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우림 기자 / 사진 백수연 기자] 군복을 벗고 의사 가운을 걸치더니 이젠 죄수복까지 소화했다. 귀여운 외모 속 진지한 눈빛을 가진 배우 김민석은 오디션 프로로 대중들에게 첫 인상을 남기고 좋아하던 노래는 취미로 남겨둔 채, 어느 덧 배우라는 열매로 한층 영글고 있었다.
김민석은 3월27일 오후 서울시 마포구 한 카페에서 드라마 ‘피고인’ 종영기념 인터뷰를 진행했다. 막 포상휴가에서 돌아온 그는 “스케줄 때문에 남들보다 하루 빨리 왔는데 오기 싫었어요”라며 농담 섞인 말투로 현장을 편하게 풀어갔다.
극 중 김민석은 이성규 역으로 많은 대중들에게 짠한 감정을 이끌어 냈다. 비록 박정우(지성)의 딸 박하연(신린아)을 유괴하는 죄를 지었지만, 드라마 속 ‘키맨’의 역할을 하고 그의 죽음으로 ‘사이다’ 전개를 이끌어 내며 강한 인상을 남겼다.
특히 성규가 하연이가 즐겨 부르던 산골짝에 고양이로 개사된 동요 ‘산골짝에 다람쥐’를 부르며 정우에게 자신의 죄를 고백하는 6화의 엔딩신은 많은 시청자들에게 소름과 충격을 주기에 충분했다.
“애처롭고 슬프게 죽을 죄를 고백하는 것처럼 그리고 싶었어요. 사실 제가 엔딩을 찍어본 적이 없어서 지성형과 감독님에게 조언을 많이 받았어요. 섬뜩한 느낌이었으면 좋겠다고 하셨고 성규가 미안한 마음으로 (정우의 죽음을) 붙잡는 느낌이어서 너무 힘들었어요.”
“실은 이렇게 큰 파장이 있을 줄은 전혀 몰랐어요. 선배님 그리고 감독님들에게 감사해요. 어떻게 보면 그 장면으로 많은 관심을 받았던 것 같아서 아직도 생생해요.”
드라마 ‘태양의 후예’, ‘닥터스’ 그리고 ‘피고인’까지. 그는 ‘흥행요정’이라는 별명을 갖기에 충분히 증명했지만, 자신에 대해 한없이 낮췄다. “(수식어가) 굉장히 부담스럽고 앞으로도 더 부담스러울테고, 조연배우로써 부담을 가지니 ‘앞으로 어떻게 해야하나’ 싶어요.”
“‘태양의 후예’부터 지금까지 (흥행이) 저 때문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개인적으로 너무 운이 좋았다고 생각해요. 그 세 작품 중에 제가 설 자리가 있었다는 것 자체가 신기하고 한 작품 끝낼 때 마다 기분이 이상해요.”
‘태양의 후예’의 김 일병으로 주목 받기 전까진 물론 힘든 시간들이 많았을 터. 3-4년의 무명생활을 그는 “모든 걸 견뎌낼 수 있었던 원동력은 배움이었어요. ‘세상살이 쉽지 않구나’라는 생각과 ‘빛 하나쯤은 보일 것 같은데 왜 안보일까’ 싶었는데 그때마다 좋은 작품들을 끊임없이 보고 앞만 보고 살았던 것 같아요”라며 쉼 없이 달려온 길을 회상하여 웃어보였다.
인터뷰 내내 그의 입에서 제일 많이 나온 단어는 ‘힘듦’이었다. 단지 그의 능력이 부족해서가 아닌, 너무 몰입한 나머지 여러 가지의 어두운 사연을 가진 이성규를 그려내는 데 있어서 오는 딜레마였다.
“교도소에 있을 때가 제일 고통스러웠어요. 죄를 짓고도 모르는 척하고 연기를 해야 했어서 나중엔 지성이형 눈도 못 마주치고 연기하는 내내 ‘(감방에서) 나가고 싶다’라는 생각 밖에 안했어요. 나가면 해결 될 줄 알았는데, 더 가슴 아프게 하는 하연이가 밖에 있었고 여러 상황이 겹쳐서 힘겨웠죠. 드라마 촬영 내내 제가 이성규라고 생각하고 살았던 것 같아요.”
“그래도 성규를 통해 50가지를 더 얻은 기분이에요. 하연이도 얻고 (웃음). 너무 의미있는 작품이라 좋았고, 무엇보다 시청자들이 배우 김민석을 바라보는 다른 시선을 느낀 것 같아요. 마치 김민석이 다른 톤을 그려낼 수 있구나 라는 확신을 준 것 처럼요.”
‘피고인’을 통해 다양한 연기를 해봤다고 밝힌 그는 입체적인 역할에 대한 욕심을 비췄다. “단면적으로 보여지는 캐릭터를 만약 한다 해도 연기를 하는 사람으로서 입체적인 역할을 해내야 할 것 같아요. 멜로도 하고 싶은데 제 첫 상대 여배우가 (신)린아였어요. 연상연하도 좋고 시켜만 주신다면 열심히 해야죠. (웃음)”
지난해부터 올해 초까지 배우, 가요프로 MC 등 쉼 없이 달려온 그는 이제야 쉼표를 찍는 듯 했다. “삭발도 해보고, 가요프로 MC로 핫해 보이는 사람처럼도 보여졌고 사실 저를 어떻게 증명을 해야하나 싶었어요. 그런 의미로 ‘피고인’은 개인적으로 만족감을 준 드라마에요. 이번에는 좀 길게 쉴 생각이에요. 부산에 내려가서 할머니랑 오래있고 할머니 원하시는 대로 다 해드리고 싶어요.”
마지막으로 그는 “대중들에게 어떤 배우로 남고 싶나”라는 질문에 고심하더니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자기 할 몫 하는 배우로 남고 싶어요, 그리고 잘 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아직은 경험이 너무 부족하지만, 계속 선배님들이랑 작업하며 배우는 것이 첫 번째 인 것 같아요.”
그는 최고의 배우를 꿈꾸고 있었다. 하지만, 그의 한 마디 한 마디 속에 담긴 연기에 대한 태도와 열정은 그 목표가 결코 헛되지 않다는 것을 증명해 보였다. 언젠가는 그가 조연을 넘어 주연을 맡아 자기 할 몫을 잘 해내는 배우가 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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