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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A의 핵심은 '얼마나 팔 것인가'가 아니라 '어디서 만들 것인가'
한국지엠이 이번 한미 자유무역협정 재협상의 가장 큰 수혜자라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차의 한국 수입 할당량을 연 2만5,000대에서 5만대로 늘린 것이 곧 국내 수입할 쉐보레 에퀴녹스를 위한 트럼프 정부의 포석이었다는 것. 하지만 정작 에퀴녹스의 경우 캐나다와 멕시코 공장에서 생산돼 FTA 혜택 대상에서 제외된다. 이러한 사실을 몰랐던 트럼프 정부의 실수였을까? 오히려 트럼프의 일관된 기조인 '일자리 확보'를 위해 훨씬 큰 그림을 그렸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다.
한미 FTA 재협상안 발표 이후 완성차 업계는 미국의 한국 수입 할당량(쿼터 제한)에 주목했다. 해당 조항은 미국에서 생산된 차가 미국의 안전 기준을 충족하면 별도 조치없이 한국에서 판매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일각에선 해당 할당량이 증가해도 국내 시장에서 미국차 판매가 신통치 않아 별 영향이 없을 것으로 분석했다. 실제 국내 판매되는 포드(링컨 포함)는 연 1만대 내외, 크라이슬러(짚 포함)는 7,000여대 내외이다. 2012년 한미 FTA가 체결된 이후 한국 수입 할당량 2만5,000대를 넘게 판매한 미국 생산 브랜드는 하나도 없다.
그래서 국내에선 한국지엠이 가장 큰 혜택을 볼 것으로 관측했다. 올 2분기 내 수입 판매할 에퀴녹스와 군산 공장 폐쇄로 판매를 중단한 크루즈를 수입하려면 2만5,000대 기준으로는 부족해서다. 하지만 에퀴녹스의 경우 미국이 아닌 캐나다와 멕시코 공장에서 생산되고, 크루즈는 향후 수입 판매 계획이 없다는 게 한국지엠의 설명이다. 게다가 미국에서 수입되는 볼트EV와 임팔라, 카마로 등을 모두 합쳐도 수량이 1만대에 못 미치기 때문에 사실상 한국지엠도 이번 FTA 재협상으로 얻을 수 있는 혜택은 없는 셈이다.
그렇다면 트럼프 정부는 왜 쿼터 제한을 재협상 테이블에 올렸을까. 주목할 점은 '미국 브랜드'가 아니라 '미국에서 생산되는 차'의 한국 수입 할당량을 늘렸다는 데 있다. 즉 미국은 미국 브랜드 제품의 국내 판매를 늘리려는 목적이 아니라 미국 공장에서 생산된 독일 및 일본 브랜드의 한국 수출 확대를 통해서도 미국 근로자의 일자리를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을 주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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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자동차산업협회가 해마다 발간하는 세계자동차통계에 따르면 2016년 기준 글로벌 시장에 등록된 신차는 9,283만대다. 이 중 완성차를 가장 많이 생산한 국가는 단연 중국이다. 중국은 2,811만대를 만들었다. 이어 1,217만대를 생산한 미국, 920만대의 일본, 621만대의 독일, 448만대의 인도, 422만대의 한국 순이다. 연간 지구 전체에 풀리는 새 차 가운데 절반 이상은 미국, 중국, 일본에서 만든다.
그런데 각국이 생산한 자동차가 모두 자국 내에서만 판매되는 것은 아니다. 완성차 수출을 기준하면 오히려 독일이 465만대로 가장 많고, 463만대의 일본, 276만대의 미국, 265만대의 한국, 262만대의 멕시코, 243만대의 스페인 순이다. 세계 1위 자동차 생산국인 중국의 수출은 81만대에 불과하다.
트럼프 정부는 여기에 집중했다. 미국 내 자동차 생산을 늘리기 위해서는 포화상태인 자국 수요에 기대기보다 해외 수출을 늘려야 한다고 판단한 것. 이번 FTA로 미국이 획득한 수입 할당량 확대도 그 일환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브랜드가 아니라 미국 공장 활성화에 초점을 맞춰 한국으로 들어가는 미국산 차의 물량 확대를 요구했다는 뜻이다.
-미국에 공장 보유한 독일 및 일본 업체가 수혜 입을 것
어차피 한국으로 들어가는 완성차는 미국 내 토요타, 벤츠, BMW 등 다양한 공장에서 생산된다. 해당 공장에서 제품을 만드는 사람은 미국인이며, 수출이 늘어나면 미국인들의 소득과 일자리가 함께 많아진다. 뿐만 아니라 자동차 생산이 많을수록 그만큼 관련 산업군의 비중도 커진다. 완성차에 들어가는 부품이 대표적이다. 자동차 조립공장이 위치한 지역은 언제나 인근에 부품 공급단지가 들어서고 마찬가지로 일자리가 만들어진다. 파생되는 일자리까지 감안하면 그 파급력은 상당하다.
아직은 지레 짐작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다. 과연 트럼프가 제시한 연간 5만대는 어떤 역할을 하게 될까. 오히려 미국 업체보다 일본이나 독일 업체들이 해당 조항을 더 활용할 수도 있지 않을까. 그럼에도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미국 공장을 가진 완성차 제조사들에게 또 하나의 달콤한 수출 길을 열어준 셈이다. 비록 한국 내 수입차의 시장 규모가 작을 지라도 말이다. 그런데 국내 수입차 시장의 성장세를 보면 가까운 시점에 5만대 할당제 대상에 포함되는 수입사가 나올 지도 모를 일이다.
오아름 기자 or@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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