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한국차와 해외에서 싸우려는 중국차

입력 2017-04-13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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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의 장화이자동차(JAC)가 중국 완성차회사 최초로 멕시코에 공장을 세우기로 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멕시코 현지 생산업체와 합작사를 만들어 JAC의 CUV S2와 S3를 CKD 방식으로 생산, 판매키로 결정했다.

 여기서 멈추지 않고 중국 내 장성자동차도 아메리카 대륙에 공장 설립을 검토 중이다. 미국 트럼프 정부의 국경세 도입 여부를 지켜보며 미국 또는 멕시코에 현지 공장을 세울 계획인데, 이른바 '중국차의 세계화'라는 점에서 파장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물론 중국 자동차기업의 해외 공장 건설은 이미 예견된 사안이다. 연간 2,800만대에 달하는 거대한 중국 내수 시장의 성장세보다 자동차의 생산 증가율이 높은 만큼 해외 시장 개척이 절실했고, 중국 정부 또한 향후 8~10개의 완성차기업이 100여 곳에 달하는 지역별 중소형 자동차회사를 흡수하는 방식으로 규모의 경제를 추구하고 있어서다. 특히 중국 정부가 잔존시킬 기업의 조건으로 해외 수출 역량을 따져보겠다는 입장을 내놓자 적극적인 대응책으로 해외 직접 진출을 시도하는 상황에 도달한 셈이다.

 그런데 눈여겨 볼 대목은 해외 공장에서 내놓을 차종의 경쟁력이다. 당연히 중국은 저렴한 가격을 앞세워 성장세가 높은 SUV 시장을 공략하게 된다. 이미 중국에서 다양한 해외 업체와 손잡고 축적한 기술력을 통해 제품의 '가성비'에 초점을 맞춘다는 의미다. 이 경우 당연히 1차 공략 대상은 한국차이고, 위협도 커지게 된다.

 이런 중국의 자동차 공략을 빗대 '양질전화(量質轉化)'라는 말을 많이 사용한다. 마르크스가 내놓은 '양질전화'는 '수량이 쌓이면 질적으로 변화가 온다'는 뜻인데, 중국차에 그대로 적용하면 '생산이 늘어날수록 제품 또한 질적 수준이 높아진다'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다. 연간 2,800만대의 내수 시장이 이른바 중국 내 제조사의 제품력 향상의 기반이 됐다는 얘기다.

-20년 전 일본차 그대로 따라 간 한국차
-20년 지나 한국차 발 자취 따라오는 중국차

 또한 중국이 완성차시장을 개방할 때 원칙으로 내세운 해외 기업과 중국 기업의 '50:50' 합작 원칙도 토종 브랜드의 기술력을 키우는 계기가 됐다. 예를 들어 베이징자동차와 현대자동차의 50:50 합작사인 베이징현대차가 현대차를 생산할 때 베이징자동차는 합작사를 통해 얻은 기술적 노하우를 그냥 가져가는 식이다. 공식적으로 기술을 빼갈 수는 없지만 베이징현대차의 중국 내 연구 인력을 베이징자동차로 옮기면 그만이다. 그리고 비단 이런 일은 베이징현대차 뿐 아니라 중국에 진출한 수많은 외국 자동차회사가 공통적으로 겪는 현상이다.

 지난해 광저우모터쇼를 갔을 때의 일이다. 현지 한국차 관계자는 "중국의 경제가 성장할수록 토종 브랜드의 공격이 거세진다"는 말을 했다. 소득이 증가할수록 '마이 카(My Car)'에 대한 욕구가 높아지고, 이때 신규로 진입하는 소비층은 '가격 대비 성능'이 괜찮은 토종 브랜드 제품으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어서다. 그래서 모든 합작사가 제품 판매는 물론 여러 방법을 통해 토종 브랜드의 약점인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는 일에 치중한다고 말이다. 

 과거 1980년대 일본이 해외 진출에 나섰을 때 한국은 우물 안 개구리였다. 이후 일본을 쫒아 2000년 전후로 해외 진출에 나설 때 일본차의 브랜드 이미지는 확고했던 반면 현지에서 한국차는 지금의 중국차를 보는 시각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리고 20여 년이 흐른 지금, 당시의 한국차가 지금의 중국차로 대체됐을 뿐 상황은 같다. 따라서 중국차에게 해외 시장의 1차 경쟁은 한국차가 될 수밖에 없다. 물론 아직은 한국차의 경쟁력이 앞서지만 앞선 '양질전화'의 속도를 보면 대책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그리고 대책은 곧 기술에 대한 우선 투자라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 같은 견해다. 다시 말해 한국차가 이제 살아남을 방법은 '기술' 밖에 없다는 뜻이다.


 그런데 기술을 축적하려면 무엇보다 인재가 풍부해야 한다. 기술 및 과학 인재가 많아야 기술 강국으로 발돋움 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여전히 '사농공상(士農工商)'의 유교적 관념이 강하다. 기술보다 '관리자'를 보다 선호하는 현상이 팽배한 배경이다. 자동차미래연구소 박재용 소장은 "독일과 일본의 자동차산업이 발전할 수밖에 없었던 배경에는 '(士)'보다 기술 장인을 우선하는 문화가 바탕이 됐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독일의 '마이스터', 일본의 '모노즈쿠리'가 하루 아침에 생겨난 게 아니라는 의미다. 따라서 중국차의 해외 진출이 우리에게 주는 진정한 교훈은 바로 사회의 변화가 아닐까 한다. '~사'보다 기술 장인을 우대하는 문화 말이다. 

 권용주 편집장 soo4195@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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