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적으로 무거울수록 그리고 저항(공기저항, 마찰저항)이 높을수록 효율은 불리하기 마련이다. 따라서 각 제조사마다 경량화는 물론 공기저항이 적은 디자인, 마찰력이 낮은 타이어를 적용하려고 노력한다. 그러나 같은 저항이라도 타이어 저항은 늘 선택의 몫으로 남는다. 노면 밀착력과 저항은 곧 '트레이드 오프(trade off)', 이른바 대척관계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마찰력이 낮은 타이어는 노면과 접지력이 떨어져 코너링 등에서 불리한 반면 효율은 유리하다. 그래서 제조사는 언제나 타이어를 선택할 때 적지 않은 고민을 하고, 고민의 무게를 줄이는 방법으로 타이어 크기를 나눈다. 같은 차종이라도 17인치, 18인치, 19인치 등을 두는 배경이다.
타이어 1인치, 즉 2.54㎝의 차이가 효율에 미치는 영향력은 어느 정도일까. 이와 관련, 지난 2010년 미국의 대표적인 자동차전문지 카앤드라이버는 의미있는 실험을 진행했다. 폭스바겐 골프에 다양한 크기의 타이어를 끼워 효율 차이를 비교했던 것. 그 결과에 따르면 같은 종류의 타이어일 때 17인치와 18인치의 연료효율은 각각 ℓ당 9.7㎞와 9.3㎞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차이가 나오는 건 타이어 크기보다 휠이 커지면서 무게가 늘어난 영향이 더 크다고 입을 모은다. 실제 해당 실험에서 17인치 휠은 21.7㎏인 반면 18인치는 23.1㎏이었다. 휠 하나의 무게 차이가 1.4㎏인 만큼 네 바퀴에 모두 적용하면 자동차의 중량 자체가 5.6㎏ 늘어난다. 따라서 이 같은 무게 부담이 효율에 차이를 발생시켰다는 해석을 내놓는다.
무게가 연비에 미치는 영향력은 결코 적지 않다. '2030 자동차의 미래(한국자동차공학회)'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자동차의 무게가 1% 줄어들면 효율은 0.7% 올라간다. 2,000㎏의 무게로 ℓ당 10㎞의 효율이라면 1,980㎏이 될 때 효율은 10.07㎞로 좋아진다는 얘기다. 반면 2,020㎏으로 늘면 효율은 9.93㎞로 떨어진다. 따라서 17인치와 18인치 타이어 간 효율 차이의 가장 큰 원인은 휠의 무게에서 찾아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다.
이런 가운데 최근 BMW가 5시리즈의 표시연비 시험을 받을 때 17인치 타이어를 사용한 게 논란이 됐다. 판매는 18인치로 하되 효율은 17인치로 받았다는 것. 이를 두고 일부 매체는 '연비과장'이라는 자극적인 표현까지 썼다. 그러나 BMW는 이 점을 감안해 17인치로 표시연비 측정을 받을 때 무게에 따른 주행저항값을 높게 설정했다고 해명했다. 17인치보다 훨씬 큰 19인치에 해당하는 타이어 무게저항값을 제출했다는 것. 시험을 위해 들어온 제품은 17인치가 전부였지만 훗날 18인치와 19인치 판매를 감안해 저항값(타이어와 노면의 마찰력)을 높였고, 이 사실을 정부에 신고하고 허가도 취득했다. 이 점이 배제된 채 '연비과장'이란 말을 들었으니 아쉬움이 많다는 게 BMW측 입장이다.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어도 소비자에 대한 정보 제공 차원이라면 가급적 정확한 숫자를 표시하는 게 올바른 방법이긴 하다. 과거 현대자동차도 16인치와 17인치, 18인치 타이어 규격을 표시하지 않고 효율을 기재했다가 같은 곤욕을 치렀다. 당시에도 법적 문제는 없었지만 불필요한 오해가 생겼다는 점에서 그 이후 표시연비에 타이어 크기도 같이 넣었다.
그래서 이번 BMW 5시리즈 '연비과장'을 바라보는 전문가들은 별다른 설명을 내놓지 않는다. 이미 주행저항값에 모든 조건을 감안해서다. 그래도 오해는 없애는 게 상책이다. 연비과장은 아니더라도 타이어 사이즈 표기는 해주는 게 정확한 정보 제공이다.
구기성 기자 kksstudio@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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