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빔]티볼리 성벽 넘으려는 스토닉의 'SUV'

입력 2017-07-20 07:20  


 내심 고민했다. 현대차 코나 등장이 티볼리에 미칠 영향을...그러나 태풍은 티볼리를 비켜갔다. 그래서 안도하는 사이, 이번에는 기아차가 스토닉을 내놨다. 그리고 코나와 달리 스토닉 여파는 감지됐다. 티볼리 계약량이 조금 흔들렸기 때문이다. 

 물론 쌍용차도 대응책은 이미 가지고 있었다. 티볼리의 상품성을 보강한 '아머(Armour)' 버전이다. 그런데 이전 티볼리와 무엇이 다른지 소비자들은 잘 몰랐다. 디자인이 달라진 것도 없고, 그저 차명에 보호장구 또는 갑옷이나 투구를 의미하는 '아머(Armour)'라는 이름만 붙었을 뿐이다. 

 그래서 물었다. 변화의 핵심이 무엇이냐고. 장문의 답변을 요약하면 한 마디로 '티볼리 아머=독립 욕구 충족'으로 줄일 수 있다. 젊은 소비자에게 자동차는 곧 자신을 표현하는 수단이고, 독립성을 나타낸다. 그래서 주문 제작이 가능하도록 일종의 '도구'를 만들어 독립욕구를 만족시켜 준 것이라는 얘기를 들었다.  

 그런데 이런 독립욕구 충족을 표현하는 단어가 마땅치 않았다. 이 때 떠오른 것이 영화 아이언맨의 수트였다. 중세 시대 갑옷이 기사를 보호한 것처럼 현대적 의미의 수트, 그것을 쌍용차는 '아머(Armour)'라는 단어에 녹여냈다. 티볼리로 태어났지만 이제부터 티볼리 아머와 티볼리 에어로 본격 구분되는 것이라고 말이다. 

 반면 기아차는 스토닉에 'YESUV(예썹)'라는 슬로건을 내걸었다. 왜 그랬을까? 마찬가지로 기아차에 물었고, 답변은 의외로 간결했다. 개발 단계부터 SUV를 표방했지만 출시 전에 CUV로 알려져 개념 혼동 가능성이 발생했다. 엄밀하게 보면 스토닉과 티볼리 모두 'CUV(Crossover Utility Vehicle)'에 가깝지만 국내 소비자에게 'CUV'는 강인함을 주는 'SUV'로 인식되지 않아 'SUV'를 강조했다고 말이다. 소비자들이 SUV를 선호할 때는 제품 성격이 'SUV'임을 내세우는 게 최선의 알리기임을 숨기지 않는다. 

 양사의 치밀한 네이밍 고민이 중요한 것은 그만큼 소형 SUV 시장의 성장세가 높아서다. 실제 올해 1~6월 판매에서 소형 SUV는 중형 세단의 절반 수준인 5만3,000대를 기록했다. 그러나 중형 세단의 경우 영업용과 기타 용도 수요가 많은 반면 소형 SUV는 거의 모두가 개인 구매 비중임을 감안할 때 젊은 소비층을 겨냥한 확실한 메시지 전달은 가장 중요한 요소일 수밖에 없다. '아머'와 'YESUV'이 등장한 배경인 셈이다. 

 이런 가운데 며칠 있으면 르노삼성이 달라진 QM3로 다시 고삐를 조일 태세다. 국내 완성차 5사 모두 소형 SUV에 뛰어들며 춘추전국시대가 열린다. 갑옷을 입은 티볼리의 성벽을 기아차는 'SUV' 스토닉으로 뚫으려 하고, 르노삼성은 처음 시장 개척자로 'QM3'를 다시 올리려 한다. 이 과정에서 소비자는 어떤 메시지를 받아들일까? 소비자 심리를 제대로 읽어낸 곳이 어디인지 지켜볼 일이다.  

 권용주 편집장 soo4195@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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