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자동차 표시연비 단위는 기름 1ℓ를 넣고 주행가능한 거리를 ‘㎞’로 표시하는 방식을 쓴다. 이에 따라 연간 주행거리에 따른 기름 소요 비용을 계산해놨으나 전기차는 비용이 나와 있지 않아 소비자들이 혼선을 일으키고 있다.
29일 에너지관리공단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ℓ’로 나타내는 효율을 기준할 때 연간 1만 5,000㎞ 주행을 가정하면 필요한 연료량(ℓ)이 나오고, 여기에 가격을 곱하면 연간 연료소모 비용을 알 수 있다. 동시에 효율을 측정할 때 배출한 이산화탄소를 함께 적은 라벨을 자동차에 부착하는 게 ‘자동차 표시연비제도’의 내용이다. 전기차를 제외한 다른 연료 차종들은 연간 기름 소용 비용이 모두 표시돼 있다.
반면 에너지관리공단 내 수송부문 표시연비만 보면 국내에 판매하는 전기차의 연간 에너지 비용은 ‘0원’으로 적혀 있다. ㎾h당 313원의 충전비용이 발생하지만 기름을 쓰는 자동차와 달리 연간 비용은 계산돼 있지 않다. 해마다 달라지는 EV 충전비용의 혼선을 줄이기 위한 조치일 수 있지만 소비자 입장에서 EV 구매 때 연간 전력 사용료를 가늠할 수 없어 불편함을 제기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예를 들어 기아자동차 쏘울 EV의 복합 기준 에너지 소비효율은 ㎾h당 5.2㎞이고, 이 차가 연간 1만5,000㎞를 주행하려면 2,884㎾h의 전력이 든다. 이를 충전비용으로 환산하면 90만2,692원이다. 또 1만5,000㎞를 주행하려면 1회 최장 주행거리가 180㎞인 만큼 83회를 충전해야 한다.
업계에선 EV를 타는 사람의 경우 크게 비용과 환경 두 가지를 고려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우선하는 건 역시 에너지비용이다. 기름에 비해 전기료가 싸고, 엔진오일 교환 등의 유지비가 대폭 줄어드는 점을 소비자들이 주목한다는 의미다. 그럼에도 에너지효율제도를 운영하는 에너지관리공단이 EV의 에너지 소요 비용을 표시하지 않은 건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완성차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구매자들이 연간 소요 비용을 많이 물어본다”며 “에너지관리공단 홈페이지에 기름 연료는 비용을 계산해놨지만 전기차는 ‘0’원으로 돼 있어 전기료가 공짜냐는 질문까지 할 정도”라고 설명했다.
한편, 최근 자동차회사의 전기차 접근법은 1회 충전 후 주행거리 확장이다. 정부가 직접 예산을 투입, 인프라를 늘려 가는 속도가 더디자 고용량 배터리를 붙여 충전횟수를 줄이는 쪽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는 것. 어차피 공장에서 생산하는 만큼 어떻게든 많이 팔아야 이익이 남고, 그러자면 더디게 늘어가는 충전기를 찾아 헤매는 불편함을 덜기 위해 차라리 충전횟수를 줄이는 게 낫다고 판단해서다.
권용주 기자 soo4195@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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