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현주 기자] 서른 살 권지용의 진짜 모습은 빛이 났다.
지드래곤의 솔로콘서트 ‘G-DRAGON 2017 CONCERT: ACT Ⅲ, M.O.T.T.E’가 10일 서울 마포구 상암 월드컵 경기장에서 개최됐다.
2009년 ‘Shine a light’, 2013년 월드투어 콘서트 ‘One of a Kind’에 이은 3번째 솔로 콘서트에서는 그 동안 아시아를 넘어 세계적인 영향력을 가진 아티스트로 성장한 지드래곤의 위상을 확인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이날 공연은 아티스트 지드래곤, 서른 살 권지용의 인생 제3막에 대한 이야기를 담아냈다. 공연은 지드래곤 솔로 1집 앨범의 ‘HEARTBREAKER’, ‘BREATHE’로 막을 열었다.
지드래곤은 자신을 보러 와준 관객들에게 “안녕하세요 권지용입니다. 여러분은 지금 인간 권지용이라는 사람의 첫 번째 콘서트를 관람하고 계십니다”라며 손키스와 함께 인사를 전했다.
이어 “며칠 전에 앨범이 나왔는데 많은 곳에서 1위를 했다고 한다. (앨범을 준비하면서) 정신적으로나 심신적으로 힘들었는데 좋은 소식을 들어서 좋았다. 이번 콘서트 명이 ‘모태’인데 말그대로 (콘서트를) 못할 뻔했다. 덕분에 무사히 공연을 열 수 있게 돼서 감사드린다”며 팬들에게 감사인사도 잊지 않았다.
이에 스탠딩석부터 경기장 3층까지 가득 차 있던 팬들은 ‘뱅봉’이라 불리는 빅뱅을 상징하는 노란 왕관이 달린 야광봉을 흔들며 큰 함성을 보내왔다. 세계 각국에서 모여든 아시아 팬들부터 열광적으로 응원하는 남성 팬들까지 성별과 국적을 초월한 지드래곤의 인기를 보여줬다.
그 함성에 보답하듯 지드래곤은 ‘소년이여’, ‘미치GO’, ‘ONE OF A KIND’의 공연을 이어갔다. 춤선이 예쁘다고 소문난 그만의 그루브에는 여유가 넘쳤다. 누군가에게는 대충 추는 듯 해보일수도 있겠지만 어떤 칼군무보다 더 시선이 집중됐고, 공연 분위기에 흠뻑 빠져들 수 있었다.
특히 ‘THE LEADERS’ 무대에는 같은 소속사인 CL이 깜짝 게스트로 나와 콘서트장을 더욱 뜨겁게 만들었다. 이번 무대를 위해 섹시한 의상을 입은 CL의 모습을 보고 지드래곤은 부끄러운 듯 손으로 얼굴을 가리면서 고개를 돌려 귀여운 모습을 보이면서도 노래를 하다가 CL의 머리카락을 만지는 섹시한 손짓에 팬들의 부러운 함성은 계속됐다.
깜짝 콜라보 무대는 이뿐만이 아니었다. 이어진 무대 ‘PALETTE’에서는 아이유가 함께 했다. 현장 분위기는 점점 고조됐고, 지드래곤의 ‘지은아 오빠는 말이야~’하는 랩에서 팬들의 함성은 절정에 달했다.
아이유는 “이번 콘서트를 통해 지드래곤 씨와 함께한 ‘PALETTE’ 무대를 처음 선보였다. 피처링 해주셔서 큰 도움이 됐다”며 연신 감사인사를 전했다. 이에 지드래곤은 “얼마 전 아이유 씨가 제 얼굴이 붙어있는 소주가 가득 담긴 냉장고를 선물로 보내줬다. 입대 전까지 다 마시라더라”고 덧붙이고 ‘MISSING YOU’까지 함께 무대를 꾸몄다.
이번 콘서트 타이틀인 ‘M.O.T.T.E’는 ‘MOMENT OF TRUTH THE END’의 약자로 진실의 순간, 진실 그 자체를 의미한다. 그렇기에 진짜 권지용의 모습을 관객들에게 한 걸음 더 가까이 보여주고 싶었던 이번 콘서트에서는 지드래곤 주변인들의 영상을 준비했다.
영상은 ‘당신에게 지드래곤이란?’, ‘당신에게 권지용이란?’이라는 두 가지 질문을 던지고 빅뱅 멤버인 태양을 시작으로 CL, 싸이, 정형돈, 유명 디자이너들, 스태프들, 가족들이 답하는 형식이었다.
이들이 말하는 지드래곤은 “흔한 셀럽”, “지느님”, “아주 특별한 제자”, “광팬이자 희망”등의 모습이었다. 반면에 이들에게 권지용은 “귀여운 철부지 동생”, “따뜻하고 정이 많은 그리고 노는 것을 좋아하는”, “NO가 없다. 언제나 YES만 하는”, “인생에서 없어서는 안 될 존재” 등 아티스트 지드래곤과는 다른 인간 권지용의 모습을 말했다.
음악, 패션, 문화계 전반에 걸쳐 파급력을 지닌 ‘타고난 연예인 중 연예인’ 지드래곤은 늘 새롭고 화려했으며, 이름만으로도 돋보이는 존재감을 나타내는 아티스트다. 빅뱅의 리더로서 팀을 이끌며 수많은 히트곡들을 탄생시켰고, 그런 그에게 대중들은 기대감을 가질 수밖에 없다.
이런 현실 속에서 지드래곤은 “어느 순간 대중들에게 지드래곤이라는 이름으로 서다보니 과연 권지용이라는 친구는 어떤 모습인가 궁금했다. 이번 앨범을 준비하면서 내 자신의 몰랐던 부분, 잊고 있었던 부분을 깨닫게 해준, 나를 돌아보게 된 시간이 됐다”며 이번 앨범을 준비한 소감을 전했다.
이어 “이번 콘서트를 준비하면서 가장 중점을 둔 것은 덜 꾸민 상태인, 많이 걷어낸 권지용을 보여주는 게 목표였다. 사실 내 모습 중 하나인 지드래곤은 굉장히 화려하고 많이 과장된 이미지의 가수다. 그래서 무대를 최대한 단조롭게 꾸미려했고, 공연 순서도 첫 앨범 때부터 짰다”고 밝혔다.
아울러 이번 앨범 ‘권지용’의 수록곡인 ‘SUPERSTAR’를 부르고 난 뒤 지드래곤은 진솔한 이야기를 전했다.
“사실 하루하루 너무 감사한 나날들을 보내고 있다. 그 누가 봐도 행복한 나날을 지내고 있는데... 진짜 꿈속에서 사는 듯한 기분이다. 너무 좋은데 뭐가 꿈인지 현실인지 그런 이상한 기분이 들 때가 있다. 계속해서 초심을 찾으려고 노력 중이다. 물론 긍정적인 편이니까 잘될 거라 믿는다. 앞으로 (대중들이) 어떤 모습을 좋아하는지 모르겠지만... 멋을 부렸지만 안 부린 척하는 권지용이건 화려한 지드래곤이건 그 누구건 지켜봐주셨으면 좋겠다.”
‘SUPERSTAR’에 이어 이번 콘서트를 통해 지드래곤은 ‘INTRO. 권지용’, ‘개소리’, ‘OUTRO. 신곡’까지 선보였다. 그의 진심이 담긴 목소리에서 성장통을 느끼는 여느 어른이들과 같은 고민과 고독을 안고 살아가는 인간 ‘권지용’의 진솔함이 전해졌다.
그런가 하면 지드래곤이 마지막 곡이라 설명했던 ‘OUTRO. 신곡’이 끝나자 지드래곤은 무대에서 사라졌고 조명은 모두 꺼졌다. 암흑 속 노란 야광봉의 불빛들만 빛나고 있는 순간, 팬들은 ‘1년 정거장’을 부르기 시작했다. 1절을 마치고 2절이 끝나가도록 불러도 지드래곤의 모습이 보이지 않자 팬들은 그의 본명인 ‘권지용’을 목청껏 외쳤다.
이에 지드래곤은 음악 멜로디가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THIS LOVE’를 부르며 앙코르 무대를 펼쳤다. 이어서 ‘삐딱하게’가 나왔을 땐 팬들 모두 일어나 함께 즐겼다. 그런 팬들을 보며 무대를 즐기는 지드래곤의 모습이 참 행복해보였다. 부끄러움을 많이 타는 그가 손하트를 날리기도 했으니 말이다.
그렇게 ‘삐딱하게’를 마치고 지드래곤은 고생한 스태프들을 소개하면서 “함께해주신 VIP분들에게 모든 영광을 돌린다. 잘 가”라는 인사를 전했지만, 곧 “우리 모두 힘냅시다”라는 말과 함께 마지막 곡으로 이번 앨범의 타이틀곡 ‘무제’를 선보였다.
이날 콘서트를 시작으로 월드투어를 이어나갈 지드래곤은 “앞으로 있을 콘서트 때문에 매주 주말마다 외국에 나가 있을 것 같다. 그래서 방송을 많이 못할 것 같은데 양해 부탁드리고... 내년에 군대를 가서 이번이 정말 마지막이 될 수도 있다. 갔다 오면 서른 둘? 셋? 정도 될 텐데 매니큐어도 못 바를 것 같다”며 끝까지 팬들과 소통하는 모습을 잃지 않았다.
화려한 지드래곤의 모습보다 진짜 ‘권지용’의 목소리와 모습이 더 빛이 났던 이번 ‘G-DRAGON 2017 CONCERT: ACT Ⅲ, M.O.T.T.E’는 이렇게 막을 내렸다.
한편, 지드래곤은 10일 개최된 서울 콘서트 이후로 아시아 3개 도시(마카오, 싱가포르, 방콕), 북미 8개 도시(시애틀, 산호세, 로스엔젤레스, 휴스턴, 시카고, 마이애미, 뉴욕, 토론토), 오세아니아 4개 도시(시즈니, 브리즈번, 멜버른, 오클랜드), 일본 3개 도시(후쿠오카, 오사카, 도쿄) 돔 투어 등 총 19개 도시에서 솔로 월드투어를 이어간다. 추후 개최 도시가 추가될 예정이다.(사진제공: YG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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