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빔]공유 거대화를 향한 완성차의 몸부림

입력 2018-04-04 08:13  


 -우버, 알파벳 등 모빌리티 공유 기업 방어
 -자동차는 판매 확장, 공유 기업은 제조 진출 엿볼 수도

 프리미엄 자동차 분야의 경쟁자인 다임러벤츠와 BMW가 결국 손을 잡기로 결정했다. 벤츠의 공유 서비스 '카투고(Car2Go)'와 BMW의 '드라이브나우(DriveNow)'가 하나로 합쳐지는 것. 올해 초 체결한 서비스 기술 공유에 머무르지 않고 아예 사업 자체를 통합하기로 전격 결정했다. 이를 통해 현재 두 회사가 제공 중인 12가지 모빌리티 공유 서비스를 글로벌 곳곳에 소재한 400만명의 가입자가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양사가 손잡은 것은 모빌리티 공유 서비스도 프리미엄으로 차별화 시키기 위해서다. 목적지까지 이동하되 프리미엄 자동차를 이용하면 그만큼 편안하다(?)는 사점을 부각시키는 차원이다. 이를 통해 제품 경험을 만들어내면 구매와 연결될 가능성도 높아질 수 있어서다. 한 마디로 모빌리티 공유 서비스도 프리미엄 제품을 앞세워 시장을 나누겠다는 의지다.  

 사실 공유 서비스를 바라보는 자동차 제조사 및 IT 서비스 기술 제공자의 시각은 전혀 다르다. 제조사는 기업의 본질 자체가 제조업인 만큼 제조물 판매 창구로 모빌리티 사업을 바라보는 반면 공유 사업자는 제조사와 무관하게 모든 운송 수단을 이동 서비스 도구로 삼는다. 예를 들어 우버는 이동 서비스가 필요한 소비자 및 서비스로 수익을 원하는 운전자를 온라인으로 연결, '수수료'라는 이익을 만들어내지만 자동차회사는 제조물 판매를 통해 이익을 확보하는 게 차이점이다. 따라서 완성차회사에게 우버와 같은 공유 기업은 제조물을 직접 구매하는 소비자가 아직은 아닌 셈이다. 


 하지만 자동차회사가 우버와 디디추싱과 같은 거대 공유 기업 견제에 나서는 이유는 분명하다. 이들 또한 운송 수단 제조에 얼마든지 직접 뛰어들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공유 사업자의 현재 수익 구조는 서비스 제공자로부터 가져가는 수수료가 전부다. 예를 들어 6㎞를 이동할 때 1만원의 요금이 부과됐다면 우버는 운전자와 이용자를 연결해준 대가로 25%인 2,500원을 가져간다. 따라서 이용자가 늘어날수록 수익도 많아지는 방식이다. 

 그런데 문제는 공유 사업의 확장성이다. 치열한 경쟁으로 성장이 정체될 경우 수익은 비용 절감에서 비롯될 수밖에 없다. 여기서 비용 절감은 이동 서비스를 제공하는 개별 운전자 부담을 줄이는 게 시작이다. 따라서 연료비를 줄이기 위해 저비용 고효율 이동 수단 활용이 추천되고, 이 때 적절한 이동 수단을 공유 사업자가 직접 만들어 운전자에게 제공할 수도 있다. 이 경우 이동 수단 구매 가격이 낮아지고, 이동에 필요한 에너지 비용이 줄어 서비스 사업자는 수수료 극대화를 노릴 수 있다. 

 또 한 가지는 경로의 최적화를 통해 이동 간 불필요한 소모 시간을 줄이는 일이다. 길 위에 머무는 것 자체가 에너지 손실인 만큼 지정체를 최대한 피할수록 비용은 낮아지기 마련이다.  비행기 및 기차는 좌석 등급에 따라 가격을 달리 매기는 게 일반적이지만 자동차는 차급에 따라, 그리고 이동 시간에 따라 요금을 달리할 수 있다는 뜻이다. 사망 사고로 잠시 주춤하지만 우버와 같은 자가용 호출 서비스 기업이 자율주행 시험을 멈출 수 없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따라서 자가용 호출 서비스 기업의 덩치가 커질수록 기존 자동차업계의 긴장감은 높아지기 마련이다. 직접 제조에 나서지 않더라도 공유 기업 자체가 거대 구매 플랫폼이 될 수 있어서다. 예를 들어 중국 내 디디추싱이 특정 제조사 브랜드 보유자만 판촉 차원에서 이동 서비스 수수료를 낮춰주면 해당 제품의 판매가 늘어날 수 있는 식이다. 이 경우 규모가 작은 완성차회사는 절대적으로 불리할 수밖에 없다. 볼보가 우버와 적극적 협업을 꾀한 것도 크게 보면 구매 플랫폼으로서 우버의 활용 가치가 높기 때문이며, 우버 또한 안정적인 제조물 공급자를 확보한 형국이다.  

 따라서 BMW와 다임러의 공유 결합은 그리 낯선 풍경이 아니다. 사용자 경험을 늘려 탑승 소비자의 다음 차종으로 프리미엄을 유도하는 마케팅이다. 하지만 폭스바겐그룹처럼 구매 플랫폼 활용 가능성을 높이는 경우도 있다. 지난해 발표된 폭스바겐그룹 공유 서비스 브랜드 모이아(MOIA)는 다양한 이동 수단 판매 창구이자 제품 경험의 최일선이나 다름 없다. GM 또한 최근 공유 브랜드 '메이븐(Maven)'을 출범시키고 시간당 요금을 책정한 이유는 우버와 마찬가지로 손님을 태우고 가는 운전자에게 빠른 경로만 제공한다면 오히려 운전 사업자가 돈을 더 버는 구조로 가져갈 수 있어서다. 다시 말해 우버 파트너가 메이븐 파트너로 갈아타라는 뜻이다.   


 또 하나 주목할 점은 판매 플랫폼의 역할이다. 지금이야 우버처럼 자동차회사도 운전 파트너들에게 모든 차종을 열었지만 궁극은 해당 브랜드 제품 보유자만 사업에 참여시키는 방안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이 경우 공유 사업자의 가장 큰 핵심은 운전 파트너들에게 더 많은 수익을 만들어주는 일이 될 수밖에 없다. 그래야 새롭게 참여할 파트너들이 해당 브랜드 제품의 구매 가능성을 높이게 된다. 나아가 적극적인 파트너로 활동한 사람에게 일종의 마일리지 등으로 새 차 살 때 혜택을 줄 수도 있다. 그래야 공유 사업이 새 차 판매의 플랫폼 역할이 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우버와 같은 공유 사업자가 가장 절실한 것은 자율주행 인공지능 기술을 확보하는 일이다. 그렇지 않으면 이동 수단 제조 능력을 보유한 자동차회사에 공유 사업 자체가 밀릴 수 있어서다. 자동차회사는 운송 수단과 이동을 동시에 판매하지만 공유 기업 또한 둘 가운데 하나인 이동을 판매하는 만큼 본질적으로 경쟁은 불가피한 셈이다. 

 박재용(자동차 칼럼니스트, 자동차미래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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