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재 기자 / 사진 백수연 기자] 송강호가 택시를 운전한다.
영화 ‘택시운전사(감독 장훈)’의 제작보고회가 6월20일 오전 서울시 강남구 CGV 압구정에서 개최됐다. 이날 현장에는 장훈 감독, 송강호, 유해진, 류준열이 참석했다.
‘택시운전사’는 1980년 5월 서울의 택시 운전사가 통금 시간 전까지 광주에 다녀오면 큰 돈을 준다는 말에 독일 기자를 태우고 아무것도 모른 채 광주로 가게 된 이야기를 그리는 웃음과 감동의 드라마로, 영화 ‘영화는 영화다’를 비롯 ‘의형제’ ‘고지전’을 연출했던 장훈 감독의 네 번째 상업 영화 연출작이라는 점이 관심을 불러 모은다.
송강호가 손님을 태우고 광주로 간 택시 운전사 김만섭 역을, 토마스 크레취만이 광주를 취재하러 온 독일 기자 위르겐 힌츠페터/피터 역을, 유해진이 정 많은 광주 택시 운전사 황태술 역을, 류준열이 꿈 많은 광주 대학생 구재식 역을 맡았다. 이 밖에 박혁권이 최기자를, 최귀화가 사복조장을 연기했다.
장훈 감독은 “지난 2003년 위르겐 힌츠페터 기자님이 송건호 언론상을 수상하시면서 ‘같이 동행했던 택시 기사와 광주 시민들의 도움이 없었으면 광주 취재 영상이 세상에 알려지지 않았을 것’이라는 감사의 표현을 하셨다”라며, “거기에서부터 출발한 영화다. 언론이 통제되고 있는 시기라 대다수의 국민들은 광주의 실상을 모르고 있었는데, 같이 동행한 택시 기사는 과연 가서 보고 어떤 느낌을 받았을지 궁금했다. 이 영화는 우리와 같은 보편적인 한 인물의 심정을 따라가는 이야기다. 그래서 제목이 ‘택시운전사’다”라고 작품을 소개했다.
현장의 주인공은 송강호였다. 그는 영화 ‘넘버3’ 조필 역을 비롯 약 20년간 한국 영화계와 같은 숨을 내쉬어왔다. 한국형 블록버스터의 시초 ‘쉬리’, 남북 긴장 관계의 해빙작 ‘공동경비구역 JSA’, 봉준호 감독의 마스터피스 ‘살인의 추억’, 김지운 감독의 웨스턴 활극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국민과 주권을 울부짖은 ‘변호인’ 등 송강호 이름 석 자가 주는 무게감이 상당한 것이 사실. 게다가 이번 영화는 ‘5.18 민주화 운동’을 소재로 다뤘다. 송강호와 대한민국 민주화 운동의 결합. 취재진의 손이 바쁘게 움직였다.
#송강호, ‘택시운전사’를 만나다
이번 작품에서 송강호가 연기했던 택시 운전사 김만섭은 독일 기자 위르겐 힌츠페터를 데리고 서울에서 광주로 내려간다. 당시의 광주는 ’5.18 민주화 운동’이 전개되고 있는 상황.
먼저 MC 박경림의 “처음에는 작품을 거절했다고 들었다”라는 질문에 송강호는 “무슨 자랑도 아니고. 사실이니까 말씀드린 것뿐이다”라며, “아무래도 너무 아픈 현대사로 다가오기 때문에 마음에 부담감이 있었다. 나쁜 부담감은 아니었다. 좋은 부담감인데, 큰 역사의 부분을 감당하기에 송강호라는 배우의 자질이 과연 감당할 수 있을지 두려웠다. 건강한 부담감이라고 표현하고 싶은데, 조금 부담스러웠던 것은 사실이다”라고 답했다.
더불어 송강호는 “변호인도 마찬가지였지만,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이야기가 마음 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점점 더 커졌다. 힘들겠지만, 뜨거웠던 열정과 열망을 많은 분들과 같이 공유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라고 덧붙였다.
#유해진-류준열-‘단발머리’, 송강호를 만나다
송강호는 영화 경력 약 20년에 수렴하는 배우다. 선망의 대상일 수밖에 없다.
유해진은 송강호와의 첫 공연에 관해 “그 라면 광고 말고는 처음이다. 처음 했다고 하면 놀라는 분들이 많다”라며 현장을 웃음바다로 만든 뒤, “너무 입에 발린 소리 같아서 그렇지만, 많은 영화 하시는 분들이 송강호 선배님과 하기를 원하신다. 나 역시 그랬다. 예전에 ‘의형제’ 때 양수리 세트장에 직접 가서 송강호 선배님 연기를 봤다. 붐 맨, 동시 녹음하시는 분 뒤에서 훔쳐보고 그랬다. 이번에 강호 선배랑 하게 돼서 정말 영광이고 많은 것을 배웠다”라고 ‘팬심’을 드러냈다.
이어 류준열은 송강호와의 공연을 버킷 리스트로 표현했다. “젊은 배우라면 송강호 선배님, 유해진 선배님과 작품하는 것은 꼭 이루고 싶은 작은 버킷 리스트다. 일단 극장에서 같은 영화를 두 번 봤는데 그것이 ‘괴물’이었다. 그래서 강호 선배님이랑 함께 한다는 것은 벅찬 경험이었다. 촬영장에서 툭툭 한 마디씩 해주시는 농담 혹은 조언이 촬영 끝나고 숙소 가서 누워있으면 하나씩 생각났다. 감동적인 순간들이 많았다.”
송강호는 “이런 자리니까 덕담으로 하시는 말씀들인 것 같다. 내가 특별히 잘해준 것 같지도 않다”라고 겸손을 표시했다. 이어 그는 “이렇게 어려운 영화에, 어려운 작품에 흔쾌히 열정적이고 뛰어난 연기를 보여주신 후배 분들에게 정말 감사하고 대견스러운 마음이다. 굳이 이런 말씀을 안 드려도 두 분은 워낙 많은 사랑을 받으시는 분들이다. 사랑 받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런 것들이 ‘택시운전사’라는 작품을 통해서 여러분에게 풍성하게 보일 것 같다”라고 화답했다.
송강호의 힘은 후배들뿐만 아니라 조용필에게도 통했다. 장훈 감독은 “영화 초반에 ‘단발머리’가 나오는데, 뭔가 김만섭 캐릭터도 설명하면서 당시 시대 안으로 관객들을 데리고 들어갈 수 있는 가장 최적의 곡이라고 생각했다”라며, “주변에서 보통 영화 삽입곡으로는 허락을 안 하시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이야기해서 어려움을 예측했다”라고 운을 뗐다.
하지만 송강호의 힘은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꿨다고. 장훈 감독은 “프로듀서가 배우는 송강호 선배님이 하신다고 말씀드렸더니 정말 흔쾌히 된다고 하시더라. 아마 송 선배님에 대한 신뢰가”라고 일화를 소개했다. 이에 송강호는 “시나리오를 보시고 허락해주신 것 같다”라며 부정한 뒤, “한국 영화에서 명곡들이 신나게 흘러나온다는 것은 관객 입장에서 굉장히 반갑다. 시대의 분위기나 공기를 상징적으로 표현하는 데 좋은 효과가 아닌가 싶다”라고 덧붙였다.
#8월 극장가, ‘5.18 민주화 운동’을 만나다
‘5.18 민주화 운동’은 대한민국의 아픈 역사다. 지난 1980년 5월18일부터 27일까지 전라남도 광주시에서 일어났던 민주화 운동은 37년 후의 8월 극장가를 찾아온다.
송강호는 “그때(‘5.18 민주화 운동’) 당시에 중학교 2학년이었다. 라디오로 비극적인 소식을 들었지만, 사실은 언론 통제된 다 가짜 뉴스였다. 그래서 한동안 국가에서 교육시키는 대로 이 비극을 알고 있었다”라며, “오랜 세월이 지나면서 정말 아프고, 정말 잊지 못할 그 아픔을 지닌 본질을 알게 됐다. 특히, 지금은 안타깝게 돌아가셨지만, 위르겐 힌츠페터 기자 분의 용기와 진실에 대한 어떤 열정. 이런 것들을 알게 되면서 배우로서도 숭고한 마음을 가지게 됐다”라고 항쟁을 회상했다.
또한, 그는 “‘택시운전사’는 1980년 광주를 다루고 있지만, 굉장히 유쾌하고 밝은 영화다”라고 작품을 소개했다. “과장되도록 밝게 간 것은 아니지만, 그런 지점들이 관객 분들에게 많은 편안함을 주지 않을까 싶다. 어떻게 보면 이 영화가 가장 중요하게 이야기하는 것은 비극과 아픔을 되새기는 것이 아닌 희망이다. 그래서 그 아픈 역사와 비극을 통해서 대한민국이라는 우리 큰 사회의 희망, 크든 작든 희망을 노래하지 않았나 싶다. 포스터의 환한 웃음은 ‘택시운전사’의 궁극적 지향점이다.”
제작보고회의 끝인사에서 송강호는 “‘택시운전사’의 소재가 아무래도 배경이 아픈 역사를 이야기하다 보니까 관객 분들이 영화 자체를 정치적으로 혹은 무게감 있게 생각하실까 걱정된다. 사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라고 영화의 보편성을 강조했다. “이 영화도 다른 어떤 대중 영화와 차이점이 없다. 사람들의 이야기다. 정말 기분 좋게 영화 한 편을 보신다고 생각하신다면 훨씬 많은 감흥이 있을 것이다. 어떤 선입견 없이 가볍게 생각해주시면 감사하겠다.”
영화가 오락 대신 역사로서 다가오는 송강호의 우려는 기우가 아니다. 기자 또한 ‘택시운전사’의 제작보고회를 맞아 ‘5.18 민주화 운동’을 재차 확인하고 영화관으로 발걸음을 옮겼으니 말이다. 송강호의 해학이 ‘택시운전사’의 배경을 중화시킬지라도, 그해 5월18일은 개인의 재능과 노력으로 감쌀 수 않는 시대의 비극이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시대라는 외적인 부분은 좋은 영화를 향한 한 걸음일 수 있다. 배우는 외(外)를 걱정했지만, 결국 영화는 내외(內外)가 결합돼야 비로소 완성된다. 외는 이미 충분하다. 과연 ‘택시운전사’는 이에 못지않은 내를 지니고 있을까. 영화 ‘택시운전사’는 8월 중 개봉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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