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체 대수 늘어도 기름 소비 줄어들 가능성 있어
-높은 유류세 의존도, 해법 미리 찾아놔야
연간 1만5,000㎞를 주행했을 때 탄소 배출량이 217㎏인 차가 있다. 쏘나타 2.0ℓ 가솔린 자동변속기다. 해당 차를 1년 1만5,000㎞ 운행하면 192만원의 연료비가 필요하고, 이 가운데 109만원은 기름 관련 세금이다. 그런데 연료비를 아끼기 위해 타던 차를 팔고 2.0ℓ 하이브리드로 바꾸면 같은 거리를 주행할 때 탄소 배출량은 132㎏으로 줄고, 연간 기름 값도 64만원이 줄어든다. 소비자 입장에선 환경도 보호하고 기름 값도 절약되니 일석이조인 셈이다.
그러나 하이브리드로 바꿨을 때 손해(?)보는 쪽이 있다. 바로 국가 재정이다. 소비자 한 명이 중형차를 하이브리드로 바꿀 때마다 연간 유류세는 36만원 가량 줄어든다. 가뜩이나 돈 쓸 곳이 많은 국가 재정 측면에서 보면 친환경차 확산이 그리 반갑지 않은 형국이다. 게다가 교통안전공단에 따르면 승용차 연간 주행거리는 해마다 짧아져 2016년 기준 1만3,000㎞로 감소했다. 이 거리를 적용하면 사용하는 연료량은 더욱 줄고, 그에 따라 유류세도 31만원에 머문다. 전체 자동차 등록대수가 2,230만대로 아직은 친환경차 비중이 적어 유류세에 영향을 미치지 않지만 친환경차 비중이 늘어날수록 세수 감소는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물론 유류세는 해마다 증가해왔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각종 연료에 부과되는 유류세는 2003년 19조5,000억원에서 2015년 25조원 수준에 달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자동차의 평균효율이 높아져 대당 기름 사용은 줄었지만 전체 자동차가 늘어 기름 소비가 늘어난 탓이다. 실제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07년 1,643만대였던 자동차 등록대수는 2016년 2,180만대로 540만대 증가했다. 나아가 국토교통부는 2020년이 되면 국내 자동차 등록대수가 2,500만대에 육박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금보다 400만대가 늘어나니 유류세 부족 또한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논리다. 대부분의 소비자가 하이브리드를 구입해 자동차 평균 효율이 높아져도 등록 물량 자체가 크게 증가하니 아직은 걱정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전문가들은 정부의 예측이 대단히 낙관적이라고 비판한다. 등록대수가 증가해도 자동차 한 대의 주행거리가 해마다 짧아지고, 효율이 계속 오르면 등록 증가에도 불구하고 기름 사용이 오히려 줄어들 수 있다고 예측한다. 게다가 기름을 전혀 사용하지 않는 배터리 전기차가 일상 보급 시대로 바뀌면 유류세 감소 속도는 더 빨라질 것으로 전망하기도 한다. 실제 한국자동차산업협회는 내년 국내 자동차 판매를 올해와 비슷한 수준으로 내다봤다. 다시 말해 판매가 더 이상 늘지 않는 곳임에도 만리장성처럼 견고한 수송 부문의 유류세 체계를 이대로 놔두는 것 자체가 오히려 친환경차 보급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미 알려진 것처럼 현재 친환경차는 세액 감면과 보조금을 통해 확대시키는 중이다. 하이브리드 뿐 아니라 전기차는 지원액이 차 값의 절반에 달할 만큼 많다.그래서 친환경차가 늘어날수록 지원 규모도 확대돼 재정 부담이 야기될 수도 있다.
사실 소비자 입장에서 친환경은 '친경제'로 읽히기 마련이다. 환경을 위해 친환경차를 사는 게 아니라 경제적으로 도움이 돼야 친환경차를 구매하는 경향이 다분하다. 다소 비싸더라도 하이브리드를 구매하는 이유는 그만큼 연료비 절감을 이뤄낼 수 있어서다. 게다가 비싼 가격적 부담은 정부가 세액 감면과 지원금으로 해결해주고 있어 사지 않을 이유도 없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2020년까지 전체 자동차 등록대수가 400만대 이상 증가하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촘촘하게 엮인 대중교통의 발전과 젊은 소비 인구의 감소, 그리고 치솟는 부동산 가격이 가져올 소비여력 감소, 그리고 소유보다 이용에 가치 비중을 둔 공유경제의 확산 등 근본적으로 자동차 등록을 늘릴 만한 조건이 별로 없어서다. 따라서 지금은 문제가 없을 지 몰라도 시간이 흐를수록 재정 문제가 불거지는 만큼 수송 부문의 유류세 부문은 미리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조언도 잊지 않는다. 수송 부문이야말로 모든 국민이 이해 당사자이고, 세금에 민감하기에 공론화가 필요하다고 말이다. 환경과 국가 재정, 그리고 국민 부담을 어떻게 적절히 섞어야 할 지 수송 부문의 유류세와 에너지 융합은 논의돼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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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용주 편집장 soo4195@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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