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빔]휠 1인치와 BMW 연비과장의 진실

입력 2017-05-01 10:30   수정 2017-05-25 1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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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흔히 자동차 연료효율의 3요소로 무게, 저항, 운전습관을 꼽는다. 이 중 실제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치는 건 바로 '사람(운전습관)'이다. 무게와 저항이 같은 차종을 두고 표시연비를 측정할 때 산업부의 인증과 국토부의 검증시험 결과에 차이가 나는 것도 시험운전을 사람이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사람마다 천차만별인 운전습관을 빼면 무게와 저항이 효율에 미치는 영향은 얼마나 될까.

 기본적으로 무거울수록 그리고 저항(공기저항, 마찰저항)이 높을수록 효율은 불리하기 마련이다. 따라서 각 제조사마다 경량화는 물론 공기저항이 적은 디자인, 마찰력이 낮은 타이어를 적용하려고 노력한다. 그러나 같은 저항이라도 타이어 저항은 늘 선택의 몫으로 남는다. 노면 밀착력과 저항은 곧 '트레이드 오프(trade off)', 이른바 대척관계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마찰력이 낮은 타이어는 노면과 접지력이 떨어져 코너링 등에서 불리한 반면 효율은 유리하다. 그래서 제조사는 언제나 타이어를 선택할 때 적지 않은 고민을 하고, 고민의 무게를 줄이는 방법으로 타이어 크기를 나눈다. 같은 차종이라도 17인치, 18인치, 19인치 등을 두는 배경이다.  

 타이어 1인치, 즉 2.54㎝의 차이가 효율에 미치는 영향력은 어느 정도일까. 이와 관련, 지난 2010년 미국의 대표적인 자동차전문지 카앤드라이버는 의미있는 실험을 진행했다. 폭스바겐 골프에 다양한 크기의 타이어를 끼워 효율 차이를 비교했던 것. 그 결과에 따르면 같은 종류의 타이어일 때 17인치와 18인치의 연료효율은 각각 ℓ당 9.7㎞와 9.3㎞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차이가 나오는 건 타이어 크기보다 휠이 커지면서 무게가 늘어난 영향이 더 크다고 입을 모은다. 실제 해당 실험에서 17인치 휠은 21.7㎏인 반면 18인치는 23.1㎏이었다. 휠 하나의 무게 차이가 1.4㎏인 만큼 네 바퀴에 모두 적용하면 자동차의 중량 자체가 5.6㎏ 늘어난다. 따라서 이 같은 무게 부담이 효율에 차이를 발생시켰다는 해석을 내놓는다.
 
 무게가 연비에 미치는 영향력은 결코 적지 않다. '2030 자동차의 미래(한국자동차공학회)'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자동차의 무게가 1% 줄어들면 효율은 0.7% 올라간다. 2,000㎏의 무게로 ℓ당 10㎞의 효율이라면 1,980㎏이 될 때 효율은 10.07㎞로 좋아진다는 얘기다. 반면 2,020㎏으로 늘면 효율은 9.93㎞로 떨어진다. 따라서 17인치와 18인치 타이어 간 효율 차이의 가장 큰 원인은 휠의 무게에서 찾아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다. 

 이런 가운데 최근 BMW가 5시리즈의 표시연비 시험을 받을 때 17인치 타이어를 사용한 게 논란이 됐다. 판매는 18인치로 하되 효율은 17인치로 받았다는 것. 이를 두고 일부 매체는 '연비과장'이라는 자극적인 표현까지 썼다. 그러나 BMW는 이 점을 감안해 17인치로 표시연비 측정을 받을 때 무게에 따른 주행저항값을 높게 설정했다고 해명했다. 17인치보다 훨씬 큰 19인치에 해당하는 타이어 무게저항값을 제출했다는 것. 시험을 위해 들어온 제품은 17인치가 전부였지만 훗날 18인치와 19인치 판매를 감안해 저항값(타이어와 노면의 마찰력)을 높였고, 이 사실을 정부에 신고하고 허가도 취득했다. 이 점이 배제된 채 '연비과장'이란 말을 들었으니 아쉬움이 많다는 게 BMW측 입장이다.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어도 소비자에 대한 정보 제공 차원이라면 가급적 정확한 숫자를 표시하는 게 올바른 방법이긴 하다. 과거 현대자동차도 16인치와 17인치, 18인치 타이어 규격을 표시하지 않고 효율을 기재했다가 같은 곤욕을 치렀다. 당시에도 법적 문제는 없었지만 불필요한 오해가 생겼다는 점에서 그 이후 표시연비에 타이어 크기도 같이 넣었다. 

 그래서 이번 BMW 5시리즈 '연비과장'을 바라보는 전문가들은 별다른 설명을 내놓지 않는다. 이미 주행저항값에 모든 조건을 감안해서다. 그래도 오해는 없애는 게 상책이다. 연비과장은 아니더라도 타이어 사이즈 표기는 해주는 게 정확한 정보 제공이다.
 






구기성 기자 kksstudio@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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