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이익과 기업 이익의 경쟁 격화
-세제 지원은 조삼모사(朝三暮四) 될 수도
한국자동차산업협회가 2018년 국내 자동차 산업의 성장률을 0%로 전망했다. 내수는 시장 규모에 변동이 없고, 수출은 1.5% 감소하면서 생산 또한 1.4%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유럽과 오세아니아, 아프리카 지역은 수출이 증가하겠지만 북미와 아시아, 중남미 등에서 판매가 감소할 것으로 예측된 만큼 지역별 증감을 모두 합치면 결국 마이너스가 될 것으로 계산했다.
주목할 부분은 내수 시장이다. 협회는 국내의 경우 더 이상 성장 없는 정체 시장으로 진단했다. 물론 국내 자동차 시장이 포화됐다는 사실은 이미 오래 전부터 알려진 부분이지만 내수 성장을 '0%'로 못 박은 것은 보기 드문 일이다. 그래서 내수 활성화를 위해선 다시 한 번 개별소비세 인하 등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제시했다.
하지만 여기서 간과할 수 없는 점은 수입차의 성장이다. 최근 5년 이내를 기준할 때 국내에서 승용차가 가장 많이 팔렸던 때는 157만대를 기록했던 2015년이다. 그 해 수입차는 24만6,000대가 판매돼 점유율이 15.7%에 달했다. 2016년 아우디폭스바겐 판매 중지로 수입차 점유율이 14.4%까지 떨어졌지만 올해는 11월까지 누적 점유율이 15.8%로 이미 사상 최대를 넘어섰다. 그리고 내년에는 29만대로 예측됐고, 이를 점유율로 바꾸면 18.7%까지 오른다는 게 협회의 추측이다. 개별소비세 인하 여부와 관계없이 수입차는 지속 성장했다는 뜻이다. 따라서 내수 판매를 늘리기 위해 개별소비세율 인하가 필요하다는 입장은 어디까지나 국산차를 위한 맞춤형 정책이다. 그리고 여기에는 '국산차=국내 공장 생산'이라는 산업 논리가 숨어 있다. 일자리 보전을 위한 생산 물량을 확보하려면 판매 지원이 필요하고, 이를 개별소비세 인하로 연결한 셈이다.
또 하나는 중소형 경유차의 배출가스 규제 완화다. 질소산화물 배출 감소를 위한 선택적촉매환원장치(SCR)가 부착되면서 경유차의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고, 이는 곧 자동차산업의 부담으로 되돌아온다는 논리다. 경유차 가격이 오르면 소비자들의 경유차 구매 의욕이 감소하고, 국제유가 상승에 따른 기름 값 인상도 부담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물론 이런 상황에서 개별소비세 인하 자체는 내수 판매 확대에 도움이 되는 게 사실이다. 과거 몇 차례 인하를 했었고 이때마다 판매는 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율 인하가 종료되면 그 즉시 판매는 급감했고, 일정 기간이 지나면 판매 부진을 이유로 다시 세율 인하가 반복됐다. 한 마디로 미래의 수요를 세율 인하로 앞당겼으니 정책 종료 이후 판매 절벽은 불을 보듯 뻔했다. 따라서 이번 또한 마찬가지로 정부가 한시적으로 세율 인하를 해도 전체적인 내수 확대는 그저 하반기 수요를 상반기로 앞당길 뿐 전체 시장 확대는 쉽지 않다.
문제는 앞으로도 내수 시장 확대가 어렵다는 점이다. 일부 전문가는 국내 자동차 등록대수가 1대당 2.3명으로 선진국 수준인 대당 2.0명 이하까지 간다는 전망을 내놓기도 하지만 보유 기준으로 자동차 선진국으로 분류되는 국가와 한국은 자동차의 발전 과정이 다르다. 이미 한국은 대중교통이 그물망처럼 갖추어져 있고, IT 디바이스 사용이 증가하면서 승용차 이용 거리도 짧아지고 있다. 또한 최근에는 공유경제 활성화로 젊은 층을 중심으로 구매욕도 떨어지는 중이다. 게다가 새로운 소비층으로 진입해야 할 20대의 가처분소득도 최하 수준이다. 보유 대수가 늘어나려면 신규 수요가 증가해야 하지만 지금은 타던 차를 바꾸는 대차 시장이 거의 전부여서 내수 확대 가능성이 낮다는 뜻이다.
따라서 내수 시장이 확대되려면 대차 기간을 줄이는 것 외에는 별 다른 방법이 없다. 그리고 이용 기간을 줄여 자동차를 빨리 바꾸게 하려면 세제 지원이 아니라 개별 기업의 제품력 강화는 물론 공격적인 마케팅만이 산업 수요를 늘리는 방법이다. 다시 말해 조삼모사(朝三暮四) 같은 개별소비세 인하에 목을 맬 사안은 아니라는 얘기다.
이 말을 뒤집어 보면 결국 관건은 수익이 누구에게 더 많이 돌아가느냐로 모아진다. 기업은 이익을 늘리려 하고, 소비자 또한 가격적 혜택을 바라기 마련이다. 그리고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기업은 이익을 소비자에게 돌려주는 판촉 선택의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이 때 개별소비세율이 인하되면 소비자에게 돌려주는 이익의 규모를 줄일 수 있다. 개별소비세율 인하를 완성차 회사가 원하는 배경이자 직접적인 이유다.
하지만 국내 자동차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선 세제 지원보다 치열한 경쟁이 더 유리하다. 당근은 친환경차 보급과 같은 마중물이 필요할 때 사용하는 게 효과적일 뿐 모든 자동차회사가 판매경쟁을 하는데 굳이 개별소비세율 인하는 필요 없다는 게 중론이다. 나아가 개별소비세율 인하를 한다면 차라리 배출가스 적은 중소형차로 한정하는 게 낫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어차피 자동차회사 생산 물량 보전을 위해 시행하는 세제 인하라면 환경이라도 명분을 삼자는 주장이다. 정책적 지원으로 자동차회사가 살고 죽는다면 다르겠지만 제 아무리 좋은 제도라도 생사의 열쇠는 기업 스스로에게 달린 세상이니 말이다.
권용주 편집장 soo4195@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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