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디젤 확대, 친환경인가? 유류세 인상인가
-이산화탄소 배출 저감 효과 별로 없어
11년 전인 2006년 7월, 당시 산업부와 환경부가 바이오디젤 보급 방안을 놓고 힘겨루기를 했다. 환경부는 경유에 바이오디젤 함량을 20%까지 높이자고 했지만 산업부는 5%를 고수했다. 결국 함량은 5%로 결정됐지만 실제 판매된 경유 속의 바이오디젤 함량은 0.5%에서 시작해 2.5%에 머물렀다. 바이오디젤이 많이 섞이면 겨울철 디젤차 시동성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완성차업계와 기름 원가 인상을 우려한 정유 업계 의견이 반영된 결정이었다. 이후 환경부의 전폭적 지원으로 우후죽순 생겨났던 바이오디젤 업계는 서서히 관심에서 멀어졌다. 하지만 2017년, 다시 바이오디젤이 들썩이고 있다. 산업부가 경유 내 바이오디젤 함량을 3%로 높인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이를 두고 경유의 유류세 꼼수 인상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어서다.
흔히 식물 및 동물성 기름을 이용해 만든 경유를 '바이오디젤(Bio Diesel)'로 부른다. 이를 경유와 같은 석유 제품과 혼합한 연료는 함량에 따라 BD5, BD10 등으로 분류한다. 뒤의 숫자는 경유 내 바이오디젤의 함량으로, 현재는 경유 1ℓ에 섞이는 함량이 2.5%이니 BD2.5이고, 내년부터는 BD3.0이 된다는 뜻이다. 이 경우 국내 경유의 정유사 공급 가격은 ℓ당 3원 가량이 오르는데, 바이오디젤 가격이 일반 경유보다 비싸니 원가 반영이 불가피해서다.
그런데 공급 가격에서 3원이 오른다고 소비자 가격도 3원만 오른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정유사 공급 가격이 3원 인상되면 유류세는 부가세에서 0.3원이 자동 인상된다. 외형만 보면 미미한(?) 변화일 수 있지만 일반적으로 경유 승용차 50ℓ의 기름 탱크를 채운다고 가정할 때 소비자가 부담할 금액은 지금보다 165원이 늘어나고, 이 가운데 15원은 정부가 추가로 가져가는 세금이라는 뜻이다. 연간 900만대에 달하는 경유차가 운행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세금으로 볼 때 무시할 수준은 아닌 셈이다.
물론 바이오디젤 함량 증대의 명분은 경유차 탄소 배출 저감이다. 하지만 이산화탄소를 기준 삼으면 굳이 바이오디젤 함량을 늘리지 않아도 되는 방법이 적지 않다. 극단적으로 휘발유차를 경유차로 대체하는 것도 방법이라면 방법이다. 최근 문제로 떠오른 질소산화물 감축에는 불리하지만 바이오디젤 함량을 늘리는 것보다 효과적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실제 에너지공단에 따르면 쌍용차 티볼리 1.6ℓ 경유(복합기준 14.7㎞/ℓ)차가 연간 1만5,000㎞를 주행할 때 필요한 경유는 1,020ℓ이고, 이 때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193만5,000t이다(㎞/129g)이다. 같은 기준으로 동일 배기량의 티볼리 휘발유차는 연간 1,250ℓ의 연료가 필요하고, 219만t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된다(146g/㎞). 그러니 티볼리 휘발유 구매자가 경유로 돌아서면 25만5,000t이 감소한다. 오히려 경유 승용차 장려하면 탄소 배출 줄일 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 그리고 지난 2005년 정부가 경유 세단 판매를 허용하며 내세운 것도 바이오디젤과 마찬가지로 이산화탄소 감축이 명분이었다.
게다가 1990년대 바이오디젤을 먼저 사용했던 유럽은 점차 바이오디젤의 친환경성에 의문을 갖고 장려를 철수하려는 움직임이 뚜렷하다. 지난해 5월 유럽연합 내 유럽위원회(EC)는 자동차 친환경 연료로 사용되는 바이오디젤의 배출가스가 일반 디젤보다 더 많다는 연구결과를 채택했다. 이에 따라 바이오연료 의무화 및 보조금 지급이 중단돼야 한다는 주장까지 제기했다. 연구에 따르면 식물이 성장하면서 흡수하는 이산화탄소가 연료로 사용 때 발생되는 이산화탄소를 상쇄한다는 개념으로 바이오디젤이 각광받았지만 실제 바이오디젤 배기가스가 일반디젤 대비 유채꽃 1.2배, 콩 2배, 야자는 3배에 달해 평균 1.8배 높은 수준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이런 이유로 EU는 지난해 4분기 신재생에너지 및 연료품질지침에서 바이오연료의 친환경 분류를 재검토하기 시작했다. 나아가 환경연구단체인 교통환경(T&E)는 유럽연합이 바이오 연료 의무화, 보조금지급 등 정책의 개정보다 2020년까지 해당 정책을 철폐해야 한다고 지적해 바이오연료에 대한 전반적인 계획 수정이 이뤄질 예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산업부가 탄소 배출 저감을 위해 바이오디젤 함량 증가를 제시했다는 얘기가 들려왔다. 사실 여부를 떠나 기본적으로 무언가 앞뒤가 맞지 않는다. 경유 미세먼지 감축 대책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엉뚱하게 이산화탄소 절감 명분으로 바이오디젤 확대를 선택했다는 얘기다. 게다가 바이오디젤 함량이 늘어난다고 미세먼지가 줄어들 것이라는 과학적 근거도 별로 없다. 오히려 이산화탄소와 미세먼지를 구분조차 못하는 것 아니냐는 핀잔마저 높아지고 있다. 그래서 이를 두고 경유의 유류세 인상을 위한 꼼수라는 비판이 적지 않다.
경유의 사용을 줄이고, 탄소는 물론 질소산화물도 저감을 이뤄내는 것은 맞는 방향이다. 하지만 애초 친환경 명분을 제시했던 유럽이 새로운 과학적 근거로 바이오디젤을 재검토하는 마당에 한국이 뒤늦게 바이오디젤 확대를 결정한 것은 어딘가 앞뒤가 맞지 않는다. 환경적 명분이 약한 상황에서 소비자 비용만 증가하고, 덕분에(?) 유류세도 늘어나는 정책이니 유류세 꼼수 인상이라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사실 바이오디젤 함량 증대로 탄소 배출이 저감되면 오히려 세금을 감면해주는 게 정상이다. 실제 환경부는 ㎞당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97g 이하인 하이브리드차에 보조금 100만원을 주고 있다. 상대적으로 탄소 배출이 적으니 특별 지원금을 주는 격이다. 설령 산업부의 탄소 배출 감축 명분에 바이오디젤 확대가 반드시 필요하다면 전체 경유의 탄소 배출을 줄이는 것이어서 추가되는 비용 3원은 정부가 유류세에서 줄여야 상식적이다. 탄소 배출은 경유차 운행자 모두가 공통 부담하는 것이니 말이다. 그래서 산업부의 바이오디젤 함량 증대는 환경적 명분이 별로 없는 유류세 꼼수 인상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권용주 편집장 soo4195@autotimes.co.kr
▶ [하이빔]한국 車부품 기업에 미소 짓는 영국의 명분
▶ [하이빔]폭스바겐 인증 중고차사업, 자신감인가
▶ [하이빔]벤츠가 한글 서체를 만든 이유는?
▶ [하이빔]주유소, EV 충전기 부지 왜 내줬나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