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노후 경유차 쏟아져 나와, 저공해 조치에만 2조6,000억원 투입
-자동차회사는 디젤 팔고, 정부는 세금으로 엔진 바꾸고,,,근본 대책 절실
환경부에 따르면 지난 2005년부터 2014년까지 정부가 노후경유차 저공해 사업에 투입한 예산은 2조3,000억원이다. 10년 이상 된 노후경유차에 배출가스 저감장치를 부착하거나 폐차할 때, 그리고 엔진을 LPG로 개조할 때 소요된 비용이다. 이후 해마다 1,000억원 이상을 노후경유차 저공해 사업에 쏟아 붓고 있다. 2017년에는 1,082억원, 올해는 1,597억원이 배정됐다. 노후경유차 13만2,000대의 저공해 사업에 1,165억원, 노후건설기계 및 대형차 8,000대의 저공해 사업에 432억원이다.
구체적인 예산 항목을 보면 2005년 이전 배출허용기준으로 제작된 노후경유차를 폐차할 때 중고차 가격 전액을 보전해주는 사업에 934억원(11만6,000대), 1만5,000대에 배출가스 저감장치(매연여과장치)를 부착하는 비용이 222억원, 500대의 디젤차를 LPG로 개조할 때 8억7,000만원을 사용한다.
이처럼 적지 않은 국민 세금을 노후경유차 저공해 사업에 투입하는 이유는 대기질 개선이 목적이다. 가뜩이나 미세먼지로 몸살을 앓는 마당에 디젤차에서 배출되는 질소산화물이 2차 미세먼지를 형성한다는 과학적 사실이 밝혀지면서 노후경유차 저공해사업에 해마다 1,000억원 이상을 쓰는 셈이다.
그러나 최근 저공해 사업에 지속성에 문제를 제기하는 목소리가 불거져 나오고 있다. 특히 판매되는 11인승 이상 승합 및 1t 소형 화물차가 대부분 디젤임을 감안할 때 매년 10년 넘은 노후경유차가 끝없이 등장할 수밖에 없는 만큼 지금처럼 매년 저공해 예산을 투입하는 게 근본 처방이 될 수 없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어서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11인승 이상 디젤 승합차는 현재 72만대가 운행되는 중이며, 1t 소형 디젤 소형 화물차는 250만대가 거리를 누비고 있다. 특히 1t 소형 디젤 화물은 전체 상용차의 80%를 차지할 만큼 비중이 절대적이다. 그러니 올해 노후경유차 저공해 사업에 1,575억원을 쏟아 부어도 내년이 되면 또 다시 10년 이상 노후경유차가 생겨난다. 이렇게 14년 동안 저공해 사업에 투입한 누적 예산은 지난해까지 이미 2조6,000억원을 넘어섰다.
그렇다면 현재 저공해 조치 대상인 10년 전 출시된 1t 소형 디젤 화물만 일정 부분 줄이면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아니오'라는 답을 내놓는다. 자동차미래연구소 박재용 소장은 "현재 노후경유차 저공해 대상은 배출 기준이 유로3 또는 유로4 수준이었을 때 등장했지만 유로4는 당시만 해도 친환경 디젤로 불렸다"며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미세먼지 기준에 대한 국민들의 눈높이 또한 상향된다는 점을 감안할 때 지금 나오는 유로6 디젤차도 10년이 흐른 미래 시점에선 저공해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노후경유차 저공해 지원 사업을 두고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이 쏟아지는 배경이다.
-1t 소형 화물 및 11인승 승합 디젤, 구매 때부터 조치 필요
-'수익자 부담 원칙 vs 서민 부담' 갈등 첨예하게 맞서
경유차 저공해 사업은 또 있다. 어린이 통학차로 사용되는 15인승 이하 소형 승합 경유차를 폐차하고 LPG차를 구매하면 마찬가지로 국민 세금 500만원을 지원한다. 2009년 이전 등록된 차가 우선 대상이고, 한 마디로 아이들의 건강을 위해 LPG차를 운행하라는 뜻이다. 저공해사업과 마찬가지로 자동차회사가 디젤을 팔아 수익을 가져가면 10년 후 정부가 예산을 넣어 연료를 바꾸는 셈이다.
이런 이유로 현재 디젤차 가운데 320만대로 가장 많은 11인승 이상 승합 및 1t 디젤 화물부터 구매 단계에서 무언가 조치가 있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예를 들어 새 차에 LPG 엔진 차종을 구비하거나 수익자부담 원칙에 따라 디젤차 구매자가 저공해조치 비용을 미리 지불하는 방식이다. 완성차업계 관계자는 "이미 디젤차는 환경개선부담금을 내고 있어 저공해 조치 비용을 일부 개인이 보전하고 있다"며 "다만, 새로 나오는 디젤차는 강화된 기준 충족을 하고 있어 면제 대상에 포함되지만 10년이 지나면 배출가스가 다시 많아질 수 있는 게 문제"라고 말한다.
판매 현장에서 소비자들이 LPG를 외면하는 것도 개선될 사항이다. LPG 엔진 성능이 부족하고 효율이 낮아 연료비가 많이 들어간다는 점 때문이다. 하지만 현대차에 따르면 12인승 스타렉스 2.5ℓ 2WD 디젤 5단 AT 차종과 2.4ℓ LPi 2WD 4단 AT의 복합효율은 각각 ℓ당 9.5㎞와 6.1㎞다. 승합과 화물이라는 특성을 감안해 하루 100㎞ 주행을 가정하면 디젤 연료비는 1만4,200원(전국 평균 경유가격 1,349원 적용), LPG는 1만3,980원(전국 평균 LPG 가격 853원 기준, 오피넷)으로 오히려 LPG가 적게 든다. 물론 화물 적재를 고려하면 달라질 수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연료비 차이는 별로 없다는 게 현대차의 설명이다. 게다가 LPG의 경우 ℓ당 주행거리가 짧아 충전소를 여러 번 찾아야 하는 불편함을 줄이기 위해 연료탱크 용량도 83ℓ로 75ℓ의 디젤 승합차보다 크다.
그럼에도 디젤 선호도가 높은 이유는 기름을 가득 채웠을 때 디젤 승합은 이론상 712㎞를 주행하지만 LPG는 506㎞로 짧아 충전이 잦고, 여러 사람이 탑승하거나 물건을 적재했을 때 발생하는 중량 부담을 현재의 LPG 엔진 성능은 감당하기 어렵다는 평가 때문이다. 연료비에서 큰 차이가 없다면 굳이 성능이 열악한 LPG를 선택할 이유가 전혀 없는 셈이다. 실제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0만대가 넘게 판매된 현대차 1t 소형 화물 포터는 LPG가 아예 없고, 4만9,000대가 판매된 기아차 봉고 1t 트럭 내 LPG 엔진은 고작 99대였다.
따라서 노후경유차의 근본 대책은 디젤에 버금가는 LPG 엔진 개발 및 상용화도 하나의 대안으로 꼽힌다. 최근 현대차와 환경부 산하 친환경사업단이 공동으로 2.5ℓ 디젤의 성능에 결코 뒤지지 않는 2.4ℓ 터보 LPi 엔진을 개발한 것도 노후경유차 문제를 근본부터 줄여보자는 차원에서 진행됐다.
그러나 관건은 상용화다. 1t 소형 화물의 수익성을 고려할 때 새로 개발된 2.4ℓ 터보 LPi 엔진 차종이 등장할 지는 미지수다. 현대차 관계자는 "1t 소형 화물은 수익 측면에서 큰 매력이 없는 차종"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디젤보다 수익 낮은 LPG차를 내놓는 것은 쉽지 않다"고 설명한다. 기아차 관계자 또한 "봉고 1t 트럭 판매에서 LPG 비중을 고려할 때 시장성이 없어 그나마 있는 제품도 없애자는 얘기가 내부적으로 나온 적이 있다"고 털어 놓는다.
그런데 여기서 고려할 점은 제조사의 사회적 책임이다. 설령 소비자들의 디젤 선호도가 높아도 LPG 선택 자체를 원천 배제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는 뜻이다. 연구 개발비 64억원 가운데 정부가 32억원을 부담한 것도 노후경유차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자는 취지인데, 오로지 기업 이익만을 위해 디젤 판매만 고집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의견이 나오는 배경이다.
일부에선 차라리 노후경유차 저공해 사업에 자동차회사를 참여시켜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디젤차 판매로 얻은 수익의 일부를 10년 후 투입될 저공해 사업 예산으로 사용하자는 복안이다. 이와 함께 정부가 전기트럭 구매 때 지급하는 2,000만원의 인센티브를 주는 것처럼 LPG 승합 및 1t 소형 LPG 화물차 구매 때에도 보조금을 주자는 얘기마저 나온다. 어차피 10년 후 저공해 예산을 투입한다면 그 비용의 일부를 10년 후 저공해 조치가 필요 없도록 미리 투입하자는 방안이다.
-10년 후 저공해 비용, 일부 초기 구매 보조금 전환 제안
-근본 원인 제거와 사후 처방 동시에 이뤄져야
반대 입장도 있다. 11인승 이상 승합 및 1t 소형 화물에 수익자 부담 원칙을 적용해 저공해조치 비용을 차 값에 포함시키면 서민 부담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1t 소형 디젤은 생계형 구매자가 많아 이들이 직접적인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말한다. 따라서 10년 후 필요한 저공해 조치 비용을 현재 디젤 판매 가격에 반영하는 것은 쉽지 않다고 덧붙인다. 게다가 정부도 제도 개선으로 1t 소형 디젤 화물 가격이 오르면 국민적 반발에 부딪칠 수 있어 부담이기는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환경 비용을 디젤차에 포함시키자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 이유는 수익자 부담 원칙 때문이다. 소형 화물차로 수익을 얻는 이들이 해당 차종 구매자라면 스스로 10년 후 저공해 비용을 부담하는 게 맞다는 주장이다. 수익은 1t 소형 디젤차 제조사 및 구매자가 얻고, 저공해 사업에는 모든 국민의 세금을 투입하는 게 과연 맞느냐는 논리다.
비슷한 사례가 바로 명절 고속도로 통행료 면제다. 이강래 한국도로공사 사장은 최근 고속도로 통행료 감면액 규모를 줄이겠다고 말했다. 통행료 수입은 연 4조원 수준에서 정체됐지만 감면액은 증가하고 있어서다. 그러면서 대표적으로 정부의 명절 고속도로 통행료 무료화 정책을 손꼽았다. 감면 규모가 갈수록 커져 올해는 4,000억원을 넘어선다며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명절 통행료 감면 자체는 정부 정책이니 당연히 받아들이지만 정부 보상 없이 감면액 규모만 늘면 이를 보전하기 위해 평일 요금을 올려야 한다는 뜻을 내비쳤다. 한 마디로 고속도로 이용하는 사람을 위해 이용하지 않는 사람까지 이용료 부담이 늘어나는 것이어서 손질이 필요하다는 의지다.
노후경유차 문제도 본질은 같다. 국내 등록된 디젤 화물차 가운데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11인승 이상 디젤 승합 및 1t 소형 디젤 화물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지 않고선 저공해 사업은 계속되는 구조다. 게다가 버스와 대형트럭도 문제지만 생계형이라는 이유로 소형 승합 및 화물은 그간 사각지대에 있어 왔다. 2004년 디젤 세단 판매 허용 이후 늘어난 70만대의 승용 세단 디젤이 내뿜는 배출가스가 아니라 소형 승합 및 화물의 근본 처방이 없다면 노후경유차 저공해 사업에 투입될 예산은 앞으로도 2조원을 넘어설 수 있다. 이미 투입된 비용까지 감안하면 정부가 아예 공장을 세워 LPG 엔진 제품을 개발, 생산까지 할 수 있었던 비용이다.
결론적으로 미세먼지 저감을 위해 수익자 부담 원칙을 적용, 소형 디젤 승합 및 화물차 가격을 높여 LPG로 구매 전환을 유도할 것인가? 아니면 디젤 판매를 놔두고 10년 후 국민 세금으로 저공해 조치를 할 것인가는 매우 중요한 사안이다. 이른바 '환경 vs 산업' 가운데 하나를 선택할 수밖에 없어서다. 소형 승합 및 화물 구매자에게는 그것이 생계지만 배출되는 미세먼지는 구매자를 포함해 국민 모두가 감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권용주 편집장 soo4195@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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