 신경을 많이 썼다. 사실 ‘국제시장’에서 디테일 부분에 아쉬움이 컸던 터라 이번에는 정말 확실히 하고 싶다는 마음에 감독님을 여러모로 괴롭혔다. 혼자서 연습도 많이 했다. 현실과 영화적 현실이 공존하기에 미희의 나이 대에 비해 조금 더 나이든 표현을 하는 조절이 힘들었다”고 연기 소감을 밝혔다.
또한, 그는 “영화를 보면서 노인 역할 부분은 아쉬운 점이 너무 많았다. 노인 부분뿐 아니라 젊은 부분도 ‘아쉽다, 아쉽다’고 혼잣말 하면서 봤는데, 이미 제 손을 떠난 부분이니까 이제는 관객 분들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대체적으로 만족하면서 봤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덧붙여 임대웅 감독은 “김윤진은 굉장히 용기 있고 헌신적인 배우라고 생각한다. 사실 쉬운 장르도 아니고, 무려 25년이란 세월을 연기해야 했다”고 운을 뗐다.
이어 그는 “새벽에 현장을 와서 평범한 엄마의 연기를 하다가, 점심에는 두세 시간에 걸쳐 노인 분장을 했다. 그리고 25년의 시간을 뛰어 넘어 아이를 잃고 남편까지 살해한 연기를 연일 이어가며 작품을 끝냈다. 어떤 한 배우가 이렇게 헌신적이고 쉽게 볼 수 없는 장르에 도전하는 모습만으로도 저에게는 의미가 있던 작품이다”고 김윤진을 칭찬했다.
#김윤진과 두 남자가 이뤄낸 ‘시간 위의 앙상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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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닝 타임 100분을 이끌어가는 것은 ‘원톱’ 김윤진의 힘이지만, 그의 곁에는 옥택연과 조재윤이 있었다. 두 배우는 각각 1992년 미희 곁의 남편 철중과 2017년의 미희 옆의 최신부를 연기했고, 이에 현장에서 어떤 앙상블을 만들어냈는지 관심이 집중됐다. 참고로 극중 25년의 시간차 탓에 세 배우가 함께 등장하는 신은 없었던 것이 아쉬운 점.
먼저 옥택연은 “나는 현재 인물이기 때문에 조재윤 선배님과의 만남이 없었다”며, “이야기만 전달해서 들었는데, 그것이 바로 조재윤 선배님의 메소드 연기였다. 선배님의 연기 방법을 들으며 마음가짐을 다잡을 수 있었다. 더불어 김윤진 선배님과의 호흡은 선배님이 워낙 잘해주셨기 때문에 촬영을 편하게 할 수 있었다. 좋았다”고 선배들과의 호흡 소감을 말했다.
김윤진은 “사실 옥택연 씨와 조재윤 씨가 따로 촬영한 것을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셋이 모이면 진지한 장면을 못 찍었을 거 같다. 그 정도로 두 분 다 재밌으셨다”고 입을 열었다.
이어 그는 “옥택연 씨가 말씀하셨던 메소드 연기란, 사실 조재윤 씨가 술 마시는 장면을 찍었을 때 리얼한 연기를 위해 정말 술을 드셨다”며, “굳이 안 그러셔도 되는데 자기 비중을 떠나서 그 정도로 역할에 몰입하시고 헌신하셨던 것에 정말 감동받았던 기억이 난다. 조재윤 씨의 열정에 감탄하고 또 감탄했다”며 옆자리에 앉은 조재윤을 칭찬했다.
마지막으로 조재윤은 “나는 이 영화의 시나리오를 처음 받았을 때 김윤진이 있어서 정말 행복했다. 심지어 역할이 남편이었다. ‘내가 드디어 멜로를 하는구나’란 생각에 시나리오를 봤는데 ‘이건 뭐지?’라는 생각이 들더라. 처음부터 끝까지 술만 먹는 역할이었다”고 운을 뗐다.
이어 그는 “사실 술취한 연기라면 술을 안 먹고도 취해야 하지만, 내가 여태껏 해보지 않았던 장르고 캐릭터였기 때문에 조금 더 깊게 몰입해보자는 생각에 첫 테이크부터 끝 테이크까지 매일 술을 먹었다. 너무 술을 먹어서 혀가 꼬부라졌던 적도 있었다”고 촬영 당시를 회상했다.
덧붙여 그는 “극중 철중이 미희에게 버럭 성질을 내는 장면이 있는데, 어떻게 보면 철중이 미희를 제압하고 눌러야 되는 신이었다. 하지만 김윤진 선배님이 저를 바라보는 순간 시쳇말로 쫄게 되더라. 얼버무리고 넘어갔던 기억이 난다. 호흡은 좋았다”고 말해 현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마지막으로 출연진의 맺음말이 이어졌다. 먼저 조재윤은 “영화라는 것을 접해보니까 배우란 참 매력있는 직업이더라. 연극의 3요소 중 가장 중요한 것은 관객이라고 생각한다. 영화는 스크린 위의 무대다. 관객 분들이 많이 오셔서, 영화를 사랑해주시면 영화계도 발전되고 배우들도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흥행을 기원했다.
김윤진 또한 “많은 관심과 질문에 감사드린다”며, “진심과 최선을 다한 영화니까 많은 응원 부탁드린다. 어떤 생각이 잠시 머릿속을 스쳐갔는데, 배우 김윤진이 3년 후가 아닌 좀 더 빨리 스크린에 돌아오려면 ‘시간위의 집’이 잘 돼야 할 것 같다”고 애교 섞인 관람 당부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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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위의 집’은 하우스 미스터리 스릴러라는 신 장르를 표방하고 있지만, 그 안에는 형태소로 분해된 ‘하우스’ ‘미스터리’ ‘스릴러’ 외에도 다양한 장르들이 살아 숨쉬고 있다. 먼저 왜 봄에 개봉하는 것인지 궁금할 정도로 임대웅 감독의 주 장기인 공포가 강하게 녹아있으며, 배우 김윤진의 주 종목인 모성애 연기가 드러나는 드라마 또한 짙은 향을 내뿜고 있다.
신기한 것은 그럼에도 영화가 ‘잡탕’ 아닌 잘 만들어진 ‘정찬’을 대접받는 기분을 전달했다는 점이다. 이것저것 맛볼 수 있지만 어느 것 하나 너무 튀는 것 없이 먹는 이의 혀를 즐겁게 돕는 한국의 정찬. 조화로움 속에서 만족스러운 식사를 끝내는 것처럼 ‘시간위의 집’은 스릴러라는 밥 위에 미스터리, 공포, 드라마라는 반찬을 얹어냈다.
과연 이런 시도가 관객들에게 어떤 답을 얻어낼지는 아직 미지수다. 하지만 기자는 언론시사회 중 김윤진이 이야기했던 어떤 한 단락으로 대답으로 대신코자 한다. 선택은 관객의 몫이다.
“더 빨리 좋은 작품으로 인사드리고 싶었지만 그럴 기회가 늦게 와서 저도 아쉬웠다. 어떻게 보면 그동안 ‘시간위의 집’을 기다렸던 것 같다. 드디어 개봉해서 설레고, 반갑고, 행복하다”
한편 영화 ‘시간위의 집’은 4월5일 식목일 개봉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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