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빔]엄격한 디젤 배출기준 비웃는 현실

입력 2018-05-03 12:52  


 -새 차 기준 강화보다 운행차 저감이 시급
 -운행되는 디젤차 배출가스, 질소산화물은 측정 없어 

 최근 환경부가 도입키로 한 자동차 배출가스 등급제 기준 물질 항목이 정작 자동차 검사 때는 배제돼 있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등급을 매길 때 기준 삼은 오염물질이 자동차 검사 때는 측정하지 않아도 되는 항목으로 분류돼 있어서다. 

 현재 국토부 산하 교통안전공단이 주관하는 자동차 정기검사의 경우 휘발유와 LPG차는 일산화탄소(CO), 탄화수소(HC), 질소산화물(NOx), 공기과잉율 등이 측정된다. 반면 경유차는 매연, 엔진 정격출력, 엔진 정격 회전수 등만 측정될 뿐 정작 미세먼지의 원인으로 꼽히는 질소산화물은 측정하지 않아도 된다. 그런데 환경부가 도입한 자동차 배출가스 등급제는 경유차의 질소산화물을 중요 오염 물질로 분류하고 있다. 이러다보니 정기 검사 때 경유차의 질소산화물 검사는 하지도 않는데 반해 등급 판정 여부에는 질소산화물이 포함되는 이상한 제도가 만들어졌다. 물론 오는 2021년부터는 운행 중인 경유차도 질소산화물(NOx)을 측정 받아야 하지만 그 사이 늘어날 질소산화물 대책은 전무한 상황이다.   

 -배출가스 등급제는 질소산화물 포함, 측정은 하지 않아
 -새 차 규제 강화보다 관리 엄격 적용이 더 시급

 이처럼 제도 허점이 발생한 배경은 자동차 검사제도의 도입 및 변천 과정과 무관치 않다. 지난 2009년 국토부와 환경부는 국민 불편을 초래한다는 이유로 개별적으로 나눠 수행하던 정기검사(국토부), 정밀검사(환경부), 특정경유자동차 검사(환경부) 등을 자동차 종합검사로 통합시켰다. 이 과정에서 경유차는 이전 환경부의 특정경유자동차 배출 기준이 적용됐다. 그리고 당시 기준에 질소산화물은 측정 대상이 아니었다. 반면 휘발유와 LPG차는 국토부의 정기검사 가운데 배출 물질 기준이었던 일산화탄소, 탄화수소, 질소산화물을 그대로 포함시켰다. 쉽게 보면 환경부의 경유차 검사가 정기검사에 통합되면서 당시 빠져 있던 질소산화물이 현재도 포함되지 못한 채 그대로 방치된 형국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환경부는 자동차 배출가스 등급제 시행을 발표하면서 휘발유 및 LPG차의 경우 질소산화물과 탄화수소 배출량을 합쳐 ㎞당 0.019g 이하는 1등급, 0.10g 이하는 2등급, 0.720g 이하는 3등급, 1.930g 이하는 4등급, 5.30g 이하는 5등급으로 분류했다. 하지만 경유차는 질소산화물 배출이 상대적으로 많다는 이유로 둘을 합쳐 0.353g 이하가 될 경우 3등급으로 규정했다. 등급제 기준 항목의 전제부터 경유차는 질소산화물이 많다는 사실이 감안된 셈이다. 그럼에도 운행차 배출검사 때는 질소산화물을 전혀 측정하지 않아 정책적 모순이 발생했다. 

 지난 3월 한국자동차환경협회가 마련한 '경유차 미세먼지 저감 대책 세미나'에 참여한 안문수 협회장은 현재 국내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해선 새로 판매되는 경유차의 배출 기준 강화보다 현재 운행되는 경유차의 배출 관리가 보다 효과적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이미 판매 중인 경유차는 유로6 기준을 충족하지만 과거에 판매된 차는 그보다 규제가 느슨했던 유로3 또는 유로4 경유차가 대부분이어서다. 다시 말해 미세먼지 감축을 위한 실효성 있는 제도는 운행차 배출가스 관리에 있다는 뜻이다. 

 최근 환경부가 새로 나오는 경유차의 배출규제 강화를 위해 실도로 측정(RDE) 방법을 시험에 넣었다. 이를 통해 주행 중 질소산화물 저감 장치 작동이 멈추는 것을 방지하겠다는 의도다. 물론 당연한 규제지만 그보다 시급한 대목은 자동차 종합검사 때 경유차의 질소산화물 측정 항목을 서둘러 포함시키는 일이다. 지금의 경유차 미세먼지는 강화된 규제에 맞춰 소비자들이 앞으로 구매할 경유차가 아니라 이미 오래 전에 구입, 운행 중인 차가 내뿜고 있으니 말이다. 정책 허점을 보완하지 않은 상황에서 제 아무리 경유차 질소산화물 외쳐봐야 허공에 소리만 지른다는 비판이 나오는 배경이다. 

 박재용(자동차미래연구소장, 이화여대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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