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하이브리드카, 효율만 좋다고?"

입력 2017-07-19 07:28   수정 2017-07-19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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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 토요타·렉서스 하이브리드 아카데미에 가다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시조(始祖)격인 프리우스의 탄생은 1993년 토요타의 21세기를 향한 자동차 만들기 도전이라는 사명에서 시작한다. 기존 내연기관 대비 '2배 이상의 효율'이라는 개발 목표를 위해 모터를 활용한 하이브리드 시스템 채택을 결정한 토요타는 1997년 프리우스를 내놓게 된다. 이후 4세대까지 진화한 프리우스는 '하이브리드=프리우스'라는 글로벌 등식을 만들어 내기에 이른다.


 프리우스 이후 다양한 차종에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적용, 시장에 선보인 토요타는 20년 동안 하이브리드 제품군만 누적 1,000만대 이상을 판매했다. 실적 뿐 아니라 이를 통한 CO2 배출 억제 효과가 무려 약 7,700만t, 가솔린 소비 억제량은 약 2,900만㎘에 달하는 등 지구 환경에 적지 않은 기여를 했다고 자부한다.  

 한국도 토요타에게는 중요한 친환경 시장이다. EV 천국 노르웨이(77.6%)에 이어 토요타의 하이브리드 판매율(76.2%)이 두 번째로 높은 국가여서다. 일본보다 토요타 하이브리드 라인업의 선택 비중이 높다는 점은 의외일 수 있지만 얼마 전 렉서스 E300h가 하이브리드로는 최초로 국내 수입 베스트셀링카에 등극했다는 사실을 보면 그리 놀랄 일은 아니다. 

 
 하이브리드차는 두 가지 이상의 서로 다른 성질의 동력원을 갖춘 자동차를 뜻한다. 일반적으로 내연기관에 전기모터, 배터리로 구성된 동력 시스템을 이룬다. 여기서 전기모터용 배터리의 동력 개입 정도와 충전 방식 등에 따라 '하이브리드(HEV)'와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로 구분한다.   

 보통 하이브리드차를 생각할 때 가장 먼저 꼽는 강점은 효율(연비)이다. 낮은 속도에서 토크가 높은 모터를 주로 이용하고, 중간 속도 이상에서는 엔진과 모터를 병행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효율이 높을 뿐 아니라 성능도 우수하다. 최근 렉서스는 하이브리드 시스템에 유단기어를 조합한 '멀티 스테이지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탑재한 플래그십 쿠페 LC 500h를 선보이며 기존 하이브리드의 외연을 크게 확장했다.


 토요타가 채택하는 하이브리드의 방식은 '직병렬식'이라는 점이 특징이다. 엔진과 전기모터, 변속기 위치와 역할에 따라 직렬식, 병렬식으로 나누지만 토요타는 이를 혼합했다. 전기모터만 구동력으로 사용하고 내연기관은 전기모터를 돌리는 배터리를 충전하는 역할을 맡는 게 직렬 방식이라면, 병렬형은 내연기관과 전기모터가 동시에 구동력을 전달한다. 직병렬형은 두 가지 방식의 장점만을 취한 시스템으로 엔진과 전기모터 모두 개별적으로 구동원이 되며, 배터리 충전을 위한 발전과 동력 발생을 위한 방전이 동시에 이뤄진다.

 여기서 동력기와 발전기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두 개의 모터가 탑재된다. 그래서 이름도 모터/제너레이터라는 의미에서 'MG'라고 칭한다. 변속기와 일체형으로 만들어졌는데 MG1이 주행 동력을 만들어 내면 MG2는 배터리를 충전하기 위해 발전을 시작한다. 내연기관과 전기모터가 주행 상황에 따라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게 토요타의 설명이다.
 

 모터의 크기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변속기와 모터를 일체형으로 만든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일반적으로 모터가 커질수록 출력이 높아져 엔진 사용 빈도를 낮출 수 있는데, 모터가 커질수록 달리는 힘을 유지하는 엔진의 역할은 줄어든다. 때문에 적정 크기가 중요하며, 현재 토요타 하이브리드 시스템의 모터 크기는 이에 최적화 됐다고 설명한다.
 
 하이브리드 기술의 기본적인 개념은 토요타와 렉서스가 동일하지만 차이는 분명히 있다. 대중 브랜드를 표방하는 토요타가 효율을 내세운 실용성을 강조한다면 프리미엄을 추구하는 렉서스는 강력한 운동성능에 방점을 찍는다. 


 서울-가평까지 구간의 시승도 해봤다. 첫 차는 토요타 캠리 하이브리드다. 시동이 걸린 상태에서도 그 여부를 알 수 없을 만큼 고요하다. 움직임은 전기모터가 저속에서 풍부한 토크를 지원하는 덕분에 굼뜨지 않다. 중속 이후 엔진이 제 역할을 시작하자 쭉쭉 뻗어나간다. 효율을 중시한 '에코' 모드에서도 가속이 충분히 이뤄진다. 변속레버를 'D'아래 'B'에 놓으면 회생제동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가속 페달에서 발을 떼면 엔진 브레이크가 강하게 걸리는 점을 느낄 수 있다. 

 서울로 돌아오는 길에는 렉서스 GS 450h와 함께 했다. 회사의 설명대로 성능에 초점을 맞췄다는 것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정숙함 속에서도 파워풀한 가속력, 무거운 차체임에도 민첩한 핸들링은 영락없는 스포츠 세단이다. V6 3.5ℓ 가솔린 엔진의 넉넉한 배기량에 2개의 전기모터가 결합해 내는 힘은 최고 343마력, 토크는 35.5㎏·m에 달한다. 복합 효율은 ℓ당 12.7㎞로 비슷한 출력의 내연 기관 차가 한 자릿수 효율임을 감안하면 꽤 높은 수치다. 경제성을 극대화하지 않았음에도 합리적인 효율을 확보하면서 운동 성능을 유감없이 발휘하는 셈이다.


 플러그인하이브리드카(PHEV), 순수전기차(EV), 연료전지차 등 차세대 친환경차가 당장이라도 도로 위를 점령할 듯한 장미빛 전망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러나 현재의 하이브리드 기술이 이들 동력계를 위한 핵심 기술이라고 토요타는  강조한다. 하이브리드가 전기차로 넘어가는 과도기적 기술이 아닌, 미래 에너지 문제를 해결하는 그 중심에 지금 서 있다는 설명이다.  

김성윤 기자 sy.auto@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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