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권은 가난을 사랑한다

입력 2017-08-28 18:40   수정 2021-07-21 15:32

미국의 국가적 빈곤 퇴치 전략은 무엇일까. 얼핏 봐서는 파워볼 복권이 그 답인 것처럼 보인다. 지난주 미국 전역에선 수백만 명이 자신들의 재정적 어려움을 끝내줄 수도 있는 복권을 사기 위해 몇 시간이나 줄을 서서 기다렸다. 그리고 23일 밤, 그중 한 명이 7억5900만달러(약 8500억원)의 잭팟을 터뜨렸다. 복권으로 정부가 돈을 얼마나 버는지 알기 전까지는 이게 엄청 큰돈이라고 여길 것이다.

미국 정부는 44개 주에서 판매하고 있는 파워볼 복권을 포함해 승자독식 방식의 복권을 여럿 운영하고 있다. 미국 정부가 한 해에 벌어들이는 수입은 700억달러(약 78조4500억원)에 이른다. 복권의 판매수익률은 33%나 된다.

복권의 충성스런 고객은 빈민

복권의 가장 충성스런 구매 고객은 누구인가? 가난한 사람들이다. 가난과 복권 구매 사이에는 꾸준히 상관관계가 나타나고 있다. 소득수준 하위 3분의 1 계층이 전체 복권의 절반 이상을 사들인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별 해를 끼치지 않는 여흥에 불과하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가난한 사람들은 그렇게 보지 않는다. 그들은 그것을 투자라고 생각한다. 1990년 듀크대 소속 찰스 클로펠터 등의 연구에 따르면 연간 소득이 3만달러에 미치지 않는 사람들은 복권 구입을 여흥이 아니라 투자로 여기는 경향이 25% 강했다.

복권 광고는 ‘1달러로 얼마나 많은 일이 가능한지 상상해 보세요’라며 꿈을 꾸게 만든다. 하지만 지난주 파워볼 복권 당첨 확률은 2억9200만분의 1이었다. 2002년 메릴랜드대 소속 멜리사 커니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1달러 복권 구매에 대한 평균적 기대수익은 52센트에 불과했다. 그러나 교육수준이 낮은 이들은 이런 부분을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미국사행산업영향조사위원회(NGISC) 조사에 따르면 대학에 진학하지 않은 이들은 대졸자보다 복권의 기대수익률을 40%나 높게 평가하는 경향이 있었다.

또 다른 잘못된 상식은 한 번 당첨 복권이 나온 ‘명당’에서 또 당첨 복권이 나올 것이라고 여기는 오류다. 복권 추첨은 완전 무작위지만 2008년 커니의 연구는 당첨 복권이 나온 점포의 판매량이 그 다음주 평균 38% 늘었다고 밝혔다. 학교 중퇴율이 높고 복지제도 수혜 가정이 많은 지역에서 특히 그런 경향이 강했다.

복권은 효율적 역진세제

이로 인한 사회적 비용은 어느 정도일까? 어느 주(州)가 복권제도를 도입하면 가계소득 하위 3분의 1은 식료품 구입비용의 3%, 주택담보대출 상환 및 임차료 등의 비용을 약 7% 줄인다고 커니의 연구는 지적했다. 복권은 이런 점에서 아주 효율적인 역진세제다.

정부가 해마다 수십억달러를 가난한 사람들에게 영양을 공급하고 주택을 제공하는 프로그램에 쓰면서 동시에 이들이 생필품에 지출할 비용을 스스로 주정부의 독점적 복권사업에 헌납하게 하는 것은 기묘한 일이다. 놀랍게도 연 700억달러의 복권 수입은 정부가 푸드스탬프(식료품 지원 복지제도)에 쓰는 돈과 비슷한 수준이다.

가난을 완화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다고 한탄하는 정치인들에게 참신한 해결책을 하나 소개하고 싶다. 편의점에서 가난한 이들에게 아메리칸 드림의 신기루를 파는 일을 멈춰라.

아서 C 브룩스 < 미국기업연구소(AEI) 소장 >

정리=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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