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미애 기자] “있는 그대로, 시청자와 함께 늙어가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80년대 누구보다 화려했던 배우 김보연도 어느덧 환갑을 맞았다. 1978년 MBC 드라마 ‘당신’에서 뇌종양을 앓는 여고생 역을 맡아 스타덤에 오른 그도 세월은 빗겨나갈 수 없으니, 자연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여전히 김보연은 아름다웠다. ‘시크’, ‘우아’, ‘화려함’을 콘셉트로 진행된 화보 촬영도 멋들어지게 소화했다. 일주일에 적어도 3일, 운동에 시간을 할애하는 자기관리 덕에 특별히 피부 관리를 받지 않고도 미모를 유지하고 있다.
“나이가 들수록 얼굴에 대한 자신감은 떨어지지만 그래도 시청자와 함께 세월을 보내고 싶다. 보톡스나 레이저 등 특별한 관리는 안 받는다. 시간이 흐르면 자연스럽게 엄마 역할을 맡게 되고 더 세월이 지나면 할머니 연기를 할 텐데 10년 젊어 보이는 게 무슨 소용일까요.”
김보연은 세월 뒤에 숨지 않았다. 억지로 젊음을 부여잡기보다는 지금의 나이에 맞는 모습으로 연기를 이어가는데 의미를 두고 있다. “아무래도 지금은 엄마 역할을 많이 하고 있다. MBC ‘황금물고기’부터 ‘신들의 만찬’, ‘몬스터’에서 강하고 화려한 엄마를 연기했다. 사실 저는 조용한 연기를 좋아한다. 소리 지르는 게 힘들다. 머리채 잡는 것도 어색하다.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다가 스스로 멈칫하곤 한다. 괜스레 멋쩍다”고 웃으며 말했다.
카리스마 있는 캐릭터를 지속적으로 해온 만큼 김보연의 이미지는 ‘조용’보다는 ‘시크’에 가깝게 느껴졌다. “제가 아무 말없이 가만히 앉아있으면 인상이 매우 차가워 보여서 후배들도 저를 어려워했다. 그래서 제가 먼저 다가갔다. 이제는 후배들과 정말 가깝게 지내는 편. 배우 이태곤과 박기웅은 저를 누나라고 부른다”며 말을 이어갔다.
김보연은 MBC ‘당신은 너무합니다’에서 이전과는 사뭇 다른 수수한 캐릭터로 등장하고 있다. 그는 “화장기 없는 뽀글 머리 아줌마 역할을 해보고 싶었다. 정말 서민적인 캐릭터다. 백미숙을 연기할 때는 메이크업도 매우 살짝 한다. 남자 배우들보다 화장이 옅다. 민낯에 가깝다”고 전했다.
김보연은 40년 넘게 배우의 길을 걸어왔지만 그의 어릴 적 꿈은 배우가 아닌 가수였다. “배우가 된 후 앨범을 몇 장 발매하면서 꽤 인기를 끌었다. 노래에 대한 미련은 아직 남아있다. KBS ‘불후의 명곡’에서 섭외가 들어왔지만 완벽한 상태로 무대에 서고 싶어서 고민 중이다”라며 과거를 떠올렸다.
“가수가 되고 싶었지만 가수의 길은 막막했다. ‘일단 방송국에 들어가자’는 생각으로 MBC 공채 탤런트에 지원했고 1등으로 합격했다. 김수현 선생님의 드라마 ‘당신’에 캐스팅된 덕분에 저는 고생도 안 하고 스타덤에 올랐다. 눈뜨고 나니 스타 김보연이 되어있었다. ‘당신’에서 노래 부르는 장면이 있었고, 그때 음반사에서 러브콜이 참 많이 들어왔다. 그렇게 어린 나이에 돈을 많이 벌었다.”
앞으로 연기하고 싶은 캐릭터는 무엇일지 궁금했다. 김보연은 “바보 연기를 한 번쯤 해보고 싶다. 잘 할 자신 있다. 그리고 엄마, 할머니 역할이라도 개성이 뚜렷한 캐릭터를 맡고 싶다. ‘누구의 엄마’가 아닌 나 자신에게 포커스가 맞춰진 작품을 하고 싶다. 자식들은 우리들이 10대, 20대, 30대 시절이 없었던 것처럼 생각하곤 하지만 우리에게도 젊은 시절은 있었다. 우리에게도 이런 순간이 있었다는 걸 보여줄 수 있는 작품을 해보고 싶다”고 답했다.
김보연은 지금껏 많은 후배 배우들과 호흡을 맞췄지만 배우 하지원은 남달랐다. “하지원을 보면 내 옛날 모습이 떠오르곤 한다. 예전에는 무술을 하는 여배우가 드물었지만 저는 태권도 유단자였다. MBC 드라마 ‘다모’에서 하지원을 처음 봤는데 그때 하지원의 모습을 보면서 ‘내가 젊었다면 저 역할은 내가 했을 텐데’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또한 “하지원과 KBS ‘황진이’에 같이 출연했는데, 모든 스태프들에게 인사를 너무 잘하더라. 보조출연자까지 다 챙기더라. 하지원의 그런 모습을 보고 정말 놀랐다. 굉장히 멋있었다. 하지원은 배우로서 매우 멋지게 성장할 것 같다. 정신이 건강한 배우다”라며 칭찬을 이어갔다.
예능에 관심은 없는지 궁금했다. 김보연은 “예능에 대해 생각을 해본 적은 없지만 tvN ‘윤식당’을 보면서 한 번쯤 나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리를 정말 못하지만(웃음). 못해도 열심히 하면서 음식을 만들어가는 모습이 재미있을 것 같다. 가장 자신 있는 요리는 계란 프라이다”고 답했다.
기획 진행: 임미애, 신연경
포토: 김태양
한복&주얼리: 한국의상 백옥수
헤어: 쌤시크 세희 디자이너
메이크업: 쌤시크 율리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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