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용 데이터 저장장치, '읽기'보다 '쓰기'가 중요

입력 2018-10-23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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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동차 스토리지, '쓰기 집약적' 성능 강조
 -'클라우드-개별 저장장치' 간 밸런스 논의 중

 "자율주행차가 양산화된 시점을 생각해봅시다. 찰나의 순간에 차가 가고 멈춰서는 걸 판단해야 합니다. 빠른 반응 속도가 중요한 만큼 클라우드에 정보를 저장하고 처리하는 것보다 자체적인 저장장치를 활용하는 게 훨씬 유리합니다. 그러나 차와 인프라에서 생성되는 막대한 데이터를 단일 스토리지에 저장하는 건 한계가 있죠. 아직 누구도 최적점을 이야기하진 못하지만, 클라우딩 기술과 엣지 컴퓨팅 사이의 균형을 찾는 건 중요한 문제입니다"

 스토리지 전문 기업 웨스턴디지털이 3D 낸드플래시 기술을 활용한 UFS 임베디드 플래시 드라이브 신제품을 22일 공개했다. 시작 샘플 단계를 거쳐 올해 중 글로벌 자동차 제작사 및 1차 공급사를 대상으로 본격적인 출하를 시작할 계획이다. 

 최근 자동차 업계에선 데이터 저장 장치 확보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자동차의 전장화(electrification)에 속도가 붙으면서 자동차가 저장해야 할 데이터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해서다. 2000년대 초반 고급 세단의 트렁크에서나 볼 수 있었던 커다란 하드디스크(HDD)는 SD카드 또는 UFS(유니버셜 플래시 스토리지)라 불리는 작은 저장장치로 대체되는 추세다. 가볍고, 신뢰도가 높으며, 전력 소모가 적다는 점에서 낸드 플래시는 각종 스마트기기 등을 거쳐 자동차의 기억장치로 각광받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웨스턴디지털이 샌디스크를 인수한 2015년부터 두드러진다. 같은 해 회사는 1세대 오토모티브 SD카드 제품군을 출시하며 자동차 업계에서 낸드 플래시의 영역 확장의 선봉에 섰다는 평가를 받았다. 

 자동차 산업에서 낸드 플래시의 적용 분야는 다양하다. 내비게이션의 지도는 고화질/3D로 대체되며 이전보다 많은 데이터를 필요로 한다. 다양한 기능에 대응하기 위해 운영시스템(OS) 역시 용량이 증가하고 있다. 계기판이 디지털로 대체되고, 블랙박스와 첨단 운전자보조시스템(ADAS)는 실시간으로 위치 정보와 주행 정보, 영상 정보 등을 생성한다. 차와 차(V2V), 차와 외부 환경(V2X) 간 통신 역시 수많은 데이터의 생성과 저장을 예고한다.


 러셀 루빈 웨스턴디지털 오토모티브 솔루션 마케팅 총괄이사는 자동차용 데이터 저장장치가 '쓰기 집중식(writing intense)'으로 진화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지금까진 얼마나 많은 데이터를 사전에 안정적이고 효율적으로 저장하고 불러올 수 있는지에 집중했다면, 앞으로는 빠르고 신뢰성 있게 실시간으로 생성되는 대규모 데이터를 저장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저장장치가 발전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리얼타임으로 생성되는 데이터를 개별 기기에 저장하는 건 한계가 있다. 업계에서는 자율주행차 시대가 도래하면 차 한 대가 생성하는 데이터가 하루에 75㎇, 연간 도로 위에서 만들어지는 데이터가 5ZB(제타바이트)에 달할 것이란 예측이 통용된다. 1ZB는 약 1조1,000억㎇에 해당하는 천문학적인 숫자다. 개별 이동수단에 저장장치를 설치하는 것으로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다.

 그러나 러셀 루빈 총괄은 자동차 분야에서 클라우드의 적용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통신분야에서 5G가 상용화되면서 통신 속도가 비약적으로 빨라졌지만, 수백분의 1초라도 통신이 끊기는 순간 자동차는 사고 위험에 직면한다. 

 비용문제 역시 자동차 분야에서 클라우드 방식의 도입을 가로막는 요인이다. 자동차 이용자가 클라우드 이용료를 지불하는 걸 원치 않을뿐더러, 자동차 제조사 입장에서도 새로운 통신 비용은 부담이다. 또 자동차 회사들은 실시간으로 모든 정보를 필요로 하는 건 아니다. 개인정보 보호 측면에서도 모든 자동차 정보를 공유하는 게 바람직한 솔루션은 아니라는 게 업계 지적이다.  

 결국 자동차 분야에서 스토리지 솔루션은 클라우드와 자체 저장장치 간 밸러스 문제로 귀결된다. 효율적이고 안정화된 개별 스토리지 개발이 필요한 이유다. IT와 자동차 업계 함께 고민해야 할 부분이다. 

 "앞으로 오토모티브 스토리지의 저장 공간은 점차 늘어날 것입니다. 얼마만큼의 정보를 클라우드에 저장하고, 어느 정도의 데이터를 단말기에 남겨놓을지는 OEM과 협력사가 함께 찾아야 할 중요한 접점이 될 것입니다. 한동안 클라우드에 (많은 정보를) 보내놓으면 될 것이라 생각했지만 특히 자동차 업계에선 엣지 컴퓨팅의 안정성과 속도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자동차 분야에선 신뢰도와 안전이 가장 중요하니까요"


안효문 기자 yomun@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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