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현주 기자] 푸근한 인상 속에 진하디 진한 진심이 있다.
뜸들이다. 음식을 할 때 한동안 뚜껑을 열지 않고 그대로 두어 속속들이 잘 익도록 하는 일을 뜸을 들인다고 표현한다. 인터뷰 내내 곽도원은 한마디 단어조차 그냥 내뱉는 일이 없었다.
한 번 더 뜸을 들이고 한 번 더 곱씹어보고. 단어 하나하나에 곽도원만의 진정성을 입혀서 전한다. 그러다보니 대화 속에는 울림이 있었고 간절함이 느껴졌고, 그렇기에 곽도원이 있었다.
‘범죄와의 전쟁’ ‘변호인’을 통해 스크린을 압도하는 강한 존재감을 보여준 데 이어, 최근 ‘곡성’에서 몸을 아끼지 않은 혼신의 열연으로 680만 관객을 사로잡고, 칸 영화제에서 극찬을 받은 곽도원이 이번 영화 ‘특별시민’에서 선거판을 꿰뚫어보는 선거대책본부장 심혁수 역을 통해 힘 있는 연기를 선보인다.
곽도원은 심혁수를 연기하면서 의문이 들었던 것은 검사출신인 사람이 어떤 뜻이 있어서, 무슨 법을 만들고 싶어서 국회의원이 되려한 것일까 였다고.
“‘권력이 마약같다는 말이 왜 나왔을까?’하는 의문에서부터 심혁수를 파고들기 시작했어요. 좋은 국회의원들이 있는 건 아는데 안 그런 사람들은 왜 그럴까 하는 의문들이 들었죠. 해답은 없지만 ‘신밧드의 모험’을 보면 저 끝 길에 금은보화가 있잖아요. 그걸 건드리면 동굴이 닫힌다고 들었는데도 자기 것인 줄 알고... 그런 주변에서의 대우라든지 권력을 맛보고 난 다음에 잘못된 쓰임이 용납되는 지금 현실이...”
턱을 괴고 초점 없는 눈빛으로 한 글자 한 글자 신중히 생각을 하며 천천히 내뱉는 말속에 정치에 대한 곽도원의 진심이 느껴졌다. 20대에는 정치에 전혀 관심도 없었다는 그가 “스탠딩 토론은 원고도 없이 질문을 했을 때 도대체 어떤 이야기를 할까”하는 궁금증에 대선토론을 봤는데 굉장히 화가 났다고 전한다.
“요즘 대선토론 정말 재밌어요. 근데 열 받는 건 촌철살인 같은 질문들은 하나도 없고 옛날 일들만 헐뜯고 있고 너무 속상한 거죠. 공약에 대해서 이야기해야하는데 서로 공약이 없으니까 와.... 대한민국 어떻게 하려나. 영화 속에서도 선거 이틀 앞두고 공약을 짜는데... 현실이 어떻게 시나리오랑 똑같을 수 있나싶더라고요. 삼년 전에 써놓은 시나리오인데”라면서 오히려 현실보다 영화가 약한 것 같아서 걱정이 들기도 했다고 고백했다.
이어 누가 정치를 시켜준다면 할 생각이 있냐는 질문에 곽도원은 “정치? 저를? 아이고 할 사람이 하는 거지. 전 절대 안 해요. 정치하는 사람들은 정말 착하고 헌신할 줄 아는 사람이 해야 돼지. 정말 현명하고 똑똑한 사람들, 봉사하는 마음이 투철한 분들이 해야죠. 전 결정 장애가 있어가지고.(웃음) 짬뽕과 짜장을 아직도 고민하고 있는데(웃음)”라며 단호하게 소신을 지켰다.
그런가 하면 ‘특별시민’에서 같이 호흡했던 대선배인 최민식이 곽도원을 ‘본능적인 배우’라 칭찬한 부분에 대해 그는 “준비를 해오는 게 맞죠”라 말한다.
“본능만 가지고는 안 돼요. 연습을 많이 해가야죠. 그게 (현장에서) 본능적으로 하는 것처럼 보여야하고. 아무리 준비를 하고 (현장에) 가도 낯선 세트와 소품들이 배우를 당황시키고 경직하게 만들어요. (그 상황에서) 믿을 건 상대배우뿐”이라고 말하며 최민식의 에너지를 강조했다.
“(최) 민식이 형님은 와 이거 뭐지... 이게 경지라는 단계인가 싶어요. 농담을 주고받으며 장난치고 하다가 딱 촬영이 시작되면 제 앞에 변종구가 있어요. 눈빛과 호흡이 완전히 바뀐 것을 보면 당황스러워요. 순식간에 확 들어오니까 컷하고 ‘한 번만 더 해보면 안 될까’ 이렇게 긴장을 하게 되죠. 곽도원이 변종구한테 잽을 맞고 온 기분이라 해야 하나? 그런 선배님을 보고 나서 (앞으로) 건방지지 않게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드래곤볼’을 보면 손오공이 센 적을 만나면서 점점 커지잖아요. 그런 것 같아요. (최민식 선배같은) 그런 선배들을 만나는 게 연기를 하는 배우로서 절호의 찬스고 좋은 기회죠.”
이어 곽도원은 “(최민식) 선배님은 시작부터 주인공이셨고 세상에서 내로라하는 배우이자 대한민국의 센세이션을 준 그런 배우잖아요. (최) 민식 선배님을 보면 연기라는 것 자체가 자신의 일상을 만들어가는 계속 만들어가는 중에 연기도 같이 만들어지는 것 같아요. 일상이 연기에 고스란히 묻어나는 거니까”라고 말하면서 감탄과 반성이 연속됐다.
그렇게 연기력 논란이나 지적을 한 번도 받아본 적 없는 곽도원은 끊임없이 자신을 채찍질했다.
“연기를 그만두고 싶을 때가 있어요. 캐릭터를 만드는 고통이 와... 안 만들어지면 죽을 것 같이 힘들어요. 그렇기에 이걸 찾아내면 그 쾌감이 어마무시하고요. 그렇게 잘 될 때가 있기도 한 반면에 안 될 때는 선배님들을 붙잡고 어떻게 해야 되는지 조언을 구해요. 창작이라는 게 참 힘들어요.(웃음)”
아울러 대선을 얼마 남지 않은 지금, 곽도원이 다음 대통령에게 꼭 하나 바라는 점이 있다고 전한다.
“공약을 좀 지켰으면 좋겠어요. 정말 힘든 일이겠지만... 아니 오죽했으면 오바마를 돈 주고 사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오죽했으면 그래. 정말 오죽했으면. 공인이잖아요. 나는 그냥 얼굴이 알려진 사람이지 공공의 이익을 위해서 일하지 않거든요. 그런데 그 분들은 공공의 이익을 위해서 헌신하는 공인이란 말이죠. 헌신하는 대통령이 됐으면 진짜. 아이 정말 진짜!”
이같이 정치에 누구보다 관심이 많은 곽도원이 출연하는 영화 ‘특별시민’은 4월26일 개봉해 현재 극장가에서 절찬리에 상영 중이다.(사진제공: 쇼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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