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 값 떨어지면 자동차 많이 살까

입력 2018-04-19 07:10   수정 2018-04-19 09:30


 -중대형차 늘어나되 전체 수요변화는 미미
 -판매 확대는 정부 정책 및 소득 영향이 더 커

 기름 값이 내려가면 자동차를 사고 싶은 마음이 생길까? 결론은 '그렇지 않다'이다. 다만, 유지비 부담이 줄어든다는 점에서 눈여겨보던 차보다 한 단계 큰 차를 구입하는 경향은 뚜렷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19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가 지난 2016년에 내놓은 '국제유가 변동과 자동차 판매량 변화' 이슈보고서에 따르면 유가가 하락하면 유지비 감소가 신차 판매를 부추길 것으로 예상되지만 실제는 유가보다 경제상황에 따른 수요 변화의 영향력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정부의 신차 구매 지원 정책이 유가 변동보다 수요에 훨씬 많은 여파를 미친다는 점도 연구로 입증됐다.  


 먼저 개별소비세 인하 등의 정부 정책 영향은 컸다. 예를 들어 2009년은 GDP 성장률이 0.7%로 저조한 반면 기름 값은 ℓ당 평균 1.24달러로 가장 낮았지만 월평균 판매대수는 9만7,895대로 GDP 성장률이 5.5%에 달했던 2007년보다 많았다. 이를 두고 보고서는 주된 이유를 그 해 5월부터 시작된 노후차교체 세제지원을 주목했다. 당시 1년 동안 판매된 신차의 27.4%가 세제 지원을 받았다는 통계가 근거다. 기름 값만 보면 유가하락이 신차 판매를 늘린 것처럼 보이지만 노후차교체 세제지원이 없었다면 낮은 소득 증가율이 구매력을 끌어올리기에 한계가 있었다는 의미다. 

 유가의 영향력이 신차 판매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다는 점은 2012년에도 입증됐다. 당시 기름 값은 1.76달러로 가장 높았고 GDP 성장률도 2.3%로 낮아 신차 판매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지 않았음에도 월 평균 판매는 9만7,991대로 2009년과 비슷한 수준을 기록했다. 그리고 당시의 비밀병기는 정부의 개별소비세 인하였다. 세금을 내리기 전만 해도 월 판매가 전년동월대비 7.9% 하락이었지만 제도 시행 후 감소율은 1.3%로 줄었다. 


 그렇다면 이런 정부의 정책이 전혀 없을 때 기름 값이 떨어지면 자동차 판매가 늘어날까? 보고서는 마찬가지로 그렇지 않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그 사례로 2010년의 경우 기름 값이 1.48달러로 전년보다 올랐지만 자동차 판매 또한 증가했다는 이유에서다. 그리고 중심에는  GDP 성장률이 무려 6.5%에 달했던 소득 증가를 위치시켰다. 이에 따라 보고서는 유가 하락보다 정부 정책과 소득 증가율이 자동차 내수 판매 많은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해석했다. 

 하지만 기름 값 변동이 분명하게 영향을 미치는 항목도 있다. 바로 차급의 대형화다. 대표적으로 경차는 유류비 부담이 적은 저유가 시기에 확실히 감소한다. 2009년 기름 값이 1.24달러였을 때 경차 판매 비중은 10.6%로 전년 13%에 비해 줄었고, 2015년 또한 기름 값이 1.37달러로 전년의 1.74달러에 비해 줄면서 경차 비중 또한 13.4%에서 11.8%로 감소했다. 반면 대형은 2015년 경차 비중이 11.8%로 줄어들 때 21%로 전년 대비 1.7%P 증가했다. 당시 기름 값은 2010년 이후 가장 저렴한 수준이었던 만큼 유지비가 내려가면 보다 큰 차로 수요가 이동한다는 점을 보여준 사례다.  

 이런 결과를 바탕으로 보고서는 한국의 경우 저유가, GDP 성장률이 높은 시기에는 판매가 늘고, 고유가 GDP 성장률이 낮을 때는 줄어든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GDP 성장률이 저조할 때는 유가와 관계없이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내수 규모를 유지하는 핵심 요소라고 결론 내렸다.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최근 중대형 고급차 구매가 늘어나는 것도 비슷한 저유가 덕분"이라며 "그러나 기름 값이 오르면 디젤 수요가 늘어나는 현상도 나타난다"고 덧붙였다. 

 권용주 기자 soo4195@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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