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빔]車 나눠 타기 위한 플랫폼 나눠 쓰기

입력 2018-01-29 07:00  


 -플랫폼 대항 위해 플랫폼끼리 합병 나타나
 -주행 데이터 확보가 곧 자율주행 선점
 
 미국에 출장 갈 때마다 우버(UBER)를 이용하는 것은 이제 일상이 됐다. 차종을 고를 수 있는 데다 호출이 쉽고, 간혹 택시처럼 요금 협상을 하지 않아도 되는 편리함이 있어서다. 실제 택시 이용 때 말도 안 되는 폭탄요금을 맞아 본 사람이라면 앱 호출을 활용한 이동 서비스의 매력에 더욱 끌리기 마련이다.  

 사실 공유 서비스가 주목받는 이유는 서비스 제공자와 이용자 모두가 시간과 장소에 따라 입장이 바뀔 수 있어서다. 서비스를 이용하기도 하지만 이용자가 때로는 자신의 차로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한다. 퇴근할 때 방향이 같은 이용자를 태운 후 수익을 확보한 뒤 아침 출근할 때 서비스 이용하면 이른바 교통비의 대폭 절감이 가능하다. 

 사용자가 곧 서비스 제공자가 되는 비슷한 사례는 국내에서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앱 기반의 대리운전 서비스는 운전자를 호출하기도 하지만 때로는 직접 대리 운전자로 나설 수 있는 플랫폼이다. 퇴근이 늦어 대중교통 이용이 어려울 때 대리 운전으로 목적지가 같은 차를 이동시키면 퇴근도 쉽고 돈도 버는 일석이조가 아닐 수 없다. 따라서 이동에 관한 공유 서비스는 앞으로도 활발히 전개될 수밖에 없는 사업으로 꼽힌다. 우버와 리프트 등의 자동차 공유 사업자들이 미래 투자처로 각광 받는 배경이다. 

 이처럼 사업을 목적으로 자동차를 나눠 타는 것은 크게 '공유(sharing)'와 '호출(hailing)'로 구분된다. 그런데 셰어링의 원래 목적은 공동체가 자동차를 보유하되 마을 사람들이 필요할 때마다 나눠서 이용하는 방식으로 시작됐다. 이후 도심으로 진입하면서 자동차를 대여해주는 사업자가 나타났고, 대표적으로 렌탈이 등장했다. 

 하지만 렌탈이 아니더라도 방향이 같다면 함께 이용하자는 움직임이 나타났다. 이 경우 교통량을 줄여 이동의 복잡성이 줄고, 여러 명이 탑승함으로써 각 자의 비용 부담을 줄이는 효과도 입증됐다. 이른바 탑승을 공유하는 '라이드 셰어링(ride sharing)'이다. 

 공유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진화했다. 이용을 원하는 사람이 호출을 하면 원하는 목적지까지 자가용으로 유료 운송을 해주는 서비스가 고개를 들었다. 어차피 자동차를 주차장에 세워 둘 것이라면 유료 운송 서비스를 제공하고, 이용자는 손쉽게 이동할 수 있어 주목 받았다. 이른바 '카헤일링(car hailing)'이다. 그간 법적인 테두리 내에서 택시로 허가 받아야 할 수 있었던 유료 운송 행위가 평범한 자가용 보유자로 확대되며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자동차 제조사가 공유 사업을 주목한 배경은 제조 역량 유지에 반드시 필요해서다. 끊임없이 제조물을 생산하는 입장에서 공유 서비스는 제조물 공급 시장이 될 수밖에 없어서다. 이동 서비스 활동에 가입한 승용차 보유자 및 이용자가 늘어날수록 이동에 동원되는 자동차의 주행 거리가 늘어나고 이들이 곧 새롭게 생산되는 제조물(자동차)의 주력 구입자가 될 수 있다는 논리다. 한 마디로 공장에서 생산하는 자동차의 목적이 이동에 있는 만큼 공유 시장을 많이 가질수록 공급 경로 또한 늘어나는 형국이다. 이미 대부분의 자동차회사가 공유 사업자와 협업을 하거나 직접 공유 사업에 뛰어든 배경도 결국은 제조물의 유통 관점에서 필요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뒤늦게 뛰어든 탓에 시장 선점이 쉽지 않다. 그래서 선택한 방법이 '공유의 공유(sharing of sharing)' 방식이다. 앞선 공유가 제조물의 이용을 나누는 것이라면 뒤따르는 공유는 사업 플랫폼의 협업을 의미한다. 최근 다임러와 BMW가 미국 내 최대 자동차 공유 사업자인 우버와 경쟁하기 위해 각각이 보유한 공유 사업 플랫폼 '카투고(Car2go)'와 '드라이브나우(Drivenow)'를 합병한 게 대표적이다. 드라이브나우 이용자가 카투고를 활용해도 되고, 반대의 경우도 물론이다. 훗날 공유 플랫폼에 공급할 제조물을 두고 경쟁은 하겠지만 기본적으로 제조사가 공유 플랫폼을 주도해야 한다는 생각에는 일단 동의를 한 셈이다. 

 물론 국내에서도 자동차 공유 사업은 활발하다. SK가 쏘카 지분을 확보했고, 현대차가 카풀 서비스 기업인 럭시에 투자하는 등 다가 올 공유 이동 서비스 시대를 대비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주도권을 가진 사업자는 없다. 게다가 공유 사업에는 제조사 외에 렌탈, 캐피탈, IT기업 등이 진출하며 플랫폼 싸움을 벌이고 있다. 심지어 최근에는 택시 업계도 공유 서비스와 경쟁하겠다고 나섰고, 주행 데이터 확보를 위해 이들과 손잡으려는 기업들의 물밑 움직임도 활발하다. 플랫폼 통합이 활발할수록 주행 관련 데이터가 많이 축적된다는 점을 파고드는 중이다. 그래서 이제 자동차를 공유한다는 것은 단순한 비즈니스가 아니라 데이터 확보 경쟁으로 넘어가고 있다. 공유의 공유를 통해 얻어지는 최고의 비즈니스 결과물은 바로 데이터라는 얘기다.   

 권용주 편집장 soo4195@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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