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우리 다시 어딘가에서' 세 가족의 특별한 세계여행기 (서평)

입력 2018-02-09 17:24  


[글 김성률] '우리 다시 어딘가에서(오재철, 정민아 저)' 이들 가족에게 세계여행은 일상이자 생활 그리고 행복

머리카락이 유난히 덥수룩하고 털털한 인상의 오재철 씨를 처음 만난 것은 벌써 5년여 전.  결혼한 지 얼마 되지 않은 그가  아내와 세계여행을 떠나기 얼마 전이었다. 사진작가인 그는 여행을 하면서 그들 부부의 흔적을 기사로 남기고 싶어 했다. 유려하고도 스펙타클한 그의 사진과 함께 한경닷컴에 <나테한 세계여행>이라는 타이틀로 멕시코를 시작으로 쿠바까지 19회에 걸쳐 이어졌다. '나테한' 세계여행이란 ‘나디아(정민아)’와 ‘테츠(오재철)’가 함께 떠나는 느리고 여유로운 세계여행 이야기라는 뜻이었다. ‘나태하다’라는 의미와 중의적인 의미도 있었다.

이들 부부가 딸 아란이가 만 두 돌이 되기 전인 600일 되던 날 북미 그랜드 캐니언과 록키산맥 등을 찾아 여행을 떠난다. 남미와 유럽을 거쳐 이들 부부의 세 번째 단락을 잇는 북미여행인 셈이다. 


배낭여행이라면 몰라도 가족단위의 세계여행은 흔히 있는 사람들의 사치스러운 여가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이들 부부에게 여행은 단지 일상일 뿐이며 이른바 ‘궁셔리'의 연속이다. 그러나 그 와중에도 그의 직업 정신은 빛나 오로라를 찍기 위해 새벽녘에 밤하늘을 바라보며 몇시간을 기다리기도 하고 지극히 아름답지만 위험한 더 웨이브에서는 생사를 건 모험을 시도하기도 한다.

미국 유타주에 있는 카납(kanab)이라는 곳에서 이들은 하루에 딱 20명만에게 출입이 허용되는 더 웨이브(the wave)라는 관광지를 가기 위해 몇날 며칠을 기다린다. 결국 추첨으로 입장권을 쟁취하고는 그곳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만한 정민아의 누드를 비롯한 인생샷을 건진다. 그러나 결국 두 사람은 길을 잃고 헤매며 생사를 오가는 모험을 거듭하다가 간신히 돌아오는 등 이들 부부의 여행은 아직도 드라마틱하기만 하다.

무엇보다 이번 여행기의 꽃은 딸 아란이 일 것이다. 마법에 걸린 겨울왕국인 카나다의 에드먼튼에서는 아란이와 원 없이 동화나라를 누비기도 하고 북미 사람들의 따뜻한 배려 속에 여행중에도 아란이는 무럭무럭 자라나고 그 모습은 이 책 곳곳에 사랑스럽고 자연스럽게 녹아있다. 캠핑카를 이용한 부모님과의 캠핑여행도 인상적이다. 부모님의 행복한 여행을 위하여 철저한 계획 속에 출발하지만 예상치 못한 폭설에 모든 계획이 수포로 돌아가도 그 속에서 여행의 참 의미와 멋을 찾아가는 이들 가족의 여행은 그래서 계속되는 모험의 연속이다.


‘여행에서 돌아온 후 잘 살고 있나요?’ ‘생계는 어떻게 유지하죠?’이들의 세계여행 이야기가 알려지면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같은 질문을 던진다고 한다. 그러나 이런 걱정은 쓸데없는 기우다. 오재철 씨는 이제 꽤 알려진 여행작가가 되었고 강의도 끊이질 않으며 심심치 않게 공중파 여행 프로그램에서 얼굴을 만날 수 있기도 하다. 정민아 씨 역시 국문학과 출신의 작가답게 꾸준히 여행기를 쓰고 팟캐스트에 출연하는 등 왕성한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그러나 그같이 드러난 가치보다 이들 부부가 넉넉지 않은 형편에도 짐을 꾸려 여행을 떠나며 준비되지 않은 모험을 계속할 때에도 딸 아란이는 건강하고 씩씩하게 자라 이들 부부에게 최고의 희망이 되어주고 있는 것이다.

한번쯤 꼭 가고 싶다는 느낌이 드는 인생샷들이 계속 펼쳐지는 가운데 여행서 <우리 다시 어딘가에서>는 아주 쉽고 흥미롭게 읽힌다. 기자도 책표지를 넘긴지 이틀 만에 책의 끝장을 모두 덮을 수 있었다.


저자의 경험과 지식을 글과 사진으로 묶어 책으로 내는 과정은 고도로 발달된 현대에서도 인간의 지혜와 과학이 총동원되는, 조금 지나치게 과장하자면 숭고한 작업이다. 여행작가가 책을 쓰고 그 인세로 다시 여행을 떠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과정이고 일상이며 생활이다. 인생에 활력을 주는 여행과 여행지를 마음이 끌리는 사진과 간결한 글로 소개하여 독자에게 감동을 주고 동기를 유발하는 것은 여행서 최대의 미덕인 아닌가. 여행의 끝을 한 권의 이야기로 묶고 재도전의 기회로 삼는 이들 부부의 책은 그래서 숱하게 쏟아져 나오는 여행서 가운데에서도 더욱 돋보이게 된다. (사진제공: 오재철 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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