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빔]자동차, 대중소 구분법이 애매하다

입력 2019-01-05 08:00  


 -승용과 승합은 탑승인원으로 구분
 -승용 대중소는 배기량과 크기 따라 나눠

 국토교통부가 소관하는 자동차관리법에 따르면 국내에서 승용과 승합의 분류 기준은 오로지 탑승인원이다. 승용은 11인승까지이고 12인승부터는 승합으로 나눠진다. 그리고 승용은 다시 경형, 소형, 중형, 대형으로 구분되고, 경형은 세부적으로 배기량 250㏄ 미만 또는 정격출력 15㎾ 이하의 초소형과 1,000㏄ 미만의 일반형으로 구별된다. 이외 초소형과 일반 경형의 차이는 너비 기준도 추가돼 있다. 1.5m 이하는 초소형, 1.6m 이하는 일반 경형이다.  

 흥미로운 것은 소형과 중형, 대형의 구분법이다. 소형은 1,600㏄ 미만, 중형은 1,600㏄ 이상~2,000㏄ 미만, 대형은 2,000㏄ 이상이다. 그리고 이 같은 배기량 기준의 분류법은 세금을 부과하거나 크기 구분이 필요한 관련 모든 법에 공통 적용된다. 그런데 대중소 구분에는 배기량 외에 크기도 포함된다. 소형은 길이 4.7m, 너비 1.7m, 높이 2.0m 이하여야 한다. 이 가운데 어느 하나라도 소형을 초과하면 중형이 된다. 길이가 1㎝ 길어도 중형이고, 너비가 1㎝ 넓어도 중형이다. 그래서 시중에서 소형으로 인식되는 현대차 엑센트를 자동차관리법 분류 기준에 적용하면 너비가 1,700㎜에서 5㎜를 넘은 1,705㎜여서 중형이다. 그런데 배기량이 1,368㏄로 ‘1,600㏄ 이상~2,000㏄ 미만’이라는 중형 기준에 들지 못해 다시 소형이다. 

 하지만 배기량이 1,600㏄ 미만이고 길이 4,620㎜, 너비 1,800㎜, 높이 1,440㎜의 아반떼는 중형이다. 배기량은 중형 기준에 들지 못하지만 너비가 1,800㎜로 소형 기준인 1,700㎜를 넘었기 때문이다. 엑센트가 속한 소형은 배기량과 크기 기준이 모두 맞아야 하는 ‘AND’ 규정이고, 중형은 배기량 또는 크기 가운데 어느 것 하나만 충족하면 되는 ‘OR’ 규정이 적용된 탓이다. 따라서 여전히 소형과 중형, 대형을 가리는 가장 중요한 기준은 배기량이 될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그런데 문제는 엔진 기술 발전에 따라 배기량이 점차 작아지는 동시에 몸집은 커진다는 데서 비롯된다. 배출가스를 줄이기 위해 배기량은 줄이되 소비자 선호를 반영해 과거의 준중형차가 지금은 중형차 크기에 달하기 때문이다. 실제 20년 전 등장한 쏘나타III와 현재의 아반떼를 비교할 때 길이만 80㎜ 짧을 뿐 높이와 너비는 아반떼가 월등히 큰 것이 대표적이다. 

 그렇다보니 시대에 맞지 않는 현상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예를 들어 택시 또한 경형, 소형, 중형, 대형, 모범, 고급형은 모두 배기량 기준에 따른다. 그런데 최근 택시 업계가 서비스 개선을 위해 요구하는 요금 자율화의 경우 국토부 ‘여객자동차 운송사업 운임 요율 등 조정요령’의 가이드라인에 가로막혀 있다. 해당 내용은 소형택시, 중형택시, 대형택시, 모범택시 및 고급택시는 각 기능 및 서비스 수준에 따라 운임 요율 수준에 적정한 차이를 두어야 한다고 규정한다. 크기와 관계없이 배기량 기준에 따라 요금을 받도록 했으니 서비스 개선 여지가 원천 봉쇄된 셈이다. 일례로 심야에 여성 운전자를 고용해 여성 전용 택시를 운용하려 해도 배기량 기준으로 요금을 받아야 하니 사업자로선 추가 수익이 어려운 구조다. 

 또 하나는 환경 문제다. 배출가스 감소를 위해 다운사이징 엔진을 택시에 적용하려 해도 요금을 적게 받을 수밖에 없는 만큼 여전히 효율이 떨어지는 엔진을 사용해야 한다. 현대기아차가 중형 세단에 1.4ℓ LPLi 터보 엔진을 탑재하려 했지만 쉽지 않은 것도 크기는 중형이나 배기량 탓에 요금은 소형을 받아야하기 때문이다. 

 택시뿐만이 아니다. 배기량 기준은 자동차세금과도 연관돼 있다. ㏄당 차등화 된 세금을 적용하니 가격은 비싸도 자동차 보유세는 오히려 저렴한 차보다 적게 내는 현상이 나타난다. 기름에 포함된 유류세가 보유세 역할을 대신한다는 법률적 판단이 있기는 했지만 여전히 배기량을 기준 삼는 것은 그만큼 마땅한 대안 기준이 없음을 보여주는 딜레마라는 의미다. 

 그래서 자동차 분류 기준을 배기량이 아닌 탄소배출로 삼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탄소 배출이 적을수록 세금을 적게 내는 일종의 오염자 부담 원칙을 적용하자는 움직임이다. 그러자 한 쪽에선 탄소 배출과 함께 크기도 기준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한다. 크기가 곧 ‘도로’의 공간 점유와 직결돼 있어서다. 

 그럼에도 다가올 모빌리티 시대는 배기량의 존재가 점점 위축되기 마련이다. 끊임없는 기술 발전의 목표는 오로지 '효율(Efficiency)'에 있어서다. 배기량 1,000㏄에 트윈터보를 달아 중형세단의 고효율 엔진으로 사용하는 일이 실제 벌어지고 있음을 간과할 수 없다는 뜻이다. 차라리 유럽처럼 일정한 크기만을 놓고 세금을 부과하되 배기량은 보험료와 연동시키자는 목소리가 나오는 까닭이다. 결국 어떻게든 배기량 기준의 분류 체계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점은 모두가 공감하는 것이니 자동차와 관련된 제도 또한 이제는 종합적인 솔루션이 되도록 논의 과정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현대 사회에서 자동차는 뗄레야 뗄 수 없는 생활 필수품이고,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핵심적인 기술 집약체이니 말이다. 

 권용주 편집장 soo4195@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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