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여행을 한 번이라도 해본 사람들은 현지 화장실을 보고 '충격'을 금치 못하는 경우가 많죠. 중국 화장실은 악취가 심한 데다 칸막이 또는 문이 없이 좌변기만 일렬로 놓인 곳이 적지 않아서죠. 생판 모르는 사람과 함께 '혼자만의 시간'을 함께 보내야 하니 민망하기 짝이 없을 것 같습니다.
베이징, 상하이 등 대도시에서 조금만 외곽으로 나가거나 지방 소도시에 가면 사정은 더한데요. 정말 열악한 곳은 허름한 문에 땅 구덩이 하나 파 놓은 '재래식(푸세식) 화장실'도 보입니다. 그래서인지 '중국 화장실' 하면 손사래를 치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최근 중국에서는 이 같은 화장실을 대대적으로 현대화하는 이른바 '화장실 혁명'이 불고 있습니다. 2015년부터 중국 정부 차원에서 전국에 남아 있는 '재래식' 화장실을 개조하는 작업을 추진해 왔기 때문이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농촌 가정 방문시 "화장실이 수세식이냐 재래식이냐"라고 물을 정도로 관심이 크다고 합니다.
지난 2년간 투입된 예산만 한화 3조원이 넘을 정도 입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계기로 주요 도시 화장실 환경은 대부분 정비됐지만 농촌 등지는 아직 열악해 중국 정부가 결국 칼을 빼든 것이죠.
실제로 최근 중국 곳곳에는 안면 인식 기술이 도입된 최첨단 화장실이 속속 등장하고 있습니다.
지난 9월 중국 상하이 홍차오 기차역 화장실 입구에는 화장실 이용 현황을 한눈에 볼 수 있는 LED(발광다이오드) 전광판이 설치됐습니다. 빨간색과 초록색을 이용해 사용자 유무를 확인할 수 있을뿐 아니라 내부 구조도 훤히 보여 시간을 절약할 수 있죠. 화장실 관리자는 "예전에는 여성들의 대기줄이 길게 생기곤 했지만 전광판 설치후에는 많이 줄었다"고 말했습니다.
올초 베이징 유명관광지 톈탄공원에는 안면인식 기술을 도입해 화장실을 제공하는 기계가 화장실에 등장하기도 했습니다. 기계의 카메라를 응시하면 얼굴을 인식해 3초 내에 휴지가 나옵니다. '휴지 도둑'이 극성을 부리자 당국이 묘책으로 내놓은 것입니다.
중국 산둥성에는 화장실 이용객들을 위한 전용 주차장이 마련돼 있는가 하면, 일부 지역에는 휴대폰 충전을 할 수 있는 공간 및 소지품 보관함까지 속속 설치되고 있습니다.
심지어 장쑤성 쑤저우의 한 공원에는 3D 프린터로 만든 공중화장실이 보이기도 했습니다. 건축폐자재 등을 이용해 한 달 동안 만든 이 화장실은 콘크리트보다 더 튼튼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중국 당국은 지난달까지 2년동안 6만8000개 공중화장실을 신설하거나 리모델링을 진행했습니다. 올 연말까지 총 7만곳 이상의 화장실을 정비한 후 내년부터 2020년까지 추가로 6만4000곳의 화장실을 새로 만들거나 보수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특히 열악한 농촌 지역 화장실 보급률을 현재 60%(2016년 기준)에서 2020년까지 85%로 끌어올리겠다는 포부 입니다.
화장실은 그 나라의 문화 수준을 파악할 수 있는 '척도'로 알려져 있지요. 달라진 중국의 화장실 만큼 중국인들의 의식 수준도 높아질지 궁금합니다.
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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