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빔]어느 자동차 세일즈맨의 눈물

입력 2017-08-12 08:30   수정 2017-08-12 16:25


 -한국 고령화에서 초고령화까지 26년
 -소비자 이익 추구와 기업의 비용 절감 맞물려 

 토요타만의 문제는 아니다. 인구 고령화와 젊은 층의 자동차 수요 감소로 자국 내 생산을 줄인다는 소식 말이다. 토요타는 최근 2018년 일본 내 완성차 생산을 올해보다 5만대 줄일 것이라고 협력업체에 통보했다. 이는 2011년 276만대를 일본에서 생산한 이래 가장 적은 양이다.  

 생산을 줄이게 된 결정적인 이유는 인구 구조의 변화다. 노령화로 운전 중단을 결정하는 사람은 늘어나는 반면 부족한 수요를 채워야 할 젊은 층의 자동차 구매는 빠르게 줄고 있어서다. 다시 말해 일본 내에서 자동차 판매를 늘린다는 것 자체가 이제는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셈이다. 실제 토요타는 내년 일본에서 154만대를 팔겠다는 계획인데, 올해보다 7만대를 줄여 잡았다. 이미 2006년 초고령사회로 진입했음을 감안하면 그나마 내수 시장이 오래 지속됐다는 평가도 적지 않다.


 이런 가운데 한국은 내년에 고령사회로 진입한다. 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한국의 고령화는 2000년에 도달했고, 내년에는 고령, 2026년에는 초고령 단계로 넘어간다. 일본이 고령화에서 초고령까지 36년이 걸린 반면 한국은 26년으로 짧다. 그만큼 인구 구조가 빠르게 변한다는 의미다. 

 인구 구조의 변화는 자동차 시장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기 마련이다. 수요가 줄면서 경쟁이 치열해지고, 제조와 운송 사업의 경계도 흐려진다. 제조로 더 이상 수익을 내기 어려운 자동차회사가 제조물을 활용한 운송 사업을 넘보는 배경이 되기도 한다. 최근 기아차가 '위블(Wible)'이라는 거주형 카셰어링 사업에 진출한 것도 큰 맥락에선 운송 사업이 아닐 수 없다. 점차 보편화되는 공유 경제에 참여해 운송 수익을 가져가겠다는 뜻이다. 

 실제 올해 1~7월 국내 승용차 판매는 89만6,000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90만6,000대에 비해 1만대 감소했다. 개별소비세 환원에 따른 구매력 저하를 이유로 꼽지만 완성차업계는 내수 판매 자체가 이제는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현재 보유율인 2.3명당 1대가 선진국과 같은 2명당 1대 수준에 도달한다는 희망(?)도 있지만 일본과 마찬가지로 젊은 층의 인구 감소는 해결 불가능한 과제여서다.


 이런 이유로 경쟁도 치열하다. 과거 '국산차 vs 수입차'로 구분됐던 경쟁 구도는 외국계 기업이 해외에서 생산된 완성차를 가져와 국내 생산 차종과 섞어 팔며 경계가 허물어졌고, 한 대라도 더 팔기 위한 자동차회사의 파격 할인과 무이자 할부 등은 점차 일상으로 바뀌는 중이다. 그리고 치열한 경쟁은 제조사 이익이 소비자에게 건너가도록 만들었다. 

 하지만 소비자 이익이 확대되면서 '수익 보전 법칙'의 부작용(?)도 적지 않다. 어떻게든 소비자에게 건넨 이익을 만회하기 위해 온라인 판매 시스템을 도입하고, 서비스 부문의 수익 추구가 활발하다. 여전히 거대한 오프라인 판매 네트워크가 가로막고 있지만 이익을 원하는 소비자가 많고, 유통 및 관리 비용을 줄이려는 기업의 본능이 결합하는 것은 시간문제일 뿐이다.


 실제 지난해 디젤게이트로 판매망이 무너진 아우디폭스바겐이 최근 온라인 중개 판매를 활용하는 방안을 내놨다. 영업 인력을 다시 충원하기보다 온라인으로 소비자를 찾고, 이를 판매점에 연결하는 형태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을 줄이면 그게 곧 수익이다. 소비자 또한 유통 수수료의 일부를 이익으로 환원 받는다. 대신 전통적 개념의 오프라인 자동차 세일즈라는 일자리는 조금씩 사라질 수밖에 없다. 

 저출산 고령화 사회에서 자동차 수요가 줄면 생산이 감소하고, 판매가 줄어드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여기에 O2O 서비스가 활성화된 4차 산업화 시대에선 안타깝게도 인간을 대체할 기술이 무궁무진하다. 기업의 최고 목적이 이윤추구라는 점을 감안하면 '어느 세일즈맨의 눈물' 속편으로 '어느 공장장의 눈물'을 준비해야 할 미래가 어색하지 않다.


오아름 기자 or@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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