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리, 어코드 대비 승차감 지목
미국과 달리 한국에선 토요타 캠리와 혼다 어코드의 경쟁차가 현대자동차 쏘나타가 아닌 그랜저다. 배기량을 차급의 기준으로 삼는 국내 소비자 성향 때문이기도 하지만 캠리나 어코드 모두 수입차라는 '프리미엄(?)' 덕분에 국산 경쟁차종이 한 단계 높아졌다. 뒤이어 닛산도 2009년 알티마를 한국에 출시했다. 당연히 경쟁차종은 캠리와 어코드 그리고 그랜저였다. 닛산은 후발주자의 불리함을 극복하기 위해 틈새 확대 전략을 펼쳤다. 그랜저를 주력 경쟁선상에 놓되 범위를 국산 중형차시장까지 넓힌 것.
닛산의 이 같은 전략은 주효해 알티마가 한국에 들어왔을 때 현대차가 바짝 긴장했고 반향도 컸다. 당시 현대차 상품팀은 캠리와 어코드의 경쟁차종이 그랜저여서 크게 걱정하지 않았으나 알티마는 달랐다. 특히 견제한 부분은 알티마의 주행성능이었다. 편안한 승차감의 캠리, 기술적 강점을 내세운 어코드와 달리 현대차는 알티마의 핸들링과 운동성능이 상대적으로 뛰어나다고 판단했다.
현대차가 알티마의 운동성능을 주목한 이유는 국내 소비자의 트렌드 변화와 무관치 않았다. 소비층이 젊어지면서 캠리로 대표되는 편안한 승차감보다 핸들링 및 운동성능으로 취향이 옮겨 가는 시기였기 때문이다. 이를 반영해 국산차 또한 제품 성격이 운동성 강화로 조금씩 바뀌는 중이었으니 때마침 해당 부분에 강점이 있는 알티마의 등장이 반가울 리 없었다. 닛산도 알티마의 운동성능이 제대로 부각된다면 시장 확대가 충분할 것으로 판단했다.
그러나 아쉽게도 준대형 세단의 역동성 지향은 제한적이었다. 자동차의 디자인은 분명히 역동적으로 변했지만 소비자들은 여전히 편안한 승차감을 선호해서다. 운동성능 강화를 위해 단단한 서스펜션 세팅을 선택했던 현대차조차 소비자들의 승차감에 대한 불만을 받아들여 부드럽게 바꿀 정도였다. 단단한 승차감을 요구했던 소비자들의 숫자가 많지 않았던 탓이다.
그럼에도 한국닛산은 꾸준히 알티마의 운동성능을 부각시켜 나갔다. 어차피 대중적 접근이 필요한 국산차와 행보가 다른 만큼 시장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판단했다. 대신 세대가 달라질 때마다 가격면에서 국산차와의 간극을 좁혀 나가 최종적으로 판매가격을 2,990만 원까지 끌어내렸다. 쏘나타와 비교하면 200만~300만 원 차이에 불과하다.
결과는 나쁘지 않았다. 지난 2016년 등장한 알티마 5세대는 3,422대를 판매했고, 지난해는 4,565대로 늘었다. 이를 두고 닛산은 알티마의 운동성능이 입소문으로 퍼졌고, 가격 및 상품성을 보강한 덕분으로 분석하고 있다. 그래서 여전히 닛산은 알티마에 '잘 달리고, 잘 서고, 잘 도는 차'의 수식어를 붙이는 데 주저함이 없다.
2.5ℓ 엔진이 내뿜는 최고 180마력과 최대 24.5㎏.m의 성능이 수치 상 조금 낮을 수 있지만 움직임을 제어하는 운동성능은 캠리와 어코드는 물론 그랜저와 비교해서도 단연 최고라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이 주식시장에 빗대어 알티마를 '저평가 차종'으로 꼽는 배경이기도 하다.
그런데 최근들어 중·대형 세단 소비자들이 다시 변하기 시작했다. 그 사이 시간이 흐르면서 소비층이 10년 전에 비해 더 젊어졌고, 이들의 승차감 취향이 달라지고 있는 것. 편안함보다 역동적 주행에 시선을 돌리는 움직임이 나타난다는 의미다. 알티마로선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따라서 닛산은 이제 제대로 승부를 걸 때라고 입을 모은다. 그 것도 제품만으로. 그랜저가 독주하는 중·대형 세단시장에서 오로지 제품력으로 승부를 걸겠다는 닛산의 계획이 얼마나 맞아떨어질지 궁금하다.
오아름 기자 or@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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