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확량은 그대로, 뺏고 빼앗기는 싸움터
궁금했다. 승용차 기준 상반기 내수 판매대수가 76만6,000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불과 3,200대 늘었을 뿐인데 각 사의 승용 점유율은 크게 달라져서다. 누구나 잘 알 듯 한국이라는 자동차 내수 시장의 수확량은 정해져 있다. 그래서 열매를 많이 따고 적게 딴 기업만 존재할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어느 한 쪽이 따지 못하면 다른 기업이 많이 가져가는 구조다.
그래서 승용차 통계를 집계해봤다. 1~6월 승용 내수는 국산 및 수입차 모두를 합쳐 76만6,936대다. 여기서 승용이라 함은 소형 화물과 승합은 배제한 기준이다. 그런데 쌍용차 렉스턴 스포츠도 법률적으로는 소형 화물이다. 하지만 렉스턴 스포츠를 현대차 1t 포터와 비교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래서 승용차에 포함시켰다. 반면 현대차 스타렉스는 승용에서 배제했다. 일부 제품은 개인 승용 목적이지만 여전히 승합의 성격이 짙어서다.
이를 기준할 때 현대차는 1~6월 26만4,620대를 국내에 판매했다. 지난해보다 1만6,016대 늘어난 실적이다. 점유율도 당연히 32.6%에서 34.5%로 확대됐다. 스타렉스가 빠졌음에도 승용 시장 내 지배력이 막강했던 셈이다. 기아차 또한 23만6,210대로 전년 대비 1만3,875대 증가했다. 점유율도 29.1%에서 30.8%로 늘었다. 결과적으로 현대차의 내수 점유율은 전년 대비 2.0%P, 기아차는 1.7%P 증가했다.
현대기아차와 함께 수입차도 약진했다. 13만5,416대가 판매돼 전년 대비 1만7,264대가 불어났다. 점유율도 15.5%에서 17.7%로 2.2%P 증가했다. 아우디와 폭스바겐의 판매 재개 영향도 있었겠지만 일부 구형 제품을 판매하는 곳 외에 대부분의 브랜드가 판매에서 한발 앞으로 나아갔다.
그렇다면 잃은 곳은 뻔하다. 한국지엠과 르노삼성, 쌍용차다. 이 가운데 한국지엠은 3만8,664대로 전년 대비 무려 2만9,588대를 잃어버렸다. 기업의 존폐까지 거론됐을 정도로 위기에 몰렸던 만큼 어쩔 수 없는 결과다. 하지만 르노삼성이 전년 대비 1만2,361대 줄어든 4만521대에 머문 것은 의외다. LPG 엔진을 확대하고 여러 가지 노력도 기울였지만 하락세를 회복하지 못했다. 그나마 쌍용차는 1,964대 하락에 그친 5만1,505대로 선방했다.
-현대기아차, 수입차 점유율 확대, 르노삼성, 한국지엠, 쌍용차 하락
-트럼프, 자동차 관세 부과하면 미국 수출 100만대 줄어들 수도
이런 구도를 볼 때 치열한 열매 가져가기 경쟁 구도는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수입차는 현대기아차를 겨냥하고, 현대기아차는 수입차 방어 뿐 아니라 국산 3사의 열매를 빼앗아 오는 구조다. 반면 르노삼성과 한국지엠은 현대기아차에 열매를 빼앗겼을 때 대안이 없다. 더 이상 국내 시장에서 수확량이 늘지 않아서다. 그래서 현 상황이 유지되면 지난 2000년에 그랬던 것처럼 다시 또 존폐를 걱정해야 할 시점이다.
동시에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으로 들어오는 자동차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르노삼성 부산공장에서 만들어 미국으로 보내는 로그에 25% 관세가 부과되면 생산은 중단될 가능성이 높다. 한국지엠 부평공장에서 생산돼 미국으로 들어가는 트랙스도 예외는 아니다. 쏘울과 스포티지 미국 수출에 주력하는 기아차 광주 공장도 떨고 있다. 연간 100만대 수준인 미국 수출이 막히면 내수에 의존하려는 현상은 더욱 강해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내수는 더 이상 늘어날 가능성이 희박하다. 일부 전문가들은 지금보다 늘어날 잠재력이 있다고 전망하지만 설령 그렇다 해도 과거처럼 폭발적인 성장을 기대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이런 이유로 자연스럽게 한국 자동차산업의 선제적 구조조정 얘기가 흘러나온다. 자동차 내수 시장은 작은데 수입차 점유율은 늘어나니 수출 의존도는 더욱 높아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미국이 문을 닫으면 생산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닫지 말라고 하소연해봐야 소용없는 일이다. 그 사이 자동차업계의 파업 소식은 또 다시 들려온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손뼉 치며 반길 일이다. 한국 내 생산 비용을 더 높여야 미국으로 생산이 빠르게 이전되니 말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자동차야말로 세상을 흔들 수 있는 미국의 무기"라고 한 말은 바로 제조 공장의 미국 유치를 두고 한 말이다. 우리도 너무나 이 사실을 잘 알고 있지만 애써 외면하고 있을 뿐이다. 정치권을 떠나 어느 누구도 표적이 되고 싶지 않으니 말이다.
권용주 편집장 soo4195@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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