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터뷰]소유보다 공유가 좋아서 '네이비'한다

입력 2018-03-06 07:00  


 -주거형 카셰어링 브랜드 '네이비' 운영, 링커블 이남수 대표
 -주거형으로 소유욕 낮추고 고급화로 소비욕 높여 

 "함께 쓰는 차니까 더럽고 불편해도 참으라는 건 잘못된 거죠. 오히려 소비자들은 공유를 통해 좋은 차를 더욱 여유롭고 경제적으로 이용할 수 있어야 합니다. 더 나은 가치를 제공하고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이 카셰어링의 본질이니까요"

 최근 몇 년간 카셰어링 시장이 비약적으로 성장했다. 업계 1위인 쏘카의 경우 2011년 설립 이후 7년 만에 전국 81개 도시에서 8,200대의 공유차를 운영 중이며 회원수가 340만명을 넘어섰다. 모바일 예약에 익숙한 2030세대를 중심으로 10분 단위 초단기 대여가 호응을 얻었다. 하지만 자동차 공유서비스 '네이비'를 운영하는 링커블 이남수 대표는 지금의 자동차 공유사업 운영 방식은 원래의 카셰어링 취지에 어긋난다고 꼬집었다.

 "현재 카셰어링 업체들이 제공하는 서비스는 진정한 셰어링(공유)을 기초로 하는 것이 아니라 모바일로 예약하는 초단기 렌탈 개념에 불과합니다. 그러다보니 일반 렌터카 업체처럼 거점을 늘리고 공유차를 확대하는 등 몸집을 불리는 것에만 집중하고 있죠. 단지 기술을 IT화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을 뿐 도로 위에 있는 차를 줄이기 위한 셰어링과는 거리가 멉니다. 이용자들도 차를 빌려 타다가 자가용으로 넘어가는 한 과정으로 인식할 뿐이고요"

 -공유는 가치 제공이 핵심, 자가용 없어도 된다는 생각이 중요

 이 대표는 카셰어링이란 자가용을 완전히 대체하면서도 공유를 통해 더 높은 가치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미 자동차를 소유한 사람과 앞으로 차를 구매할 사람, 두 부류를 모두 흡수하기 위해선 공유를 통한 만족감이 소유욕보다 높아야 합니다. 경제성을 따지자면 차 값을 포함한 세금, 보험비, 운영비, 유지 관리비 등 한 대를 소유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투입되는 자금들이 있는데, 이를 카셰어링으로 완벽히 이관함으로써 '내 차가 없어도 되겠다'고 느끼게 해야 합니다"

 네이비가 주거형을 선택한 것도 소유에 대한 갈증을 풀기 위해서다. 네이비는 그룹형 커뮤니티 셰어링으로 아파트와 사업체 등 일정 규모 이상의 수요가 합의된 거점에 공유차를 제공한다. 현재는 공유 오피스인 위워크 삼성점과 구글코리아, 트리마제 아파트 등 9곳에 입점했다. "주거형을 선택한 이유는 소유를 소비로 바꾸기 위한 것입니다. 내 집 주차장에 서 있는 차를 내 차처럼 탈 수 있으니까 빌려 탄다는 생각이 덜 들고, 소유욕을 어느 정도 채우면서 공유 경제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죠"

 실제 아파트 단지에 거점이 들어서며 입주민들이 소유욕이 떨어진다고 있다는 게 이 대표의 설명이다. 그는 "그랜저를 소유한 입주민이 네이비를 이용해 보더니 굳이 차를 소유할 필요가 없는 것 같다며 중고차로 매각한다는 의사를 전했습니다. 반대로 단지 내 입주민들이 원하는 차종을 증차해 달라는 요구도 종종 있죠. 그래서 매매 대행을 위한 창구도 준비 중입니다. 1,000세대가 넘는 대단지 아파트는 차종 합의가 어렵겠지만 수십 가구 정도는 충분히 원하는 차종을 골라낼 수 있거든요. 입주민들이 원하는 차종을 구매해주고 또 본인들이 보유한 차를 되팔아줄 예정인데, 여기서 나오는 수수료는 네이비 크레딧으로 제공해 다시 공유차를 이용할 수 있도록 선순환 구조를 만들 겁니다"

 이 대표는 무엇보다 차를 공유한다는 이유로 희생을 강요해선 안된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카셰어링 시장에서 공유라는 단어는 약간의 희생을 감수해야 한다는 느낌이 있습니다. 저렴하게 나눠 쓰니까 조금 불편하고 더럽더라도 참으라는 겁니다. 하지만 그래서는 공유가 확장될 수 없습니다. 공유는 내 차보다 한 단계 더 좋은 경험과 가치, 기대를 제공해야 하죠. 다양한 차종으로 라이프스타일을 즐기고, 고급화 된 서비스로 나은 품질을 누릴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우리가 벤츠와 BMW, 재규어, 테슬라 등을 제공하는 이유입니다. 에어비엔비가 단지 방 하나를 빌려주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생활 양식 공유라는 가치를 앞세우는 것과 같은 거죠"

 네이비는 최고의 공유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카셰어링의 고질적인 단점으로 꼽히는 공유차의 상태 불량, 이용자들의 비매너 행태 등을 철저히 관리 감독하고 있다. 이 대표는 "세차팀이 하루에 1~2회 점검하고 세차합니다. 세차팀에 공유차의 예약 정보와 입출고 시점, 예약자의 이용패턴, 사고유무 등의 정보를 전달하고 1~5단계의 단계적 세차를 시행합니다. 이런 사례들이 누적돼 이용자의 개인 정보가 만들어집니다. 관리 및 운영 플랫폼은 풀리플랫폼 안에 녹아 있는데 이게 핵심 자산이죠"

 이 대표는 네이비를 통한 자율주행 시대의 개인 간 공유 P2P(Peer to peer)를 궁극적 목표로 삼았다. 현재 닫혀있는 제도권이 열리면 네이비 시스템을 그대로 P2P 사업에 녹여낼 수 있다는 뜻이다. 그는 "개인이 차를 빌려주기 위해선 짐을 빼야 하고 세차도 해야 하고 주유나 주행 거리 등 관제도 뒷받침돼야 합니다. 이러한 것들은 네이비 운영과 똑같이 필요한 것이어서 결국 갖고 있는 자원들을 바로 P2P에 도입할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또 자율주행 시대가 되면 운전자가 대부분 없어지기 때문에 소유 의미 자체가 자연스레 사라질 겁니다. 그때 공유를 전혀 모르는 상황에서 급작스런 변화가 오면 운전자들의 적응이 어려운 병목 현상이 생길 수 있죠. 네이비를 통해 차를 소유할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미리 인지한 후 자율주행 시대가 오면 훨씬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을 겁니다"

 거대한 포부는 뒤로 하고 단기적 목표에 대해 물었다. "올해까지는 거점을 충분히 확보하고 홍보할 예정입니다. 또 신차에 대한 욕구를 얼마나 억제했는지 객관적 수치로 입증할 겁니다.전통적인 제조사들이 접근하지 못하는 분야에서 스타트업의 새로운 길을 보여줄 계획입니다"

 물론 링커블은 아직 작은 회사다. 그러나 비즈니스에 대한 깊이와 고민은 대기업 못지 않아 협업 요청도 많다. 실제 기아차 공유 서비스 위블의 시스템을 만든 곳도 링커블이며, 이를 독자적인 사업으로 확대한 것이 주거형 카셰어링 '네이비'다. 이 대표는 "기본적으로 공유 플랫폼은 확장 가능성이 대단히 넓은 분야"라며 "자동차 이외 다른 분야의 공유 서비스도 준비 중인 만큼 미래를 주목해 달라"며 인터뷰를 마쳤다. 

대담=권용주 편집장 soo4195@autotimes.co.kr
정리=오아름 기자 or@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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