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TAXI)도 공유 사업 중 하나
-인공지능 택시로 진화 속도 빨라
'택시(TAXI)'라는 말은 라틴어 '탁사(TAXA)'에서 유래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탁사는 무언가를 평가하거나 부담을 지울 때 사용되는 말인데, 세금을 의미하는 '택스(TAX)'도 여기서 파생된 단어다. 그래서 미국에선 초창기 일정 비용을 받고 사람을 태워주는 영업용 차를 '택시 캡(Taxi cab)'으로 불렀다. 요금을 부과하는 택시, 그리고 마차가 이끄는 탈 것을 의미하는 '캡(Cab)'이 합쳐진 말이다. 지금도 영국이나 미국에서 택시를 '캡(cap)'으로 부르는 배경이다.
이미 잘 알고 있듯 자동차는 마차를 대신하면 시작됐다. 말의 역할을 '기관(Engine)'이 도맡은 탓에 지금도 자동차의 힘을 나타내는 단위는 '마력(馬力, Horse power)'이다. 그렇다면 택시의 기원 또한 마차로 거슬러 오를 수밖에 없다. 마차 시절 일정한 비용을 내고 목적지까지는 가는 수단으로 마차가 이용됐기 때문이다. 당시 요금은 주로 흥정에 의해 결정됐는데, 마차를 이끄는 말의 숫자에 따라 일반 마차와 고급 마차로 구분되기도 했다.
그러다 자동차가 등장하자 마차는 택시에게 자리를 내주게 된다. 이른바 근대적 의미의 택시 등장은 요금 부과 체계의 변화가 핵심이다. 물론 초창기에는 이동 시간을 요금으로 전환해 돈을 받았지만 1891년 독일인 빌헬름 부룬이 택시미터(taxi meter)를 만들면서 요금 체계는 미터(m)라는 거리 단위로 바뀌게 된다. 이동하는 거리만큼 연료 사용량이 달라지는 것에 착안해 바퀴의 회전속도로 거리를 측정하는 방식이었다.
택시가 언제 첫 등장에 관해선 지금도 의견이 분분하다. 택시미터 등장을 처음으로 보는가 하면 본격적인 택시 회사의 영업개시가 시작이라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1896년 미국에서 돈 벌이 수단으로 택시가 등장한 때를 '최초'로 인정하는 분위기다. 미국 뉴욕의 아메리카 전기자동차가 당시 판매 확대를 위해 200여대를 택시로 운영했는데 반응은 대단했다. 특히 여전히 마차에 의존하던 사람들에게 전기차는 조용하고 편한 이동 수단으로 부자들에게 인기가 높았다. 마차를 세워두고 전기 택시를 타고 내릴 때 수많은 사람들의 시선이 적지 않은 부러움으로 가득 찬 이유다.
비슷한 시기 독일에서는 속도가 빠른 휘발유 엔진 택시가 나타났다. 1898년 독일인 크라이너가 슈투트가르트에서 다임러가 만든 승용차를 몇 대 사들여 매일 70㎞ 가량 영업을 시작했다. 내연기관이라는 특성 상 시끄럽고, 냄새가 많이 났지만 귀족들의 전유물인 자동차를 누구나 탈 수 있었다는 점에서 중산층의 시선이 집중됐다.
다른 나라와 달리 택시전용 자동차를 런던의 명물로 전환시킨 영국은 1905년 등장했다. 더욱이 미터기의 필요성을 느껴 당시 바퀴의 회전속도를 미터기에 기계식으로 연결해 사용했는데, 요금을 두고 벌어지는 사소한 싸움이 말끔히 해결돼 신사들 사이에선 택시를 타는 것이 부의 상징이기도 했다. 이런 이유로 영국은 택시를 크고, 넓게 만들어 영국만의 검은 택시, 일명 '블랙 캡(balck cap)'으로 명성을 떨치게 된다.
서양과 달리 한국의 택시는 일본에 의해 시작됐다. 1912년 일본인 2명이 한국인을 앞세워 포드 T형 2대를 도입해 운행한 것이 시초다. 그러나 미터기가 없어 시간제로 임대해 주는 방식이었고, 1919년 경성 택시회사가 출현해 정식으로 택시 사업이 시작됐다. 하지만 마찬가지로 미터기가 없어 시간당 6원, 서울 일주에 3원을 받은 것으로 기록돼 있다.
-택시도 고급화 흐름 편승, LPG 연료도 사용
그런데 초창기 택시는 대부분 일반 판매되는 승용차가 택시로 전환돼 사용된 게 공통점이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택시에 필요한 갖가지 고유의 기능이 필요하게 됐다. 그 가운데 대표적인 것이 요금산정에 필요한 미터기였고, 택시의 사업성을 결정짓는 연료절감 기능이었다. 게다가 택시 사업 규모가 커지면서 자동차회사도 택시 전담반을 만들어 별도 편의성 제공에 심혈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그 결과 LPG 택시가 등장한 곳도 있었고, 미터기가 디지털로 전환되며 거리와 요금의 정확성이 향상됐다. 또한 대량 생산으로 택시 판매가격이 낮아지면서 일반 서민들도 쉽게 이용할 수 있는 대중적인 교통수단으로 자리를 잡아갔다.
그럼에도 모든 사람들의 마음속에 상존하는 우월감은 택시의 세분화를 가져오게 했다. 1960년대 세계적으로 자동차 보급이 늘면서 보다 편안한 운행을 원하는 사람을 위해 고급 택시(Premium Taxi)가 등장했다. 고급 택시는 리무진 택시로 불리며 특별한 행사나 이동 때 동원됐지만 요금이 비싼 만큼 주로 의전에 많이 활용됐다. 이른바 택시도 등급이 나눠진 셈이다.
이후 각 나라별로 운행되던 택시는 지역과 정서에 맞도록 개별 진화를 거듭하게 된다. 미국과 영국은 택시를 고급 교통수단으로 여겨 대형차를 택시로 많이 사용했고, 100% 해외에 에너지를 의존해야 했던 우리나라는 상대적으로 값이 저렴한 LPG 연료를 사용할 수 있도록 제도가 정비되며 LPG 택시가 등장했다.
그런데 LPG 택시의 등장은 에너지정책에 기인하는 바가 적지 않다. 산유국이 LPG를 원유의 부산물로 끼워 팔았고, 어쩔 수 없이 들어 온 LPG는 일반 가정용 수요를 충분히 채우고도 남았다. 이런 이유로 LPG를 수송용 에너지로 활용하자는 방안이 제기됐고, 결국 한 푼의 연료비도 아쉬웠던 택시에 적용됐다. 덕분에 LPG 기술은 한국이 세계 최고 수준에 도달할 수 있었고, 뒤늦게 LPG로 시선 돌린 국가들의 부러움을 사고 있기도 하다. 심지어 한국 LPG 기술을 사겠다는 나라도 여럿 등장했을 정도이니 LPG 택시 만큼은 어디에서도 뒤지지 않는 셈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앞으로 택시의 형태가 무척 다양해 질 것으로 보고 있다. '택시'라는 용어가 자동차에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이동 수단에 적용될 수 있어서다. 게다가 하이브리드와 수소연료전지, 전기 택시가 에너지 다양화를 이끌고, 인공지능이 삽입되면서 운전자의 역할도 점차 감소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자가용으로 택시 영업을 하는 공유 기업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따라서 택시의 미래 경쟁력은 누가, 얼마나 편하고 빨리 목적지에 이용자를 데려다 줄 것인가로 모아진다. 그리고 이용자는 종합적인 서비스를 평가해 요금을 지불하게 된다. 다시 말해 택시의 개념 자체가 서서히 단순 이동에서 '종합 이동 서비스'로 바뀌어 간다는 뜻이다.
권용주 편집장 soo4195@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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