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높은 규제 장벽 넘어야 글로벌 진출 가능
-가격 앞서 품질과 제품으로 인정받아야
중국차의 해외 진출이 심상치 않다. 중국 내 완성차 생산이 넘쳐 내수가 포화에 이르자 중국 정부가 적극적인 수출을 독려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동시에 완성차 수출을 기준으로 향후 자동차산업 통합을 예고하겠다는 복안이 나오면서 각 기업마다 적극적인 해외 진출이 잇따르고 있다. 중국 자동차공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에서 생산된 승용차의 해외 수출은 68만대 가량이다. 200만대가 넘는 한국에 비해선 아직 부족하지만 중국 정부가 수출 독려에 나서는 점을 감안할 때 시장 개척 시간은 빠를 수밖에 없다.
물론 현재까지 주요 수출 국가는 동남아와 아프리카 등에 한정돼 있다. 하지만 과거 한국이 그랬던 것처럼 시간이 흐를수록 유럽 및 미국 진출에 나설 움직임은 뚜렷하다. 동시에 주목하는 곳이 한국이다. 이미 세계에서 가장 까다로운 배출가스 규제 및 자동차 안전기준을 적용하고 있어서다. 따라서 한국 인증을 통과한다면 글로벌도 문제없다는 인식이 중국 자동차업계에선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중국 내 자동차부문 2위 기업인 둥펑과 1986년 이륜차 부품으로 시작해 완성차기업으로 도약한 쏘콘그룹의 합작사인 DFSK도 한국 수출에 적극적인 곳 가운데 하나다. 현재 한국에 소형 상용차를 수출하지만 내년에는 승용차도 진출시키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어서다. 지난달 11일 중국 충칭 현지에서 만난 DFSK 아시아지역 수출담당 스테판 매니저는 "한국의 수입사인 신원CK모터스가 상용에 이어 승용 도입을 결정했다"며 "인증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모든 기준을 충족시킬 것"이라고 설명했다.
둥펑쏘콘(DFSK)의 국내 수입사인 신원CK모터스 이강수 대표도 DFSK의 강력한 수출 의지에 고무돼 있다. 이 대표는 "한국은 선진 시장이고 소비자 수준도 까다로운 만큼 한국서 성공하면 글로벌(미주, 유럽) 진출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며 "게다가 한국은 연간 180만대 규모의 결코 작지 않은 시장이어서 내년부터는 전기 상용차도 투입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소형 전기 상용차는 DFSK가 한국 수출에 공을 들이는 부분이다. 아직 국내에는 소형 전기 트럭이 상용화 돼있지 않아서다. 실제 신원CK는 내년 9~10월 DFSK의 소형 전기 상용차인 EC31(트럭)과 EC35(밴)을 국내에 판매할 계획이다. 현지에서 잠깐 타본 두 제품은 1회 충전에 최장 200㎞ 정도 운행이 가능하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이 대표는 "택배를 비롯해 일정 거리만 운행하는 물류에 투입이 가능하다"며 "다만, 한국에 들여올 때는 국산 배터리팩을 별도로 장착해 성능과 제품력을 더욱 높이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이외에 내년 3월에는 가솔린 승용 SUV도 수입될 예정이다. 앞서 신원CK가 켄보600 SUV로 시장성 검증을 마친 만큼 그보다 제품력이 개선된 글로리 580과 ix5를 도입하는 것. 이들 제품은 중국 내에서 둥펑차의 승용 브랜드로 판매되며 해외 합작사와 경쟁하고 있어 국내에서도 어느 정도 호응은 있을 것이란 기대감을 감추지 않는다. 신원CK모터스 김성근 마케팅부문 이사는 "글로리 580의 크기는 싼타페급이지만 가격은 투싼 정도에 맞출 것"이라며 "최근 디젤 억제로 가솔린 SUV 수요가 커진다는 점을 파고들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DFSK 전기차 기술, 실리콘밸리서 확보
-소형 상용 전기차, 8,000대 정도 예상
전기차 기술에선 DFSK도 자신감을 드러냈다. 쏘콘그룹이 보유한 EV제조사 'SF모터스'의 지휘봉을 잡은 인물이 테슬라 출신이어서다. 실제 미국 실리콘밸리에 연구소를 개설한 것도 EV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었다는 것. DFSK 스테판 매니저는 "실리콘밸리에 EV 기업을 설립한 이유 가운데 하나가 인재 영입과 기술 개발이고, 생산만 중국에서 할 뿐"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신원CK모터스가 노력하는 것은 국내에서 중국차의 이미지를 바꾸는 작업이다. 신원CK 김성근 이사는 "아직 한국 소비자들이 '메이드 인 차이나(Made in China)'를 꺼려하는 경향이 분명히 있지만 이는 과거 AS에 대한 불만 때문인 것으로 파악됐다"며 "신원CK는 AS 부문에서 이미 책임자급 3명을 영입했을 정도로 서비스 구축을 마쳤다"고 덧붙였다. 서비스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은 떨쳐내겠다는 의지다.
이 같은 상황을 감안할 때 국내에서 중국산 완성차의 본격 경쟁 시점은 내년이 될 전망이다. 지금까지는 제품군도 부족하고 서비스 불안감이 남아 있는 등 중국 완성차 수입이 체계적이지 못했지만 내년은 다르다는 것. 게다가 이미 다양한 글로벌 완성차 기업과 합작을 통해 품질을 높인 중국 토종 기업의 제품이 도입, 높은 국내 소비자 눈높이를 겨냥하는 만큼 관심을 높아질 수밖에 없다. 신원CK모터스 이강수 대표는 "다양한 제품이 시장에서 판매되는 것은 소비자에게 좋은 일"이라며 "중국차의 새로운 면모를 보여주겠다"는 말로 자신감을 드러냈다.
충칭=권용주 기자 soo4195@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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