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빔]자동차, 결국은 에너지전쟁의 산물

입력 2018-07-13 10:28  


 -사용 편리성, 환경, 비용 모두 따져야
 -배터리 전기차와 수소 전기차, 토끼와 거북이 싸움

 탄소 기반의 석유를 쓰지 말자는 움직임이 적지 않다. 기름을 태워 동력을 얻는 것은 좋지만 배출되는 탄소가 대기를 오염시키기 때문이다. 그런데 같은 탄소 기반의 에너지라도 배출되는 오염 물질의 성분을 두고 친환경 논란이 일었다. 그래서 경유 대신 액화석유가스(LPG)를 수송 부문 에너지로 쓰자는 의견이 최근 힘을 얻고 있다. 경유는 미세먼지 생성물질인 질소산화물 배출이 많은 반면 LPG는 적어서다. 

 그러자 어차피 경유 및 휘발유, LPG 모두 땅 속 기름인 원유에서 추출되는 화석연료라는 점을 들어 아예 동력을 전기로 쓰자는 아이디어가 등장했고, 둘을 섞은 하이브리드가 주목받는 중이다. 하지만 전력의 일부를 동력으로 활용하는 하이브리드에서 필요한 전기 에너지는 엔진 회전을 통해 얻는다. 결국 전기 에너지를 만들기 위해 또 다시 화석 연료를 태워야 한다는 점이 지적됐고, 주차 때 아예 별도의 전력을 충전으로 저장해 사용하자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가 세상에 태어났다. 이어 어차피 충전할 요량이라면 굳이 내연기관을 쓸 필요가 있냐는 판단에서 순수 배터리 전기차 시대로 넘어가자는 움직임도 뚜렷하다.  

 하지만 걸림돌은 배터리 전기차에 필요한 에너지를 만드는 과정이다. 석탄이라는 화석연료를 태워 전기를 만들고, 이를 자동차에 쓰는 것이 대부분이어서 ‘친환경’ 논란이 다시 불거졌다. 게다가 배터리 생산 및 폐기 과정에서 사용하는 에너지의 총량을 감안하면 친환경이 아니라는 주장도 고개를 들었다. 그러자 이동하는 모빌리티가 사용하는 화석연료(휘발유, 경유, LPG 등)는 배출가스 관리가 어려운 반면 석탄 태우는 화력발전소는 고정된 시설이어서 배출가스 관리가 쉽다는 점에서 배터리 기반 전기차가 보다 친환경이라는 목소리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런 이유로 에너지를 비롯한 자동차업계의 관심은 석탄 기반의 전력도 아니고, 석유도 아닌 제3의 수송 에너지를 찾는데 주력했다. 하지만 여기서 관건은 에너지의 순환성이다. 사용한 후 사라지거나 오염물질로 전환되는 것이 아닌 영구적으로 재사용이 가능한 자원을 연구했다. 그래야 고갈의 위험으로부터 자유로워지기 때문이다. 제 아무리 많다 해도 석유와 석탄은 언젠가 고갈되고, 원자력에 사용되는 우라늄과 플루토늄도 마찬가지다. 게다가 흔히 말하는 자연에너지는 말 그대로 자연 조건에 따라 제약이 많다. 태양광은 밤에 전력을 얻을 수 없고, 풍력과 조력도 기후 영향을 받는다. 수력 또한 지형 조건에 따라 활용 가치가 달라진다. 하지만 수송 부문의 에너지는 언제, 어디서든, 편리하게 자동차에 넣을 수 있어야 에너지로서 가치가 있는 데다 경제성도 고려해야 한다. 

 이런 이유로 주목한 게 수소(Hydrogen)다. 수소를 산소와 반응시켜 나오는 전력으로 모빌리티를 구동시키고, 이 과정에서 물을 배출한다. 그리고 물은 다시 수소와 산소로 분해시켜 수소를 얻어낸다. 지금은 수소를 만들 때 천연가스 개질 등을 사용하고 있어 또 다른 에너지를 사용하지만 앞으로 자연을 통해 얻은 전력을 물 분해에 사용하고, 여기서 얻은 수소를 저장해 사용하면 순환 구조가 이뤄진다는 게 수소에 집중하는 이유다. 물론 가장 이상적인 모빌리티 에너지는 자연에서 에너지(전력)를 직접 얻어 바로 사용하는 방식이지만 에너지는 늘 어딘가에 저장이 돼 있어야 모빌리티 사용자가 손쉽게 넣을 수 있다. 최근 전력을 담는 ESS와 수소를 저장하는 탱크가 경쟁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전력에너지를 담는 ESS(Energy Storage Saver)와 수소를 저장하는 탱크를 주목하는 것은 담아낼 수 있는 에너지의 총량 때문이어서다. ESS에 저장 가능한 전력량과 전력 생산이 가능한 수소를 탱크에 담았을 때 두 저장장치에 들어가는 에너지 총량 차이가 핵심인 셈이다.  

 하지만 여기서 발전 속도가 엇갈리는 부분은 인프라와 비용이다. ESS에 기반한 전력에너지는 당장 사용이 쉬운 게 장점이다. 발전 과정은 논외로 하더라도 이미 거미줄처럼 연결돼 있는 전선은 ESS가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전력을 보내 저장할 수 있다. 반면 수소는 별도의 저장 시설을 새로 만드는 인프라 구축이 쉽지 않다. 저장 시설을 만드는 과정에서 상당한 비용 투입이 불가피 한 만큼 당장은 에너지 비용이 비쌀 수밖에 없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배터리 기반의 전기차(Battery Electric Vehicle)와 수소 기반의 전기차(Hydrogen Electric Vehicle)의 경쟁을 토끼와 거북이에 비유하기도 한다. 배터리 전기차가 빠르게 앞서가며 시장을 주도하겠지만 일정 시간에 도달하면 더 이상 발전이 어려워 정체되고, 이후는 거북이에 해당되는 수소전기차가 주도한다고 말이다. 그러나 그 시점이 언제가 될 지는 아무도 모른다. 수송 에너지의 변화는 곧 산업 구조, 나아가 사람들의 생활양식 자체가 달라진다는 점을 의미하고 있어서다. 그리고 이를 대비하려면 엄청난 투자가 선행돼야 하며, 그러자면 여전히 화석연료 자동차를 많이 팔아야 한다. 그래서 미래를 대비하는 것보다 미래를 위해 현재의 화석연료 자동차 규모를 유지하는 게 보다 어려운 과제일 수 있다. 자동차 제조사는 에너지 변화에 따른 새로운 동력발생 장치만을 만들어 낼 뿐이니 말이다.  

 박재용(한국자동차미래연구소장, 이화여대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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