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표시연비가 필요한 배경은 소비자 정보 제공 차원이다. 그래서 가급적 정확한 시험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 그동안 시험 기준도 계속 강화돼 왔다. 현재 사용되는 복합, 도심, 고속도로 구분이 등장한 것도 불과 4년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데 제도를 운영하는 주체는 산업통상자원부와 국토교통부다. 이 가운데 산업부는 사전 인증을, 국토부는 사후 검증을 한다. 원래 산업부가 인증과 검증을 모두 했지만 인증과 검증의 당사자가 같다는 것 자체가 곧 객관성의 결여라는 국토부의 주장이 받아들여져 인증보다 검증에 무게를 둔 시험 방식이 채택됐다. 자동차 회사가 산업부 산하 공인된 시험 기관(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자동차부품연구원, 한국석유관리원)에서 인증 받은 결과를 표시연비로 부착, 판매하면 동일 차종을 대상으로 국토부가 산하 기관인 자동차안전연구원을 통해 인증 때와 같은 방식으로 시험한다. 이 때 오차율 5%가 넘으면 판매 중지를 명령하거나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
그런데 최근 몇몇 완성차 업체가 이 과정에서 표시연비의 과장 신고라는 불명예(?)를 얻었다. 산업부 산하 시험기관의 결과가 표시된 라벨을 부착했지만 판매 과정에서 국토부가 검증시험을 했더니 오차율이 5%를 넘는다는 지적(?)을 받았다. 하지만 같은 시험 방식, 1㎏의 무게 변화도 없는 같은 차종, 그리고 장소만 다를 뿐 똑같은 정부 기관의 시험 결과가 다르다는 점을 완성차업계는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 산업부와 국토부의 시험 결과가 다르면 '연비과장', 같으면 '정상'이라는 판정이 그야말로 제조사 의지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어서다. 게다가 연비 시험은 산업부 표시연비 제도를 준수하기 위해 완성차 업체가 직접 비용을 내가며 얻은 결과인 만큼 국토부가 이를 뒤집으면 속만 답답할 따름이다.
사실 완성차 업체로선 이 같은 국토부의 불명예 판정에 불복할 수도 있다. 실제 과거 쌍용차를 비롯해 일부 제조사가 불목하며 행정 소송을 벌이기도 했다. 인증 시험 결과를 자동차 업체가 도출한 게 아니어서다. 하지만 속앓이만 하는 곳도 적지 않다. 표시연비는 재신고로 해결하면 되지만 국토부가 보유한 자동차 형식승인 권한이 강력해서다.
하지만 정확하게 진단해보면 현재 일어나는 일부 수입차의 '연비과장'은 말 그대로 정부의 '과장'일 수밖에 없다. 연비 시험에서 제조사가 끼어들 여지가 전혀 없어서다. 산업부가 지정한 공인 시험 기관에서 표시연비를 인증 받았고, 그 숫자를 라벨에 표시했을 뿐이다. 그런데 느닷없이 국토부가 같은 차종으로 시험을 하더니 표시연비가 과장이라고 통보를 하는 형국이다. 그리고 국토부는 이 과정에서 규정만 들먹인다. 다시 말해 산업부 인증은 모르겠고, 국토부는 규정에 따라 검증만 해서 과징금을 부과할 뿐이라고 말이다. 그래서 최근 표시연비 제도는 대체 누구를 위한 제도이냐는 말이 나돈다. 외형상 소비자를 위해 존재하는 것 같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산업부와 국토부의 이권 다툼일 뿐이라는 해석 때문이다. 혹여 표시연비 제도가 소비자를 명분으로 산하 기관의 돈벌이로 전락한 것은 아닌지 면밀히 짚어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권용주 편집장 soo4195@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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