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빔]제임스 와트는 부활할 수 있을까

입력 2018-03-02 07:00   수정 2018-03-20 18:17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은 '이동(Mobility)'
 -이동 범주에 제조물, 교통망, 지능, 연결 모두 포함시켜  
 -자율주행 사고 때 보험사 우선 비용 지급 제도화

 영어 사전에서 '캐터펄트(catapult)'를 찾아보면 '무언가를 발사시키는'이란 뜻이다. 이를 두고 사이먼 화이트 캐터펄트 홍보담당은 "말 그대로 캐터펄트는 새로운 수송의 시작을 의미한다"며 "영국 내 교통 시스템 자체를 바꾸기 위한 시도로 이해하면 된다"고 설명한다. 

 영국 런던에서 북쪽으로 조금 떨어진 밀턴 케인즈에 위치한 TSC(Transport System Catapult)는 영국 운송 시스템 혁신의 전진기지다. 흔히 말하는 새로운 이동수단의 등장을 포함해 사람은 물론 화물 수송까지 도로를 오가는 모든 바퀴 달린 수단을 통합, 보다 효율적인 교통망을 구축하는 게 TSC의 목표다.

 화이트 홍보담당은 "TSC의 목표는 한 마디로 가장 빠르고 손실이 적은 수송망을 구축하는 것"이라며 "이를 위해 끊임없이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한다"고 강조했다. 

 영국 정부가 이 처럼 교통망에 관심을 쏟는 이유는 앞으로 등장할 다양한 이동수단을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해야 이동시간은 물론 에너지 사용도 절감할 수 있다고 봐서다. 그러자면 도로에서 일어나는 모든 상황을 실시간 모니터하고 얻어진 정보를 재빨리 가공해 지능을 가진 이동수단에게 전달해야 한다. 정보를 제대로 전할수록 이동경로 상에서 정체를 피하는 건 물론 그에 따른 연료소모와 탄소 배출도 줄일 수 있다. 이를 일부에선 '4차 교통혁명'으로 부르기도 한다. 단순히 자동차가 지능화하는 데 머물지 않고 이동에 필요한 모든 인프라 또한 지능을 추가할 때 완벽한 교통 시스템을 완성하기 때문이다.

 TSC에서 지능형 교통 시스템을 연구하는 진 사이골 선임은 "어느 한 곳에서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 과정 모두가 연구 대상"이라며 "다양한 시뮬레이션을 통해 최적의 흐름을 찾는 게 목표"라고 설명했다. 


 설명은 어렵게 했지만 핵심은 간단하다. 이동부문에서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려는 영국 정부는 지난 2009년부터 장기간에 걸친 미래 산업혁명을 추진중이다. 그 중에서도 주목한 건 자동차 중심의 이동혁명이다. 이동에 있어 필요한 수단을 고도화하고, 이동과정의 효율을 높일수록 미래의 산업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다는 의미다. 여야를 떠나 정부가 직접 민간주도의 '자동차위원회'를 설립한 것도 결국은 이동부문에서 앞서가야 새로운 일자리 창출이 가능하다고 판단해서다.  

 자동차위원회의 역할은 매우 명확하다. 관련산업 지원을 위한 정부 예산을 편성하되 추진하는 사업이 4차 산업혁명, 특히 이동부문의 적정성만 판단한다. 그리고 사업범주를 크게 C.A.S.E.(Connected, Autonomous, Sharing, Electrification)로 구분하고, 이들이 서로 융합하도록 조정하는 역할이다. 아울러 각 부문별 사업이 서로 겹치지 않고 시너지를 발휘하도록 한다.
 

 이 가운데 TSC 캐터펄트는 지능형 교통망체계 구축을 맡았다. 대표적으로 런던 택시의 이동 경로를 파악하고, 공유사업을 진행하는 우버 등의 교통 데이터도 수집한다. 이들 데이터를 자율주행과 연결하고, 필요에 따라선 새로운 자율주행 이동수단의 개발을 직접 지원한다. 캐터펄트가 참여한 자율주행 이동수단인 '팟(Pod)'은 옥스퍼드 로보틱스 연구소 및 중소기업과 함께 이뤄낸 성과물이다.

 사이골 선임연구원은 "영국 전역의 교통망을 분석해 최대한 이동흐름을 원활히 유지할 수 있도록 연구하고 있다"며 "완성차제조사들이 앞으로 쏟아낼 자율주행차시대에 앞서 자율주행의 교통흐름을 먼저 분석하고 데이터를 제공하는 데 목적이 있다"고 말했다.
 

 일자리 창출을 위한 관련 창업도 적극 지원한다. 실제 TSC에서 교통흐름을 연구하다 창업한 이멘스(immense)의 로빈 노스 CEO는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다. 임페리얼 칼리지에서 교수를 하다 캐터펄트에 참여, 교통환경을 본격 연구했다. 이후 창업에 나서 2년만에 영국 고속도로공사의 교통흐름 개선 프로젝트를 맡았다. 그러자 소프트뱅크가 주목한 스타트업 가운데 하나로 뽑히기도 했다.

 노스 CEO는 "본격적인 사업을 펼친 지 2년밖에 안됐지만 회사 규모가 점차 커지는 중"이라며 "저탄소, 공기질 개선 등 흔히 이동이 만들어내는 오염을 줄이기 위한 도시별 교통개선방안을 찾는 게 주 업무"라고 소개했다. 한 마디로 교통흐름을 분산시켜 정체없는 상황을 만들어가는 셈이다. 


 노스 CEO는 대표적인 사례로 일반 소비자가 호출해 사람이 직접 운전하는 택시와, 자율주행 기반의 라이드셰어링 서비스의 이동흐름을 비교한 결과를 보여주면서 "운전자 경험에 의존한 택시 이동이 시스템 기반의 우버 이동과 다른 경로를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둘 가운데 복잡한 경로를 이용하는 택시 운전자에게 경로정보를 전달하면 그 만큼 효율이 높아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제도 장벽을 제거하는 것도 TSC의 목표 가운데 하나다. 리암 싱글턴 TSC 프로젝트 커뮤니케이션 매니저는 "커넥티드 자율주행차가 대중화하려면 자동차와 자동차(V2V), 자동차와 인프라(V2I) 간의 연결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이 과정에서 제도적 장벽을 없애는 것도 주요 업무"라고 설명했다. 

 실제 영국은 최근 자율주행차 대중화의 발목을 잡을 사고 책임 문제 해결을 위해 의회가 팔을 걷고 나섰다. 자율주행차 사고가 발생하면 1차적으로 보험사가 사고처리비용을 지급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이후 책임소재를 가리는 문제가 남지만 사고에 따른 인명 피해 최소화가 우선이라는 점에서 1차 처리는 보험사가 맡는 방식이다.

 영국 교통부의 이안 포브스 자율주행센터장은 "법안을 하원에 발의해놨는데 여야가 모두 동의한 사안인 만큼 처리는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라며 "사고 가능성 때문에 자율주행차의 대중화가 뒤질 수 있다는 우려를 먼저 해소하는 차원"이라고 밝혔다.
 

 -미래 산업의 핵심으로 자동차 부문 선정, 집중 육성
 -정당 가리지 않고 일관된 정책 추진, 2040년까지 장기 목표 추진

 영국 정부는 제임스 와트에서 시작한 산업혁명 이후 새롭게 불어닥친 4차 산업시대에 사활을 걸고 있다. 여기에는 과거 마차시대를 가장 뒤늦게 버린 탓에 자동차부문의 혁신을 제대로 이루지 못했다는 반성도 있다. 나아가 1970~80년대 날씨가 조금만 흐려도 공장 라인을 멈춰 세웠던 '영국병'에 대한 후회도 담겨 있다. 2000년 이후 영국 내 완성차공장의 파업이 전혀 없었다는 게 이를 방증한다. 

 영국 정부는 이에 따라 4차 산업혁명의 핵심으로 이동을 선정하고, 이동과 관련한 다양한 기술 개발 및 산업 촉진에 여야를 가리지 않는다. 이동기술을 선점하면 영국에 진출하는 관련 해외 기업이 늘어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고, 이는 다시 영국의 주도권을 강화할 것으로 믿고 있다. 정부 투자로 개발한 다양한 이동혁신 기술을 영국에 진출하는 모든 기업에게 무상 제공하는 것도 결국은 미래 산업혁명을 대비한 포석이다.

 화이트 TSC 홍보담당은 "미래에 필요한 기술로 인정받으면 개발에 필요한 모든 비용은 정부가 조성한 펀드가 지원하고, 이렇게 탄생한 기술을 실제 적용해 수익이 나도록 만드는 것도 TSC의 역할 가운데 하나"라고 강조했다. 결국 기술이 산업을 이끌어야 새로운 생산시설과 일자리를 만든다는 신념인 셈이다. 

 한편, 영국은 4차 이동혁명 차원에서 오는 2040년까지 판매하는 모든 신차를 전기차로 바꿀 계획이다. 이를 위해 정부 내 교통 및 에너지부문을 일부 합친 베이스(BEIS, Business Energy Industrial Strategy)부문을 신설, 일관된 정책을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이런 노력을 통해 18세기 1차 산업혁명으로 영국 중흥을 이끌었던 제임스 와트의 영광을 재현한다는 목표다. 

런던=권용주 기자 soo4195@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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