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표보다 중요한 건 주유소 생존, 복합스테이션 대안이지만,,,
"정유사가 생존하려면 이제는 뭉쳐야 합니다." 지난 6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렸던 모터쇼 현장에 이색 부스가 하나 등장했다. 다름 아닌 내연기관에 연료를 공급하는 정유사들의 공동체가 주인공이다. 주유기 모양을 그려 넣고 내연기관 자동차에 기름을 넣는 모습은 일상에서 보는 것이라 평범했지만 관심은 이들의 출현 그 자체였다. 주변 모두가 전기차, 수소전기차, 하이브리드 등의 친환경차 경쟁을 펼치는 마당에 정유사들이 기름을 앞세워 전시장에 둥지를 틀었기 때문이다.
궁금증에 대한 전시장 관계자의 답변은 분명했다. 그는 "유럽 내 모든 정유사들이 미래 생존에 대한 위기 의식을 가지고 있다"며 "전기차 등이 주목받지만 앞으로도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내연기관 시대 또한 오래갈 수밖에 없음을 알리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탄소 배출 규제로 사용이 억제되는 분위기를 벗어나 어쩔 수 없이 앞으로도 장기간 사용이 불가피하다면 내연기관 연소율을 높이고, 배출가스 정화장치 기술 발전으로 내연기관 시대를 친환경적으로 유지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이다.
이처럼 기름 시대에 생존을 위해 이들이 선택한 것은 상표별 주유소의 통합이다. 현장에서 만난 스위스 석유협회 관계자는 "정유사별로 경쟁하되 주유소 상표 통합과 함께 어떻게 하면 주유소를 편안한 휴식 장소로 제공할 수 있을까를 고민한다"며 "기름 소비가 줄면 주유소 방문 횟수도 감소하고, 방문자가 떨어지면 편의점 및 경정비 등 부대사업도 타격이 있어 주유소 통합의 필요성은 충분하다"고 말했다. 자동차 정보 제공자였던 전시장이 인터넷 발전으로 방문자가 감소하자 지역별로 통합되는 추세와 비슷한 과정을 겪는 셈이다.
그런데 정유사 및 주유소의 고민은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해마다 개인 승용차의 평균 이용거리는 짧아지는데 반해 효율은 꾸준히 개선되고 있어서다. 실제 교통안전공단에 따르면 지난 2002년 승용차의 하루 평균 주행거리는 53.9㎞였지만 2014년에는 37.6㎞로 30.2% 감소했다. 또한 한국에너지공단에 따르면 2013년 국내에서 운행된 자동차의 복합기준 평균 효율은 ℓ당 16㎞에서 2016년 15.95㎞로 나타났다. 숫자만 보면 0.05㎞ 떨어진 것처럼 보이지만 같은 기간 편의 및 안전 품목이 추가되며 공차 중량이 1,510㎏에서 1,591㎏으로 증가했음을 고려할 때 오히려 향상된 결과인 셈이다.
물론 같은 이유로 국내 정유사들도 새로운 먹거리 찾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최근 GS칼텍스가 전국 주유소 네트워크를 활용하기 위해 회사 내 미래 사업 발굴을 목표로 위디아팀을 신설한 것도 같은 맥락이고, SK가 일부 주유소에 EV 충전기를 설치한 것도 결국은 주유소를 복합 공간으로 만들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하지만 스위스처럼 상표를 떠난 주유소 통합은 개별 기업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 쉽지 않다.
이런 가운데 수송 에너지 부문은 수소차 등장에 따른 충전소 설립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유럽 또한 일부 국가에서 수소차가 운행된다는 점에서 기름을 포함해 다양한 수송 에너지를 동시에 판매하는 복합스테이션이 대안으로 떠오르지만 국내는 수소 충전소 부지 문제 해결조차 쉽지 않다. 하지만 이미 공간을 확보한 에너지회사가 적극 나선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친환경 이동 수단이 적극 활성화되려면 에너지회사가 함께 움직여야 한다는 뜻이다. 일본 토요타가 수소 에너지기업과 손잡고 충전소를 늘려가는 것도 결국은 자신들이 만든 수소전기차를 보급하려면 에너지의 안정된 공급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국내 기름 회사도 생존을 위해 다양한 수송 에너지를 모두 판매하는 복합스테이션 전환을 생각해보면 어떨까 한다. 물론 쉽지 않겠지만 결국은 개별 기업의 판단과 선택의 문제인 만큼 못할 것도 없지 않은가. 누가 먼저 기름, LPG, 수소, 전력, CNG 등을 모두 취급하느냐에 따라 에너지 및 유통 회사의 미래 생존이 담보될 수도 있으니 말이다.
권용주 편집장 soo4195@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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