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빔]일본이 자동차 위기를 타개하는 법

입력 2017-10-30 10:48   수정 2017-11-22 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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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공 지능 EV로 2020년부터 즉시 대응에 나서

 내수 위기를 맞은 일본 자동차업계는 이번 도쿄모터쇼를 통해 인공지능과 '전기화'(Electrification)로 대변되는 미래 기술을 앞세워 글로벌 시장에 대응한다는 해법을 제시했다. 유럽 대다수 업체들이 불참한 가운데 자국 브랜드 위주로 꾸린 모터쇼였으나 앞으로 자동차업계가 나아갈 방향인 '비욘드 더 모터(자동차를 넘어)'를 명확히 보여준 것. 
 
 먼저 닛산은 얼라이언스 관계인 르노와 최근 인수한 미쓰비시 등 3개 브랜드의 시너지 효과를 바탕으로 글로벌 1위 자동차회사로 거듭날 것을 자신했다. 특히 전기차부문에서 글로벌 누적판매 1위를 기록중인 리프 신형을 앞세워 선두주자 입지를 다지겠다는 의지를 분명히했다. 10월 출시한 신형 리프는 첫 달에만 9,000대 이상을 일본시장에서 판매하며 돌풍을 예고하고 있다.


 닛산은 또 몇 년 안에 등장할 자율주행 전기차의 구체적인 역할을 제시했다. 차가 이동수단을 넘어 전기에너지가 필요한 곳곳으로 전력을 옮기는 유통도구 역할을 한다는 것. 이를 통해 새로운 인프라를 구성하는 데 있어 차가 중심이 될 수 있으며, 닛산은 그러한 기술을 앞서 실현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어 르노-닛산-미쓰비시 플랫폼을 향후 신차의 80%에 적용, 비용 절감에 따른 실익도 챙기겠다는 복안을 밝혔다.  

 내수판매 1위 토요타는 내수와 글로벌 대응전략을 이원화했다. 플래그십 신형 센추리와 고급 세단 크라운 후속을 예고하는 컨셉트카 등 내수시장에서 상징적인 제품은 생산을 이어가되 가장 많은 자율주행 컨셉트카를 선보임으로써 글로벌 미래 비전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나타냈다. 


 그 동안 연료전지차에 집중했던 혼다는 그들만의 뚜렷한 EV 청사진을 제시했다. 효율만 내세우는 제품이 아닌 운전재미를 느낄 수 있는 친근한 양산형 EV를 선보이겠다는 것. 또 모터사이클부문의 강자답게 하이브리드 및 EV 동력계를 다양한 제품군에 적용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혼다가 보유한 모든 이동수단을 미래 기술로 재무장하겠다는 뜻이다. 
  
  일본 내수시장은 생산인구 감소와 저출산, 고령화 등으로 500만 대 규모에서 오는 2025년경 400만 대 수준으로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위기극복 방향은 조금씩 다르지만 시장침체에 대한 이들의 대답은 이번 모터쇼의 주제인 '자동차를 넘어'에 있다. 오는 2020년 도쿄를 중심으로 실현할 자율주행과 인공지능시대의 한가운데 '메이드 인 재팬' 이 자리잡을 것이라는 자신감이 넘친다는 의미다.  


 내수침체 상황은 우리도 일본과 다르지 않다. 일본보다 빠른 고령화 그리고 보다 사용시간이 늘어나는 IT기기 의존도가 자동차 수요를 줄일 것이란 위기 진단은 이미 여러 곳에서 나왔다. 그럼에도 매년 의무(?)처럼 열리는 국내 모터쇼에서 미래를 엿볼 수 있는 청사진은 늘 부족하다. 자동차가 이미 자동차를 넘어서는 과정임에도 여전히 '자동차'라는 개념적 정의에 매달리고 있어서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수십 년동안 지속한 규제가 자리하고 있다. '다목적 자동차'의 분류기준조차 30년 전의 규정을 사용하고 있으니 말이다. 한국 자동차의 미래가 밝아지려면 제도부터 달라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도쿄=김성윤 기자 sy.auto@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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