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빔]택시 승차 거부, 우버 도입이 해결할까

입력 2018-03-12 07:00  


 -해외는 모든 승용차 택시 사용 움직임 뚜렷
 -택시 업계보다 국민 편익 우선해야

 1980년대 가족과 함께 외식 후 택시 잡기가 힘들 때 귀가를 책임졌던 교통수단은 '나가시'로 부르는 자가용 택시였다. 물론 유상 운송 행위였던 만큼 불법이었지만 특정 장소에서 대기하고 있으면 손님이 찾아가 이용하는 형태였다. '나가시'란 일본에서 온 말로 자가용으로 주인 몰래 영업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게 보면 비록 찾아갔지만 자가용 유상 운송 사업의 대표 격으로 꼽히는 '우버'가 이미 한국에는 오래 전부터 존재했던 셈이다. 그런데 당시 나가시는 일반 택시보다 요금이 비싼, 일종의 고급 운송 수단이었다. 

 이후 국내에서도 고급 택시를 원하는 소비자가 적지 않았고, 그에 따라 등장한 교통수단이 '모범택시'다. 일반 택시보다 요금은 두 배 정도 비싸지만 목적지 거절이 없는 데다 편안함을 더했던 만큼 좋은 서비스를 원하는 사람이 이용했다. 그럼에도 나가시 택시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택시라는 공공의 이동 수단을 꺼리는 소비자가 있어 여전히 음성적인 방식으로 알게 모르게 운행되는 중이다. 

 그러자 이번에는 앱 기반의 호출 자가용 서비스가 등장했다. 지난 2014년 한국에 진출한 '우버(Uber)'가 대표적이다. 결과적으로 자가용 유상 운송 행위라는 점에서 불법으로 규정됐지만 고급 택시를 표방한 우버 블랙은 현재도 사업이 진행 중이다. 물론 이 때 활용되는 우버 블랙 택시는 자가용이 아니라 영업용으로 허가받아 운행 중이다. 

 우버 등장 이후 논란은 쉼 없이 진행 중이다. 국민적 편의를 위해 서비스를 전면 허용해야 한다는 목소리와 이를 반대하는 택시 업계가 팽팽히 맞서고 있다. 이런 갈등은 우리나라 뿐 아니라 해외도 마찬가지여서 어느 나라는 합법이고 어느 나라는 여전히 불법이다. 미국에선 우버가 합법이지만 한국에선 불법이며, 런던 또한 비싸기로 악명 높은 블랙캡 대신 우버 이용자가 적지 않다. 그러나 같은 유럽이라도 덴마크에선 불법이다. 

 그런데 국내에서 일반 택시 서비스와 경쟁하는 우버X가 불법인 이유는 어디까지나 세금 문제에서 비롯됐다. 온라인의 특성 상 요금 결제가 해외에서 이뤄지는데 반해 사업 소득에 따른 세금은 한국에 내지 않아서다. 국민 세금으로 만든 도로에서, 한국 사람들이 자신의 자가용으로, 한국인을 위한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세금도 한국에 내야 한다는 게 핵심이다. 물론 우버 운전자 또한 그 나라에 세금을 낸 납세자로서 공공 시설물인 도로를 활용해 수익을 올릴 수 있지만 도로 자체가 우버를 위해 만들어진 게 아니라는 게 정부의 논리다. 하지만 우버 본사는 세금을 낼 수 없다고 버텼고, 결국 우버X는 불법 서비스로 규정돼 퇴출됐다. 물론 이면에는 택시업계의 강력한 반발 또한 포함된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런데 정말 앱 기반의 자가용 운송 서비스가 한국에 본격 전개되면 택시 업계가 위협을 받을까? 그렇다면 이미 우버가 활성화 된 미국이나 영국의 택시 사업자는 모두 위기에 처했을까? 결론만 보면 꼭 그렇지 않다. 이유는 요금과 이용자 편의성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해외에서 우버를 이용해 본 사람이라면 대부분 택시보다 요금이 저렴하다는 예찬론을 펼친다. 특히 택시 요금이 비싸기로 유명한 영국 런던에서 우버를 이용해 본 사람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그러나 우버가 활성화 됐어도 영국의 택시 업계가 위기에 처했다는 소식은 별로 들어본 적이 없다. 우버와 블랙캡 가운데 어떤 것을 이용할 것인지 이용자가 상황에 따라 판단, 공존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그리고 공존의 배경에는 언제든 잡아 탈 수 있는 블랙캡의 편의성과  저렴한 우버의 이용 요금이 자리하고 있다. 

 그렇다면 한국의 택시 요금 수준은 선진국 대비 어느 정도일까? 한국교통연구원에 따르면 6㎞ 이동을 가정했을 때 서울은 5,800원, 뉴욕은 1만1,000원, 런던은 1만9,800원, 파리는 1만2,300원, 도쿄는 2만900원 정도다. 해당 국가의 소득 수준을 감안해도 평균 1.5~2.0배 가량 한국의 택시 요금이 낮은 편이다. 우버 서비스는 택시 요금이 비쌀수록 성공 가능성이 높은 만큼 요금만 본다면 한국 내에서 우버의 성공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은 셈이다. 

 실제 우버가 국내에서 장점을 가지려면 6㎞를 이동했을 때 5,800원보다 요금이 저렴해야 한다. 예를 들어 택시보다 1,000원 저렴한 4,800원을 받을 경우 수수료 25%를 제외한 3,600원이 운전자 수익이지만 여기서 연료비를 제외하면 결국 자가용 운전자 수익은 1,800~2,000원 내외에 그친다. 하지만 주행거리 누적에 따른 감가 상각을 고려할 때 우버 운전자로 돈을 버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게다가 어디든 나가면 손쉽게 잡을 수 있는 택시를 놔두고 1,000원을 아끼기 위해 앱 호출 이후 기다리는 시간, 동시에 지도의 비정확성으로 겪을 수 있는 불편을 감안하면 1,000원은 절감이 아니라 오히려 불편 감수 비용이 될 수도 있다. 

 -이동 서비스 확장은 4차 산업의 핵심
 -사업자 진출을 열되 경쟁은 자율에 맡겨야

 물론 그래도 신뢰 측면에서 우버를 이용하겠다는 사람이 있겠지만 국내도 이미 카카오 택시처럼 주행 경로와 거리에 대한 신뢰도는 어느 정도 확보가 된 만큼 경쟁의 요인은 아니다. 이런 이유로 해외에서 우버를 이용할 때 전문적으로 사업에 참여하는 자가용 보유자들은 대부분 시내 주행 때 효율 높은 하이브리드를 활용한다. 같은 이유로 한국에서 우버가 허용될 경우 가장 수익이 높은 이동 수단은 에너지비용이 가장 적은 EV가 된다는 의미다. 하지만 EV는 아직 보급 대수가 너무 적은 게 문제점이다.  

 그럼에도 우버를 허용하자는 목소리는 택시의 서비스 개선 차원이다. 바쁠 때 목적지를 골라 태우는 지금의 택시 관행을 근본적으로 없애는 방법은 누군가 해당 목적지를 주저 없이 가도록 하는 방법이다. 택시가 거절하는 목적지를 자가용 택시는 얼마든지 수락할 수 있어서다. 밤늦은 퇴근길에 목적지가 같은 사람을 태워 돈을 받으면 그만큼 기름 값을 아끼는 방법이 될 수 있다. 마치 카카오 대리 운전 종사자 가운데 상당수가 퇴근 때 남의 자가용을 이용해 같은 방향으로 이동, 퇴근과 동시에 돈까지 버는 것처럼 말이다. 

 물론 우버 또한 이용자의 목적지를 알 수 있어 승차 거부에 동참(?) 할 가능성이 없지는 않다. 하지만 야간에 퇴근하는 자가용이 일정 비용을 받고 목적지에 데려다 주는 서비스가 활성화되면 택시 입장에선 승객을 빼앗기는 것이어서 승차 거부를 쉽게 할 수 없다. 전면은 아니더라도 부분적인 자가용 유상 운송 서비스를 개방하자는 이유다. 적어도 승차 거부가 이뤄지면 이용자가 다른 대안을 찾을 수 있도록 말이다. 그래서 필자는 다음 선거 때 이런 공약을 넣은 후보자를 지지하려 한다. 그간 자치단체 후보마다 교통 편익 개선을 외쳤지만 시행 단계에선 이해 관계자의 입김에 가로막혀 번번히 실패했기 때문이다. 4차 산업혁명의 여러 대상 가운데 한 가지가 '편리한 이동 서비스'가 되는 마당에 여전히 승차 거부를 경험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후진적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택시보다 편익을 원하는 시민의 표가 훨씬 더 많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 비록 한 표일 지라도 말이다. 

 박재용(이화여대 연구교수, 자동차미래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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