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지엠, 회사 분할 놓고 노사 해석 제각각,,왜?

입력 2018-07-24 16:14   수정 2018-07-24 19:13


 -한국지엠, 생산, 판매·연구개발 법인 분리
 -사측 "美·中 무역갈등에 따른 유연성 확보" 

 한국지엠이 신설법인 설립을 공식화하면서 노조측이 반대에 나섰다. 노조측은 이번 결정이 군산공장 폐쇄에 이은 또 다른 구조조정 조치가 아니냐며 반발하고 있다. 하지만 회사는 부문별 경쟁력 강화는 글로벌 흐름이라는 점을 앞세워 연구개발 중심의 신설법인 설립을 추진할 전망이다. 

 한국지엠노조는 24일 인천 부평본사 노동조합 대회의실에서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노조측에 따르면 지난 20일 회사측이 한국지엠에 대한 5,000만 달러(한화 약 566억원)의 신규 투자, 수출물량 확대, 차세대 컴팩트 SUV 개발, 신규 엔지니어 100명 채용, 아시아태평양 지역본부 한국 내 설립 등의 계획을 발표했다. 이와 함께 신설법인 설립 추진 계획도 전달했다. 노조는 이 가운데 회사를 생산과 연구개발(판매 포함) 부문으로 분할하는 방안에 대해 반대 입장을 밝혔다. 

 앞서 한국지엠은 현재 단일 법인을 생산공장과 연구개발 기능의 2개 법인으로 분리하겠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장기적으로 생산과 연구개발 및 판매를 분리해 각 사업별 시장 대응 능력을 키우겠다는 복안이다. 공장은 생산성을 높이고, 연구는 개발 능력을 높여 각 부문별 경쟁력을 최대한 끌어 올린다는 차원이다. 반면 노조는 회사 분할의 경우 GM이 향후 필요한 사업만 유지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한국지엠의 회사 분할 방안은 현재 GM이 처한 아시아 상황과도 무관치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해석이다. 현재 GM의 아시아 사업장은 한국과 중국으로 양분돼 있다. 미국을 제외한 글로벌 시장을 놓고 볼 때 어느 쪽 생산 시설을 활용하는 게 GM에 유리할 지 따져봤다는 의미다. 그 결과 현재로선 한국 내 생산시설 활용이 낫다고 판단한 것으로 분석된다. 미중 간 무역갈등으로 자칫 중국 내 GM 합작사인 상하이GM 생산이 타격받을 수 있어서다. 또한 최악의 경우 지분을 상하이차에 넘기되 제품만 공급하는 시나리오도 염두에 둔 것으로 알려졌다. 수출에 있어서도 '중국 생산-해외 수출'보다 관세 면제 협정이 많은 '한국 생산-해외 수출'이 보다 유리한 측면이 많다. 비록 중국 내 생산비용이 한국보다 저렴해도 이를 관세와 연동하면 한국 생산이 아직은 이익 면에서 낫다고 결론 내린 셈이다. 부평 공장 확장에 5,000만 달러를 추가 투자하는 것도 생산의 안정성을 확보할 필요성이 높았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회사 관계자는 "신설법인은 연구개발을 도맡게 된다"며 "지금도 연구개발은 글로벌 제품을 대상으로 이뤄지고 있는 만큼 노조의 우려는 지나친 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같은 GM의 행보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한국GM의 지속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하게 만든다는 게 노조의 입장이다. 입맛에 따라 GM 본사가 생산 및 연구개발의 국내 유지 가능성을 선택할 수 있어서다. 예를 들어 미중 갈등이 최고조에 달해 GM의 중국 사업이 장기적으로 타격받으면 한국지엠의 역할은 보다 증대되지만 미중 무역 갈등이 해소되고 중국 내 생산이 안정되면 한국은 연구개발부문에 집중하게 된다. 또한 중국이 외국기업 투자 지분을 경영권 확보가 가능한 51%까지 허용하면 중국 내에서 적극적인 연구개발에 나설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 한국은 생산만 일부 유지될 가능성도 남는다. 결국 GM으로선 한국지엠 분할을 통해 장기적인 위험 가능성을 낮추는 전략이지만 노조 입장에선 생산과 연구개발(판매 포함) 가운데 어느 한 부문, 또는 둘 모두 필요성이 낮아져 궁극적으로 국내 사업의 축소 가능성이 조성되는 셈이다.

 한국지엠 법인 분할 움직임을 두고 전문가들은 글로벌 '흐름'이라는 해석이 적지 않다. 미래 모빌리티 생태계에서 자동차 사업은 '연구개발-생산-판매'가 분리되는 게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누군가 이동 수단을 만들어주면 모빌리티 기업이 제품을 구매, 서비스에 활용하는 방식으로 사업 형태가 바뀌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적지 않은 반발이 일어날 수 있지만 변화는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이에 따라 노조 또한 국내 생산 부문의 안정성 확보를 위해 추가 차종 투입을 주장하고 있다. 지난달 본격적인 판매에 돌입한 이쿼녹스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적을 거두면서 '수입차 무용론'까지 들고 나선 것. 노조 관계자는 "이쿼녹스의 판매 부진을 사측이 예상하지 못했다는 게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는다"며 "급하게 트래버스와 콜로라도 등의 수입 판매를 논의하고 있지만가격 경쟁력 등을 고려했을 때 똑같은 일이 반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콜로라도를 국내에서 생산할 경우 가격 경쟁력을 갖출 수 있어 수입이 아닌 국내 생산 및 판매를 지속적으로 주장하고 있다"며 "국내에서 만드는 차종이 많아져야 장기적으로 국내 생산의 지속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덧붙였다.

 안효문 기자 yomun@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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