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미애 기자 / 사진 김연중 포토그래퍼] 최근 공개된 걸스데이 유라의 bnt 화보 의상을 모두 제작한 디자이너 이석우가 화제다. 그는 유라의 아름다운 몸매 라인이 돋보일 수 있도록 옷을 만들었다. 그중 스트라이프 원피스는 유라의 어깨와 쇄골 라인에 시선이 모일 수 있도록 신경 썼다.
이석우는 옷을 입는 사람의 매력이 최대한 표현될 수 있도록 사람 대 사람으로서 모델을 관찰한다. 옷깃, 소매 등 세밀한 부분까지 그의 손이 닿지 않는 곳은 없다. 정식 디자이너로 데뷔한지 일 년 된 신인이지만 그의 열정과 패기는 어느 누구보다도 매력적이다.
그가 론칭한 브랜드는 ‘하이니크’다. 균형 상태와 균형 이론을 주장한 독일 심리학자 프리치 하이더의 ‘하이’와 유니크의 ‘니크’를 합쳤다. 옷은 삶과 긴밀하게 연결된 부분이기에 패션에도 균형이 필요하다는 생각 아래 정해진 명칭이다.
데뷔와 함께 강렬한 존재감을 발휘 중인 이석우 디자이너를 강남구 신사동에 위치한 ‘하이니크’ 쇼룸에서 만났다. 이석우만의 신념과 스타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보니 그의 새로운 출발이 패션 업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궁금해졌다.
Q. 패션 디자이너로 진로를 결정한 이유가 궁금해요.
어린 시절에는 패션에 관심이 없었다. 그저 부모님이 사주는 옷을 입었다(웃음). 물론 디자인은 좋아했지만 패션이 아닌 인테리어, 건물 쪽에 관심이 있었다. 그러던 중 싱가포르에 위치한 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 다양한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었고 자연스럽게 패션에 눈을 떴다.
그때부터 패션쇼도 보러 다녔다. 건축, 인테리어, 자동차 디자인과 다르게 패션은 길거리에서 쉽게 접할 수 있다는 점에 매력을 느꼈다. 제가 디자인한 의상을 다른 분야보다 훨씬 시각적으로 느낄 수 있어 흥미로웠다.
Q. 런던 패션 업계에서 유명한 대학교를 졸업했어요. 이석우 씨의 졸업 전시회 작품은 런던에서 많은 관심을 받았죠.
런던 칼리지 오브 패션 대학교를 졸업했다. 학생들의 목표 중 하나는 졸업 전시회에 자신의 작품을 올리는 것이다. 여성복, 남성복 등 각각의 분야에서 대략 6명의 학생만 전시회를 가질 수 있기 때문에 경쟁이 치열하다. 졸업 작품을 준비할 때는 정말 즐겁게 일했지만 어쩔 수 없이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다(웃음).
Q. 남성복이 아닌 여성복을 선택한 이유가 궁금해요.
사실 처음에는 남성복에 관심이 많았다. 주변에서도 제 디자인을 보면서 여성복보다는 남성복에 더 잘 어울리는 스타일이라고 했다. 하지만 디자인을 본격적으로 공부하기 시작하면서 여성복에 매력을 느꼈다. 치마, 원피스, 바지 등 패션의 카테고리가 다양한 만큼 제 생각을 재미있게 풀어낼 수 있을 것 같았다(웃음).
제가 평소 입지 않는 스타일의 옷이기 때문에 호기심도 있었고 하하. 이왕 패션을 전문적으로 공부할 거라면 조금 더 새롭고 재미있는 분야를 선택하고 싶었다. 그래서 대학교는 여성복 학과로 지원했다.
Q. 여성복을 선택한 것을 후회한 적 있나요?
원피스를 디자인할 때(웃음). 코트, 바지, 치마와 다르게 원피스는 제가 입어보고 의상을 제작하기 애매하다. 모델이 입은 옷을 보면서 구상한 디자인 방식을 실전에 옮기면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올 때가 있다. 어떻게 라인을 잡아야 여성들이 좋아할지 초반에는 감이 안 잡혔다(웃음).
Q. 원피스를 제작할 때 여성 디자이너의 도움을 받았나요?
네. 패션학과였기 때문에 동기들 대부분이 여자였다. 80명 중 남학생은 8명뿐이었다. 원피스 디자인을 공부하면서 여자 동기들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다. 아직도 원피스 디자인은 힘들다(웃음). 학창시절에는 작품을 위한 의상을 만들었기 때문에 일상복을 제작하는 지금은 디자인에 대한 색다른 접근이 필요하다.
Q. 졸업 전시회에서 선보인 의상이 하이니크의 스타일과 많이 다른가요?
많이 다르다. 아무래도 학교에서는 미니멀한 스타일보다 다양한 주제를 표현하는데 주력했다. 그리고 이러한 생각을 어떻게 해석하는지 보여줘야 했기 때문에 과감하게 의상을 제작했다. 그렇기에 일상복으로 입기에는 다소 난해한 부분이 있다(웃음).
저는 다른 학생과 함께 졸업 전시회를 준비했다. 교수님이 제가 준비한 작품에 ‘텍스타일을 더해보라’고 제안하셔서 텍스타일을 전공하던 학생과 함께 의상을 만들었다. 이후 저는 다양한 매체와 인터뷰를 할 수 있었고 제 브랜드를 론칭하게 됐다.
Q. 유명 패션 브랜드에 입사할 수 있었을 텐데, 브랜드를 론칭한 이유가 궁금해요.
영국에 있는 패션 브랜드에서 두 시즌 동안 모델리스트 겸 디자이너로 일을 한 적이 있다. 잠자는 시간을 아껴가면서 다양한 상품을 제작했고 정말 힘들었다. 쇼가 잡히면 한 달 전부터 새벽 4시까지 근무하고 아침에 출근했다(웃음).
정말 바빴지만 막상 쇼에 가서 완성된 의상을 보면 매우 뿌듯했다. 내 생각이 옷에 고스란히 묻어있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았다. 그때부터 나만의 브랜드를 만들고 싶었고 한국에 들어와서 저만의 색깔로 옷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Q. 2017 S/S 시즌에 브랜드를 론칭했죠?
네. 첫 컬렉션을 론칭하면서 정말 많이 배웠다. 한국에서 어떻게 컬렉션을 진행해야 하는지 정보가 부족했는데 다행히도 한국에서 브랜드를 론칭해 활동 중인 대학교 선배님의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물론 아쉬운 점이 많다. 저는 재킷, 코트 등 외투에 하이니크의 장점이 잘 묻어난다고 생각하는데 S/S에서 아우터를 주력 상품으로 출시하기에는 계절과 맞지 않아 무리가 있었다. 아무래도 코트보다는 원피스를 많이 찾더라(웃음).
Q. 2017 F/W는 겉옷이 주가 되는 시즌이에요. 역량을 펼칠 수 있는 기회인 만큼 다음 작품에 대한 기대감이 클 것 같아요.
많이 기대하고 있다. 이미 F/W 의상 제작은 마무리됐는데 코트가 참 예쁘게 디자인된 것 같아서 마음에 든다(웃음). 저는 짧은 코트보다 롱 코트를 선호하는데 때마침 트렌드와 일치해서 더욱 기대가 크다.
Q. 이번 F/W 시즌에는 어떤 스타일이 유행할까요?
컬러풀한 의상. 작년부터 롱 코트는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이는 한동안 계속 유지되면서 디테일한 부분과 색상이 점점 세련되게 변형될 것 같다. 제가 이번에 선보이는 코트는 걸쳤을 때 멋스러울 수 있도록 디자인됐다. 오버사이즈에 가벼워 보이지 않는 느낌이다.
Q. 다른 브랜드와 비교했을 때 ‘하이니크’의 장점은 무엇인가요?
같은 아이템을 놓고 비교하면 ‘하이니크’에는 특유의 선이 있다는 걸 알 수 있을 것. 클래식한 느낌보다는 조형적인 느낌이 강하다. 한국적인 선의 흐름을 클래식한 테마에 접목시킨 만큼 서구적이면서도 미니멀하다.
Q. 소비자는 어떤 부분에서 동양의 미를 느낄 수 있나요?
동양의 미가 메인 테마인 만큼 어떻게 디자인을 풀어낼지 정말 많이 고민했다. 동양적인 요소를 한 번에 모두 풀어내면 데일리 의상으로는 조금 부담스럽게 느껴지더라. 지금은 옷깃과 소매 부분에 동양의 미를 더했다.
F/W 의상으로 출시된 코트 역시 S/S 의상의 연장선이라고 보면 된다. 아무래도 이제 시작하는 단계인 만큼 전혀 다른 스타일을 보여주면 소비자가 혼란스러울 것 같다(웃음). 초반에 연출하고자 했던 이미지를 이어가면서 브랜드 입지를 다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Q. 하이니크의 소비자 타깃층은 어떻게 되나요?
아무래도 의상이 어린 느낌과 거리감이 있기 때문에 20대 중후반에서 30대 중반이다. 패션을 좋아하고 경제력이 있는 소비자가 타깃층이다. 어린 여성들이 입을 만큼 트렌디한 디자인도 아니고 미니멀한 스타일에 가깝다(웃음).
Q. 현재 국내 패션 시장은 글로벌 스파 브랜드부터 유명 디자이너 브랜드까지 경쟁이 치열해요. 이와 관련해 걱정스러운 면도 있을 것 같아요.
정말 다양한 브랜드가 패션 시장에 있기 때문에 걱정이 많이 됐지만 오히려 저에게 기회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세계적으로 패션 트렌드가 패스트패션에서 특색 있는 옷으로 바뀌고 있다. 이러한 타이밍에 브랜드를 론칭해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Q. ‘하이니크’의 뮤즈가 있나요?
없다. 많은 사람들이 좋아할 수 있는 옷을 만들고 싶기 때문에 특별히 누군가를 떠올리면서 옷을 만들지 않는다.
Q. 패션 디자이너로서 가장 기뻤던 순간과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언제인가요?
생산 작업이 가장 힘들다 하하. 이제 시작한 브랜드라서 아직은 생산 단계의 인프라가 완벽하게 갖춰져 있지 않다. 생산을 맡길 공장을 알아보거나 원단을 구하는 과정 등이 어렵다. 가장 행복할 때는 옷이 완성된 순간이다. 정말 행복하다.
Q. 디자이너로서 롤모델이 있다면.
정욱준 선배님을 존경한다. 어릴 적부터 선배님 쇼를 많이 봤다 하하. 아직 실제로 뵌 적은 없지만 만약 만나게 된다면 컬렉션을 준비할 때 어떻게 콘셉트를 잡는지 물어보고 싶다. 디자이너들은 일을 풀어나가는 과정이 모두 다르다.
저는 사진전이나 영화를 보면서 패션의 영감을 얻는 편. 가장 최근에 본 영화는 미카엘 하네케의 ‘하얀 리본’이다. 영화 속 복식사를 보면 디자인 구상에 큰 도움이 된다.
Q. 가장 욕심나는 쇼는?
런던에서 공부를 해서 그런지 런던 패션위크 무대에서 제 옷을 꼭 한 번 보여주고 싶다.
Q. 대중이 ‘하이니크’를 어떻게 기억해주길 바라나요?
오래 입을 수 있는 좋은 옷. 패션 디자이너 중에서는 아트 피스에 집중하는 분들이 있고 이에 웨어러블 한 요소를 더하는 분들도 있다. 저는 웨어러블 한 디자인에 집중하는 편. 사람들이 옷을 입었을 때 불편하지 않고 다양한 시즌에서 입을 수 있도록 다른 패션 아이템과 매치가 수월한 의상을 만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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