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업계가 매달 초 발표하는 판매 조건은 단순히 숫자를 나열해 놓은 것 같지만 의외로 많은 의미를 내포한다. 판매가 저조한 차종의 금리는 낮추지만 인기가 많은 차종은 할인에서 제외한다. 또 월간 목표 판매대수가 많은 경우 분기 및 상하반기 마감에 파격적인 현금 할인을 비롯해 다양한 무이자 프로그램이 등장하기도 한다. 따라서 판매 조건을 잘 살피면 각 브랜드 판매 전략을 읽을 수 있다. 2018년 7월 판매 조건을 통해 본 자동차 업계 분위기는 어땠을까 분석해봤다.
▲한국지엠, 말리부 가격 전격 '인하'
판매 회복세에 돌입한 한국지엠은 여러모로 상황이 긴박하다. 7월 한 달간 올 뉴 말리부 가격을 최고 100만원 인하한다고 밝히면서 다소 혼선을 빚었다. '인하(引下)'란 가격 자체를 완전히 내리는 것으로 '한 달'이라는 한정된 기간과 함께 사용할 수 없다. 따라서 말리부의 경우 7월이라는 할인 기간이 끝나더라도 내린 가격을 그대로 유지하기에 '7월 한 달간'이라는 수식어는 제외하는 게 적합하다. 한국지엠은 하반기 출시될 말리부 부분변경 차종의 도입을 염두에 두고 재고 처리를 위한 방편으로 가격 '할인'이 아니라 전격 '인하'를 택한 것으로 보인다. 할인과 인하는 비슷한 의미로 혼동해 쓰이는 경우가 많지만 할인(割引)은 정해 놓은 값에서 일정액을 감하는 것, 인하는 아예 가격 자체를 내리는 것을 의미한다.
▲쌍용차, '120개월' 초장기 할부 등장
쌍용자동차가 티볼리 소비자를 대상으로 120개월, 즉 10년짜리 초장기 할부 프로그램을 내놨다. 지난 5월 선수금없이 4.9% 이율로 120개월 분할 납부하는 방식으로 시작됐으며, 7월엔 같은 조건에서 이율을 5.9%로 올려 출시했다. 회사 입장에서는 기존보다 비싼 금리를 적용해 총 이자액을 더 취할 수 있는 반면 소비자 입장에서는 초기 자본금 없이 차를 구매할 수 있어 부담이 적다는 장점이 있다. 실제 해당 프로그램에 대한 수요가 이어지고 있어 이율은 두 달 만에 1.0%나 올랐다. 하지만 자금력이 부족한 사회 초년생들을 대상으로 카푸어를 양산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도 제기되는 만큼 신중한 선택이 필요하다.
▲기아차, 수입차 견제 '할인'
기아자동차가 K9 로열티 프로그램으로 내놓은 할인은 수입차 견제용이다. 지난 4월 완전변경을 내놓은 신차지만 예외적으로 할인에 나선 것. 준대형급 이상 세단 및 수입차 보유자가 신형 K9을 구매하면 50만원을 내려주는 내용이다. 이는 형제그룹인 현대차가 선보인 '윈백' 조건과도 유사하다. 현대차는 수입차 보유 및 렌트, 리스 소비자가 그랜저 구매 시 50만원, 제네시스 구매 시 100만원을 할인하고 있다. 수입차와 맞붙는 상위 차급에서 경쟁력을 높이고 국산차를 이탈하는 소비자의 발길을 되돌리는 전략이다. 반대로 독일 3사를 비롯한 수입차 업계에서도 비슷한 방식의 '트레이드-인' 할인 정책이 시행 중이다. 제네시스를 비롯한 프리미엄 브랜드 차종을 중고차로 매각하고 수입차를 구입하면 수 백만원의 할인을 제공한다. 프리미엄 시장을 둘러싼 업체들 간의 치열한 할인 경쟁이 벌어지는 형국이다.
오아름 기자 or@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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