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타임즈가 창간 15주년을 맞아 '이동성을 기반으로 한 모빌리티'를 집중 조명했다. 자율주행뿐 아니라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교통체계를 결합한 공유경제를 통해 우리 사회 깊숙히 침투한 모빌리티 트렌드를 보다 자세히 살펴보기 위해서다. 이를 통해 지난 15년간 변화한 자동차생태계를 훑어보고, 앞으로 급속히 바뀔 미래 자동차생활을 상상해본다. 과연 우리의 자동차생활은 그 동안 얼마나 변했고, 얼마나 더 달라질 것인가. 그 흥미로운 여행을 시작한다. <편집자>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도 대중교통 시스템을 잘 갖춘 나라로 꼽힌다. 그럼에도 차를 소유하지 않은 상황에서 대중교통에만 의지한 이동은 불편이 따를 수밖에 없다. 대중교통의 간극을 메우고 차 없이도 자동차생활을 누릴 수 있도록 최근 다양한 모빌리티 서비스가 등장하는 배경이다. 도심과 여행지를 오가며 직접 모빌리티 서비스를 체험했다.
▲출근(구의동-홍대, 카풀앱 풀러스)
최근 택시업계와 갈등을 빚는 카풀 서비스를 이용해 출근길에 도전했다. 현재는 평일 오전 5시~10시, 저녁 5시~익일 새벽 2시 출퇴근 시간에만 카풀을 이용할 수 있다. 요즘 가장 이용률이 높다는 '풀러스' 앱을 다운받아 개인정보와 결제카드를 등록하고 이동 경로를 선택한 후 매칭을 시도했다. 드라이버 측의 취소가 2~3회 반복된 후 기아차 스포티지가 익일 오전 7시30분 구의역 근처에 도착하는 것으로 배정됐다.
이튿날 약속 시간 10분 전 이미 예약차가 비상 깜빡이를 켜고 대기하고 있었다. 운전자는 40대 직장인 남성이다, 홍대에서 기자를 내려준 뒤 본인의 상암동 사무실로 이동하는 경로다. 이동 중 운전자를 통해 업계의 에피소드 등을 들을 수 있었다. 고가 수입차가 매칭될 때까지 예약과 취소를 반복하는 탑승객, 고급차를 무기 삼아 여성 승객에게 작업(?)을 거는 드라이버의 얘기 등이다. 서로를 평가할 수 있는 별점 시스템을 마련, 승객이 탑승하거나 드라이버가 승객을 태울 때 이를 참고하면 된다.
이 날은 대입 수학능력 시험날이라 도로가 평소보다 한가했다. 결제금액은 첫 이용쿠폰 5,000원을 써서 7,250원을 결제했다. 할인을 받지 않아도 택시요금보다 약간 적은 수준이다. 카풀의 택시 시장 잠식 가능성은 충분히 짐작된다.
▲점심 미팅(홍대-광화문, 카셰어링 왕복 서비스)
광화문 인근 점심약속을 위해 쏘카 카셰어링 서비스를 이용했다. 비교적 저렴한 대여료 덕분에 이용률이 높은 경차와 소형차는 대개 일찍 소진되는 편이다. 이 날 오전 11시30분쯤 사무실 인근 쏘카존에서 경차는 모두 예약이 불가한 상태. 어쩔 수 없이 현대차 아반떼를 대여했다.
주유게이지가 거의 바닥이라 기름을 채웠다. 왼쪽 전면 유리에 부착된 주유 전용 카드로 결제하면 된다. 만약 본인 비용으로 세차 후 인증샷을 올리면 1만 원의 혜택을 주기도 한다. '주유할 때도 이 같은 혜택을 주면 어떨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주유소에 들르는 일 역시 나름의 수고가 들어가기 때문이다.
약속을 끝내고 대여시간보다 30분 정도 빠른 3시간30분 후 반납했다. 월정기 구독서비스 '쏘카패스'를 이용하고 있어 대여료 50%를 할인받아 1만1,470원과 보험료 3,910원, 주행요금(25㎞) 4,500원 등 총 1만9,880원을 결제했다.
▲오후 미팅(홍대 인근, 서울시 따르릉 자전거 공유)
오후 외부 미팅장소는 출발지에서 2㎞ 거리였다, 대중교통을 활용하기엔 노선이 없고, 걷기에도 애매했다. 그래서 서울시가 제공하는 공유자전거 서비스 '따릉이'를 이용하기로 했다. 앱 다운로드 후 신용카드를 등록하고 1일 2시간 기준 2,000원의 이용료만 내면 된다. 회원 가입을 하지 않아도 휴대폰 결제는 기본이다.
홍대역 인근은 사무실 밀집지역인 데다 관광객이 몰려 따릉이 이용률이 서울시내에서 가장 높은 편이다. 대여소도 역 인근에 2곳이 있다. 무인 거치대에 도착하니 이미 3분의 2 이상이 대여된 상태였다. 앱을 통해 예약한 7번 슬롯에 있는 자전거를 타고 이동했다.
운행중인 2만 대의 자전거 중 고장으로 창고에 대기한 자전거가 절반에 가깝다고 하니 정비인력의 확충이 시급해 보인다. 다행히 빌린 자전거의 상태는 양호했다. 기어도 3단까지 조절 가능하며 누구나 타기 쉽다. 앞쪽에 있는 바구니는 가방 등을 실을 수 있다. 핸들 아래 모니터에는 잔여 대여시간과, 주행거리, 그에 따른 칼로리 소모량 등이 나와 있다.
▲귀가(강남-구의동, 라이드헤일링 '타다')
'타다'는 쏘카의 자회사인 브이씨앤씨가 올해 10월 출시한 새로운 모빌리티 플랫폼이다. 앱을 통해 호출하면 '바로배차' 시스템을 통해 이용자 근방에서 가장 먼저 도착할 수 있는 차를 연결한다. 서울 내 300여 대의 기아차 카니발이 서비스를 위해 운행중이다.
저녁 일정이 끝나고 오후 11시 무렵, 목적지가 비슷한 일행 총 4명이 타다를 이용해 귀가하기로 했다. 앱을 통해 출발지와 목적지를 입력하고 예약을 완료하니 1분여 채 되지 않아 배차가 끝났다. 타다의 드라이버는 콜이 잡히면 승객이 타기 전까지 목적지를 알 수 없는 시스템이어서 승차 거부를 원천 차단할 수 있다.
차가 도착했다는 알림이 울리고 약속 장소에 가니 11인승 카니발이 있다. 승차정원은 6명으로 한정하며, 1열 조수석 탑승도 금지한다. 목적지는 중간에 임의로 바꿀 수 있으며 경유지를 추가해도 상관없다. 주행거리에 따른 요금산정 방식이기 때문이다. 승차 정원에 따른 요금 차별도 없어 4명 이상이 이용하면 비용 면에서도 상당히 유리하다. 단점은 예약콜을 받을 수 없는 점이다. 그래서 이용률이 비교적 높은 밤 12시 이후 배차를 받는 건 쉽지 않다는 게 운전자의 설명이다. 이동 서비스 지역도 서울 근방이고, 300대에 불과한 차 역시 향후 늘려야 할 과제다.
요금은 총 2만900원에서 첫 이용 시 제공하는 5,000원 할인쿠폰을 써서 최종 1만5,900원을 결제했다. 일반택시보다 20% 정도 높은 수준이지만 승차거부에 대한 걱정과 쾌적한 탑승환경을 고려한다면 앞으로 이용률이 꽤 높아질 것 같다. 반면 여러 이동 수단을 이용하는 동안 대중교통은 타지 않았다. 대중교통에서 개인교통으로 이동의 비중이 넘어가는 것이니 반드시 좋은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개인의 편익과 사회적 피해를 충분히 고려하면서 카풀 등이 확대돼야 한다.
김성윤 기자 sy.auto@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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