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빔]사람 뇌와 연결된 자동차, 통제는 인간이

입력 2018-01-31 07:00   수정 2018-01-31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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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닛산의 브레인 연결 프로젝트, 궁극은 인간 중심

 자동차에서 인공지능은 이미 진행 중이다. 자동차 스스로 합리적인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센서를 통해 얻어진 정보는 인공 지능 알고리즘에 따라 재빨리 분석되고 활용된다. 그런데 여전히 걸림돌은 판단의 정확성과 속도다. 이 가운데 속도는 하드웨어 발전으로 얼마든지 단축시킬 수 있다. 하지만 정확성은 조금 다르다. 연결된 정보가 확실하지 않으면 오판의 가능성이 커지기 마련이다. 특히 자동차처럼 움직이는 사물은 잘못된 판단이 가져올 위험성이 커서 더더욱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최근 실험적으로 진행된 프로젝트가 인간 운전자의 뇌파를 읽어 자동차 스스로 한발 먼저 움직이는 기능을 구현한 것이다. 닛산이 지난달 국제가전전시회(CES)에 선보인 'B2V(Brain to Vehicle)'로, 닛산의 별도 기술팀인 '인텔리전트 모빌리티(Nissan Intelligent Mobility)'가 개발했다. 운전자 뇌에서 발생하는 뇌파를 자동차가 해석한 후 반응 시간을 줄이는 게 핵심이다. 운전자가 스티어링 휠을 왼쪽으로 돌리겠다고 생각하면 뇌파가 자동차로 전달돼 0.2~0.5초 정도 앞서 스티어링 휠이 왼쪽으로 회전하는 기능이다. 물론 운전자가 속도를 줄이겠다고 생각하면 그보다 빨리 브레이크를 작동시키고, 정지 상태에서 출발 의지를 가지면 가속 페달을 밟기 직전에 차가 먼저 움직이는 식이다. 

 이처럼 닛산이 인간의 뇌파를 자동차와 연결하려는 이유는 바로 '인간' 때문이다. 사람의 생각이 자동차에 투영될 수 있다면 자율주행의 치명적인 오류가 가져올 위험을 줄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예를 들어 자율주행으로 움직이다 장애물이 나타났을 때는 당연히 멈춰야 하지만 오류가 발생, 인식을 못한다면 인간 운전자가 수동으로 개입해야 한다. 하지만 미처 반응할 시간이 없을 때 운전자가 멈춰야 한다는 생각만 해도 차가 멈추도록 하면 위험을 방지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멈춰야 한다는 판단을 인간이 한 것이고, 뇌파를 통해 자동차에 지시한 것도 인간인 만큼 자율주행의 통제권이 사람에게 있다는 의미다. 다시 말해 자율주행에 대한 사람들의 믿음을 높이자는 차원이다. 

 물론 긴급한 뇌파 명령이 내려지지 않도록 기본적으로 자율주행의 오류를 줄이려는 노력은 현재도 계속 진행형이다. 이를 위해 닛산은 'C-V2X(Cellular-Vehicle to Everything)'도 공개했다. 말 그대로 스마트폰과 자동차를 연결, 외부 정보의 연결성을 높이겠다는 의도다. 여기에는 자동차 제조사인 닛산을 비롯해 전장부품 분야의 컨티넨탈(Continental)과 통신 솔루션 제공기업 에릭슨(Ericsson), 그리고 통신 기업인 NTT 도코모(NTT DOCOMO, Inc.) 및 퀄컴(Qualcomm) 등이 참여했다. 스마트폰이 자동차를 외부로 연결하는 톨게이트라면 이곳을 통과하는 정보가 곧 자동차에 비유될 수 있고, '5G'는 정보라는 자동차가 빠르게 오가는 고속도로인 셈이다. 

 앞선 사례처럼 자동차와 통신, IT 기업이 손잡은 배경은 미래 모빌리티 시장에서 결국 만날 수밖에 없는 업종 간의 융합을 한발 앞서 진행, 표준화를 하자는 차원이다. 실제 이번 협업의 목적도 참여 가능한 다양한 기업이 뭉쳐 미래 자율주행의 기술을 미리 확보하고, 이를 기반으로 규격화 된 플랫폼을 구축한다는 게 목표다. 내용은 복잡하지만 한 마디로 휴대폰을 자동차에 연결해 외부 정보를 가져오고 이 때 자동차로 들어온 정보를 인공지능이 정확히 판단토록 하는 과정을 구현하겠다는 뜻이다. 이 경우 시범 사업의 결과가 곧 미래형 커넥티드카 시대를 준비하는 여러 산업계와 ITS 기구, 정부 부처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향후 글로벌 커넥티드카 생태계를 주도할 수 있다는 논리다.  

 C-V2X 기술은 현재 상용화를 위한 검증 단계에 있다. 이를 위해 자동차와 자동차(Vehicle-to-Vehicle, V2V), 자동차와 인프라(Vehicle-to-Infrastructure, V2I) 그리고 자동차와 보행자(Vehicle-to-Pedestrian, V2P), 자동차와 네트위크(Vehicle-to-Network, V2N) 구축이 한창이다. 지난달 막을 내린 2018 CES의 화두 또한 연결이었다는 점은 그만큼 많은 기업이 연결에 미래의 존폐가 걸렸음을 인지한다는 뜻이다.  

 그렇게 보면 앞으로 자동차는 모든 사물과 연결되지만 움직일 때 최종 판단은 인간이 하자는 방향성이 힘을 얻고 있다. 기술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지만 궁극은 사람이 중요하고, 사람을 보호하고, 사람의 판단으로 움직임을 책임지는 모빌리티 사회를 구현하자는 흐름 말이다. 그래서 생각만으로도 움직이는 자동차를 현실 세계에서 볼 날도 멀지 않은 것 같다. 뇌파와 연결이 되면 이후 과정은 얼마든지 빠르게 전개될 수 있어서다. 생각으로 움직이는 자동차가 어떤 세상을 만들지 알 수 없지만 이미 생각만 해도 기대된다. 

 권용주 편집장 soo4195@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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