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빔]온라인 자동차 판매, 거스를 수 없는 흐름

입력 2017-12-14 10:11   수정 2017-12-24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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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르노삼성, 국내 최초 전 차종 온라인 판매 시작
 -해외는 모바일로도 구매 계약 활성화

 지난 10~20년동안 전자상거래(e-커머스)는 우리의 일상 속으로 바짝 들어왔다. 구매 시 매장 방문이 필수적으로 여겨졌던 인테리어 소품이나 전자제품은 물론 신선도를 고려해 마트에서 사던 식재료까지 이제 온라인에서 가장 활발하게 유통하는 제품이 된 지 오래다.
  
 
 그렇다면 자동차도 온라인에서 사고 팔 수 있지 않을까. 물론이다. 비교적 고가의 제품이긴 하지만 세상의 모든 물건들이 온라인으로 구매가 가능한 시대에 자동차라고 예외일 수는 없다. 국내에서도 2000년 전후 온라인 판매에 대한 시도가 있었고, 최근 홈쇼핑을 통해서도 몇몇 시도가 있었지만 오프라인 영업망 보호(?) 명목에 따라 대부분 단발성 이벤트에 그쳤다. 그러나 르노삼성자동차가 올해 11월 업계 최초로 완성차업체로는 처음으로 전 차종 온라인 판매의 물꼬를 트면서 이제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에 들어섰다는 관측이 많다. 

 -온라인 구매, 편리함과 효율성이 주효
 -2000년대 초반 등장했다가 사라져

 해외에서는 이미 자동차 온라인 판매에 대한 다양한 시도가 있고, 규모도 점차 커지고 있다. 제조사가 주도하는 대표적인 온라인 판매로는 테슬라를 들 수 있다. 테슬라는 별도의 영업망을 두지 않고 홈페이지를 통해 전 차종을 예약/판매하고 있다. 이와 관련한 금융상품도 온라인에서 제공하고 있다. 카드, 은행, 페이팔, 수표, 신용보증 등 다양한 방식으로 결제할 수 있으며 견적부터 지불, 대기안내를 거쳐 출고까지 모두 홈페이지 내에서 이뤄진다. 물론 계약금 결제 후 전문인력이 소비자에게 연락해 출고를 돕기도 하지만 어디까지나 온라인 판매를 지원하는 보조 역할이다. 

 온라인 판매는 오프라인 영업망이 단단하게 뿌리내린 곳에서도 점차 싹을 틔우고 있다. 제조와 판매를 구분한 미국에서는 딜러를 지원하는 형태로 온라인 판매가 이뤄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GM은 온라인 구매자에게 혜택을 주고 있으며, 딜러 시스템과 연계한 금융 프로그램도 서비스하고 있다. 현재 50개 주 1,655개 딜러가 온라인 판매 시스템을 운용하고 있다.


 BMW나 볼보 등은 온·오프라인을 연계한 온라인 판매 프로세스를 운영중이다(O2O 방식). 쉽게 말해 계약지원형 시스템으로, 온라인으로 청약하고 계약금을 내면 관련 정보를 딜러에게 전달하고, 이후 최종 구매조건을 딜러와 협의하는 방식이다. BMW는 지난 2016년부터 영국 전역에서 시행하고 있으며 세계로 확대할 계획이다.

 볼보 역시 2016년 9월 창립 87주년 기념 이벤트로 1,927대의 XC90을 온라인에서 팔았다. 홈페이지에서 구매희망 제품을 고르고 딜러를 택한 다음 계약금 200달러를 결제하면 정보를 해당 국가의 딜러에게 전달, 구매가 이뤄지는 방식이다. 최근 르노삼성이 전 차종에 도입한 e-커머스도 이런 계약지원형에 해당한다.

 -르노삼성, 볼보, BMW 계약 지원형 온라인 판매
 -GM, 온라인 구매자에게 별도의 혜택 부여

 쇼핑몰이나 전문 e-커머스 채널을 이용하는 온라인 판매도 늘고 있다. 이 형태에서 가장 앞선 나라는 중국이다. 중국 T몰에서는 여러 자동차제조사가 입점해 판매를 진행중이며, 1위안 시승권을 비롯해 다양한 프로모션을 펼치고 있다. 계약금부터 전체 금액까지 낼 수 있으며, 딜러와 연계해 구매조건을 상담하고 계약과 출고가 이뤄진다. 미국의 대표적 쇼핑몰 아마존 역시 자동차 판매에 매우 적극적이며, 이미 닛산 등 일부 차종을 이벤트 성격으로 판매한 바 있다. 아마존 역시 지속적으로 자동차 판매비중을 늘려 나갈 계획이다. 최근에는 알리바바가 포드와 손잡고 중국 내 온라인 자동차판매망 구축에 합의하기도 했다. 

 과거에 온라인 자동차 판매에 대한 시도가 없었던 건 아니다. 한국의 경우 1990년대말부터 초고속 인터넷을 보급하면서 2000년대 전후 일부 벤처기업이 자동차 온라인 판매를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오프라인 전시장에서 차를 보고 계약하던 관행을 뛰어넘지 못했고, 무엇보다 기존 유통망의 반발과 정가 유지를 위한 제조사들의 의지도 강해서였다.

 따라서 전통적인 영업망이 존재하는 한국 시장에서 당장 실현 가능한 온라인 자동차 판매방식은 딜러지원형이다. 르노삼성은 이미 지난해 9월 QM6를 출시하면서 이를 실험한 적이 있다. 온라인으로 견적을 내고 계약까지 할 수 있는 서비스를 시행한 결과 소비자들의 호응이 높았다. 그러자 올해 11월부터 모든 차종에 전자상거래를 도입했다. 즉 PC나 모바일 기기로 르노삼성 홈페이지 e-쇼룸에 접속하면 상세한 제품 구성과 옵션 등을 조합, 상세 견적을 낸 후 계약금을 납입하면 실제 계약까지 이뤄진다. 


 견적단계에서는 차의 종류와 등급, 상세 옵션 등을 살펴본 후 원하는 조합을 할 수 있고, 지역에 따른 탁송료, ‘3년 또는 6만km 이내’ 기본 제공 보증 외에 추가 보증(해피케어 4~7년)과 구매방법(현금 및 할부)까지 선택해 청약할 수 있다. 영업사원의 도움없이 홈페이지에서 여러 조건을 비교, 자신에게 꼭 맞는 형태의 견적을 낸 후 이를 청약까지 할 수 있는 게 장점이다. 견적과정에서 의문이 생기면 실시간 카카오톡으로 상담할 수 있으며, 필요하면 시승과 대면상담도 신청할 수 있다. 
 
 자동차 온라인 판매는 이제 대세가 되고 있으나 역시 가장 큰 걸림돌은 기존 오프라인 영업망의 반발이다. 국내는 전통적으로 지역에 기반을 둔 직영 혹은 대리점 형태의 영업망을 통해 차를 팔아 왔고, 지금도 대부분의 신차 판매가 이런 형태다. 때문에 온라인 자동차 판매가 활성화할 경우 기존 영업망의 축소 혹은 역할 변경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는 결국 영업조직의 축소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반발은 불가피하다. 


 그러나 언제까지 기존 영업망에 발목을 잡혀 온라인 판매라는 흐름을 거스를 수는 없다. 대다수 전문가들도 아직 시기가 빠른 듯 하지만 막을 수 없는 추세로 보고 있다. 그렇다면 앞으로 국내 온라인 자동차 판매의 주도권은 누가 쥘 것인가. 내수판매의 과반을 점하고 있는 현대·기아자동차는 거대한 판매노조 때문에 적극 나서지 못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상대적으로 몸집이 작은 제조사에 유리할 수밖에 없고, 이를 파악한 르노삼성이 가장 발빠른 움직임을 보였다. 결국 시장은 소비자들의 요구에 따라가기 마련이다. 

권용주 기자 soo4195@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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