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현주 기자 / 사진 bnt포토그래퍼 김민아] 오래도록.
“‘배우’는 계속 배우라고 배움의 끝이 없다고 해서 배우라는 말이 있대요. 이 직업을 꿈꾸는 한 계속해서 뭔가를 배워가는 게 옳다고 생각해요. 여의치 않은 상황이 되더라도 연기를 꾸준히 할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어요.”
서른이 넘어서 연기의 본질을 찾는다는 건 현실과 마주했을 때 쉽지 않은 선택이다. 조금은 힘들 수도 있는 길임에도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다는 배우 김기영. 반짝이 아닌 오래도록 꾸준히 나아가고 싶다는 그의 이야기다.
Q. 대중에겐 낯선 인물이에요. 직접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계속 연기활동을 준비하면서 중국 쪽에서 모델 일을 했었어요. 아시아 미 어워드 대회에서 베스트엔터테이너상으로 수상한 경력도 있고요. 지금은 노현희 씨가 운영하는 극단 배우에 소속되어있어요. 이번 7~8월에 있을 거창연극제랑 부천국제 판타스틱 영화제 공연 준비 중이에요.
Q. 꽤 오랫동안 모델 활동을 하셨더라고요. 원래 꿈이 배우셨나요?
네. 원래 꿈은 연기자였어요. 근데 하고 싶은 일을 먼저 할 수 있지는 않더라고요. 모델 일을 먼저 시작하게 됐는데 부수입위주로 했던 게 주가 되어있더라고요. 그러다 갑자기 모델 일에 집중이 안 되는 거예요. 정작 내가 하고자 했던 건 이게 아니었는데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초심으로 돌아가고 싶었어요. 예전에도 극단에 있었지만 기본기를 닦아서 연기를 더 탄탄하게 다지고 싶은 마음에 다시 극단에 들어오게 됐죠.
Q. 그렇게 들어간 극단생활은 어떤가요?
연기하려는 사람들끼리 모여 있으니까 열정이 넘쳐요. 아침에 가서 밤 11시쯤 끝나거든요. 하루 종일 연기에 대해서 회의하고 해보면서 많이 배우고 있어요. 정신없는 나날들을 보내고 있죠.(웃음) 그래도 하고 싶은 일에 매진할 수 있다는 게 너무 좋아요.
Q. 지난 출연작들을 보니까 영화 ‘관상’이랑 드라마 ‘아이리스2’에 나왔더라고요. 큰 역할은 아니었지만 김기영만의 개성을 넣고 싶었을 것 같아요.
작은 단역이었는데 그때 당시 어떤 에너지를 쏟을 수 있을까? 눈빛은 어떻게 할까? 이런 고민들을 많이 했었죠.
Q. 선배 배우들과 함께 촬영해보니 어땠나요?
‘관상’ 촬영할 때였어요. 송강호 선배님이 오열하는 신이 있었는데 지칠 법도 하거든요. 근데 끝까지 집중력을 놓지 않고 오열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나도 저렇게 준비된 사람이 돼야지 하는 생각도 들고요.
Q. 연기하기에 앞서 기본적으로 준비된 자세를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편인가 봐요.
그런 편인 것 같아요. 어설프게 연기할 바에는 제대로 배워서 준비해야한다고 생각하거든요. 이쪽 일을 하다보면 잠깐 유명해지고 싶어서 하려는 분들이 있어요. 그런 분들은 하다가 힘들면 많이 그만 두죠. 근데 정말 연기가 하고 싶어서 하는 분들은 힘들어도 꾸준히 있으려고 해요. 자기관리도 열심히 하면서 부지런히 준비해간다면 어느 순간 당도해있지 않을까 싶어요.
Q. 이야기를 듣다보니 힘들었던 순간이 많았을 것 같아요. 주변 선배들이 조언도 많이 해줬죠?
이런 저런 이야기를 많이 하지만... 힘들다고는 잘 안하는 편이에요. 상대방한테 짐이 될 수도 있고 괜히 저 때문에 기분이 다운될 수도 있으니까 힘들어도 티 내지 않고 묵묵하게 하려고 노력하는 편이에요.
Q. 최근에 인상 깊게 봤던 작품이 궁금해요.
연극 ‘둥지’를 봤었는데 정말 감동적이었어요. 가족 극인데 보면서 가족의 소중함을 다시 한 번 느꼈어요. 돌이켜보면 과거의 저는 부모님이 원하시는 삶을 살았던 것 같아요. 지금은 제가 원하는 일을 하면서 살고 있지만요. 제 선택에 가족들이 많이 지지해주고 있어요. 수상한다하면 와서 축하도 해주시고 기뻐해주세요.(웃음)
Q. 도전해보고 싶은 장르를 꼽아보자면?
다 좋아요. 멜로나 액션, 느와르, 가족영화도 좋고 가리지 않고 다양하게 경험해보면서 하나하나 느껴보고 싶어요.(웃음)
Q. 함께 호흡해보고 싶은 배우는요?
송강호 선배님이랑 해보고 싶어요. 무거운 것 말고 가벼운 소재의 작품으로요. 선배님의 특유의 재치와 입담도 볼 수 있으면서 저도 같이 어우러져서 시너지 효과가 날 수 있는 그런 역할을 하고 싶어요.
Q. 롤모델은 누구인가요?
배우 리버 피닉스요. 90년대 작품 중 ‘아이다호’라는 영화에 나오는 배우인데 젊은 청춘을 정말 아름답게 잘 그렸어요. 사실 이 작품을 보고 연기가 하고 싶어졌거든요. 제가 만약 리버 피닉스라면 저렇게 아름다운 상황을 나타낼 수 있을지... 그렇게 표현할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죠.
인터뷰가 끝나갈 무렵 김기영에게 어떤 배우가 되고 싶은지 물었다.
“오랫동안 사람들한테 울림을 줄 수 있는 배우요. 아직은 연기적으로 완벽하지 않기 때문에 차곡차곡 준비해서 얼른 대중들과 함께 소통하고 호흡하고 싶어요.”
오래 기다리고 배울수록 인생은 깊고, 넓어진다는 말이 있다. 앞으로 배우 김기영으로 우리에게 어떤 깊은 울림을 전해줄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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