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를 넘어 이동 서비스 차별화로 수익 추구
-전기화(Electrification) 투자 위해 내연기관 늘려야
2018년 제네바모터쇼에서 만난 폭스바겐그룹 마티아스 뮐러 회장은 폭스바겐그룹의 미래전략에 대해 '선택적 모빌리티' 추구라는 입장을 나타냈다. 글로벌 인구의 80%가 도시로 몰려든다는 가정 하에 도심 내 이동은 개념 자체가 달라져야 한다는 뜻이다. 이를 위해 폭스바겐그룹은 향후 제조를 넘어 다양한 이동 서비스 제공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이동수단의 주력은 여전히 자동차라도 이동방식은 달라져야 한다는 것이다.
폭스바겐뿐만이 아니다. 르노 또한 '이즈-고' 컨셉트를 통해 프림미엄 이동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현장에서 만난 안서니 로 르노 외관디자인 부사장은 "교통약자 또한 자율주행의 완성으로 어려움없이 이동할 수 있다"며 "6인승 자율주행 이즈-고는 최대 6명이 탈 수 있게 공간효율을 높였다"고 설명했다. 휠체어 등이 아무런 불편없이 지상에서 계단까지 오르내리는 구조이며, 구동에는 전력을 사용한다.
물론 벤츠, BMW, 아우디, 볼보, 현대자동차, 포르쉐 등 주요 제조사 역시 자율주행분야에선 결코 뒤지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했다. 현대차는 한국에서도 자율주행을 시연했던 넥쏘 수소전기차를 내세웠고, 미래 디자인 흐름을 보여주는 차원에서 '르 필 루즈(HDC-1)' 컨셉트를 내세웠다. 물론 디자인 단계이지만 상당한 자율주행기술이 들어갈 예정이다. 포르쉐는 오랜 기간 개발한 미션E 크로스 투리스모를 선보였다.
-전력 기반의 이동 수단, 슈퍼카도 예외 없어
-소유에서 이용 가치로 이동, 제조사가 직접 나서
이런 점만 놓고 보면 유행처럼 확산하는 커넥티드와 자율주행을 내세우지 않으면 흐름에 뒤진 기업으로 인식되는 경향도 뚜렷하다. 그러나 이들 제품의 공통점은 구동에너지로 전력을 활용한다는 점이다. 심지어 슈퍼카메이커인 람보르기니도 EV 컨셉트 테르조 밀레니오에 급속 충방전은 물론 순간 출력 향상이 빠른 슈퍼캐퍼시터를 적용해 성능을 높였다. 제아무리 슈퍼카라도 배출가스를 줄이지 않으면 존재할 수 없다는 위기감을 보여준 셈이다. 그럼에도 빠른 전동화가 가져 온 고민의 무게는 적지 않다. 여전히 수익성 낮은 미래차 분야에 쏟아야 할 투자가 만만치 않아서다.
폭스바겐그룹 뮐러 회장은 "다양한 포트폴리오로 수익을 분산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토요타가 유럽에서 디젤차를 팔지 않겠다고 했지만 폭스바겐그룹은 오히려 디젤, 가솔린, CNG, 전동화, 수소 등 다양한 에너지원 대응이 가능하도록 동력발생장치 개발에만 향후 10년동안 45조 원을 쏟아부을 것"이라며 "내연기관이 빨리 사라질 것으로 예상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폭스바겐을 비롯한 거대 자동차회사들이 빠른 전동화 흐름에 참여하는 동시에 내연기관에서 섣불리 멀어지지 못하는 이유는 그 만큼 미래를 위한 투자금이 대부분 내연기관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모터쇼를 차지하는 주력 또한 내연기관이며, 배기량 4,000㏄를 넘는 고성능 슈퍼카도 즐비하다. 대외적으로는 C.A.S.E.(Connected, Autonomous, Sharing, Electrification)로 미래지향적 이미지를 형성하지만 현실에선 내연기관차를 많이 팔아야만 미래가 보장되는 구조다.
따라서 자동차의 양극화가 심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공유사업에 활용하는 이동수단은 전기 기반의 대중적인 자율주행이 차지하고, 나머지는 전통적 개념의 내연기관 및 프리미엄 EV로 구분하는 구조다. 개인의 소유욕을 자극, 자동차 구매를 촉진시켰던 제조사로선 한층 무거운 도전에 놓인 셈이며, 결국 이 싸움에선 몸집과 규모가 큰 곳일수록 목표 수익에 빨리 도달할 가능성이 높다. 미래에 자동차회사가 5~6곳만 남을 것이라는 전망을 제기하는 배경이다.
그런 측면에서 올해 제네바모터쇼는 자동차회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분명히 제시하고 있다. 주력 에너지 흐름을 누가 정확히 예측하느냐에 따라 운명이 엇갈릴 수 있어서다. 현재는 거대한 산업구조에서 '전기'라는 에너지가 자동차로 옮겨와 표면적으로 이동수단을 만들지만 전동화는 새로운 도전자의 진입을 예고하는 것이어서 차원이 다르다. 뮐러 회장이 인터뷰 도중 '다양성', '규모와 공유'를 언급한 것도 결국은 오랜 기간 소유 측면에서 접근했던 기존 자동차회사의 방식이 이용가치로 돌아섰다는 걸 의미한다.
동시에 다른 한 쪽에선 여전히 소유욕을 자극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 프리미엄시장을 형성할 수밖에 없다. 그 것이 내연기관이든 전기모터든 말이다. 그리고 제네바 현장에선 이미 돌이킬 수 없는 동력원의 다양화가 여과 없이 드러났고, 출발선을 떠나 전력질주하는 모습이 생생했다.
제네바=권용주 기자 soo4195@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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