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현주 기자 / 사진 bnt포토그래퍼 윤호준] “어떻게 살아왔는지 스크린에 고스란히 보이더라고요. 좋은 배우가 되려면 좋은 사람 되는 것이 먼저죠.”
어릴 적, 텔레비전을 보며 따라하는 게 즐거웠던 소녀가 막연히 배우를 꿈꾸고 방송연예학과로 대학 진학한다. 어린 마음에 시작한 길이 구부러지고 막힐 때마다 두려움이 커져갔다. 2~3년 동안 연기를 쉬며 스스로의 기준점을 만들어갔다. 결국 같은 길로 돌아왔고, 맨땅에 헤딩이나 다름없었다. 많은 영화사에 프로필을 돌리는 일밖에는. 그러던 중 한 영화사에서 연락이 왔고, 간절한 마음에 시키는 건 모두 다했다. 못하는 노래도 음이탈이 날 정도로 했다. 그 모습에 캐스팅돼, 영화 ‘수상한 그녀’(2014) 조연을 맡게 됐다. 이후 42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영화 ‘리얼’을 찍기도 했고, 최근엔 드라마 ‘백일의 낭군님’ 속 애월로 얼굴을 알렸다. 그리고 ‘창궐’에 이어 ‘도어락’까지. 배우 한지은의 길은 시작됐다.
Q. 제일 최근에 개봉했던 ‘도어락’ 얘기를 빼놓을 수 없는 것 같아요. 스릴러 영화의 첫 시작을 몰입도 있게 잘 끌어냈어요.
시나리오를 너무 재밌게 읽었어요. 인물도 매력 있었고요. 오디션을 보러 갔는데 감독님께서 자유연기로 발작연기를 시키셨어요. 나중에 감독님께 들어보니 진짜 발작난줄 알았다고 하시더라고요.(웃음)
Q. 시나리오를 읽고 같은 여성이라 더 쉽게 공감이 갔을 것 같아요. 승혜를 연기할 때 어떤 점에 주안점을 두고 연기했나요?
일어날법한 현실공포 이야기다보니까 아무래도 더 소름 돋고 무섭더라고요. 사실 저도 비슷한 일을 경험한 적이 있거든요. 밤에 길을 가는데 뒤에서 누가 따라왔던 적이 있어요. 그 이후로 괜히 경계하게 되고 의심하게 되는 상황들이 생기더라고요. 그 분들은 그냥 걸어가는 행인들인데.(웃음) 그때의 저처럼 승혜도 마찬가지로 날이 서있고, 가시가 돋아있는 모습을 자연스럽게 보여주려 했죠.
Q. ‘리얼’을 통해 4200대 1이라는 경쟁률을 뚫기도 했어요.
오디션을 여러 번 어렵게 봤어요. 결과적인 건 떠나서 감사한 작품일 수밖에 없어요. 어쨌든 그 많은 경쟁자들 중에서 저라는 사람의 가능성을 봐주셨다는 이야기니까. 처음엔 안 믿겼어요. 정말 꿈같았죠. ‘리얼’로 많은 분들에게 저라는 배우가 있다는 걸 알릴 수 있었던 작품이에요.
Q. 비중이 작은 역할이라 아쉽지 않았나요?
그것보다 영화에 참여한 모든 분들이 좋은 결과를 바라보고 김수현 선배님부터 해서 진짜 고생 많이 하셨거든요. 정말 대단하다 생각했어요. 특히 선배님은 1인 3역을 하셨는데 스케줄 상 하루에 몇 번이나 다른 인물이 되야 했어요. 분장도 그렇고 연기적으로도요. 근데 정말 나이스하게 다 잘해내시더라고요. 에너지도 계속 좋으시고 진짜 놀랐어요. 그런 상황에서 조금도 지쳐하거나 힘들어할 수가 없었어요.
Q. 영화 ‘부산행’부터 ‘석조저택 살인사건’ ‘창궐’ 등 많은 작품들을 통해 조단역으로 출연하셨더라고요.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이 있다면요?
다 소중했던 시간들이라... 굳이 뽑아보자면 모든지 처음에 했던 작품이 기억에 오래 남는 것 같아요. ‘수상한 그녀’ 때요. 아마 쉬다가 한 작품이라 더 마음이 가는 작품일지도 몰라요.(웃음) 어린 마음에 배우를 하겠다고 시작했는데 한 2~3년 정도 쉬었거든요. 좋은 면만 보고 시작했다가 생각지도 못한 어려움들을 마주했을 때 헤쳐 나갈 자신이 없더라고요. 스스로 기준점이 없었던 거죠. 깊은 고민들을 못했던 것 같아요. 그 시간들이 저를 단단하게 만들어 줬어요.
Q. 그래도 주연에만 포커스가 맞춰지는 상황이 아쉽다거나 속상할 때가 있었을 것 같아요.
아무래도 그렇죠. 그럴 때 몇 개월 동안 집에만 있었던 적도 있어요. 근데 제가 오래 쉬면서 다시는 쉬지 않겠다고 스스로 약속한 것들이 있잖아요. 쉬면서 연기에 대한 갈증을 느꼈을 때만해도 지금 이 자리에 있을 수 있을지도 몰랐는데 어떻게든 헤쳐 나가보자 했죠. 그 2~3년 동안의 힘이 저를 버티게 해줬어요. 한 번에 열 계단은 아니더라도 반 계단씩 성장하고 있다고 스스로 믿고 있어요. 그런 마음이 참 큰 힘이 돼요. 또 주변에서 저의 가능성을 진심으로 알아주고 도와주셨던 분들을 생각해서라도 잘돼야겠다는 다짐을 해요. 보답하고 싶어요.
Q. 주변에서 해주신 많은 조언들 중 가슴에 콕 박힌 말이 있다면요?
많아요.(웃음) ‘수상한 그녀’ 때 같이 했던 미술감독님을 ‘창궐’ 때 다시 만났거든요. 성장했다고 한마디 하시고 가시는데 굉장히 감동이었어요. 또 함께 일하면서 ‘칠흑 같은 어둠을 경험해보는 건 배우에게 큰 자산이 될 거다’ ‘시작하면 반은 성공이다’ 등 들었던 조언들을 제 상황마다 적시적기하게 끄집어내요. 힘이 되더라고요.
Q. 함께 호흡해보고 싶은 배우가 있을까요?
개인적으로 이병헌 선배님, 송강호 선배님과 함께 연기해보고 싶어요. 꼭 상대배우로 작업해보고 싶다가 아니라 현장에서 같이 연기하는 것만으로도 감사할 것 같아요. 현장에서 어떻게 연기를 준비하는지 궁금해요. 함께 연기를 하게 된다면 여쭤보고 싶어요.(웃음)
Q. 배우 한지은이 추구하는 목표와 개인 한지은의 목표가 있다면요?
배우로서는 항상 궁금한 배우가 되고 싶어요. 사람 한지은으로는 따뜻하고 꾸밈없는 사람이 되고 싶고요. 사실 좋은 배우가 되려면 내가 어떤 배우가 되겠다는 생각보다 진솔하고 좋은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이 맞는 것 같아요. 어떻게 사느냐에 따라서 스크린에 고스란히 보이더라고요. 지금 현재에 충실하며 순간순간 놓치는 게 없는지 돌아보면서 행복하게 하루하루 보내는 게 큰 목표예요.
Q. ‘백일의 낭군님’의 애월, ‘창궐’에서 경빈으로 ‘도어락’의 승혜까지 기세가 좋아요. 이 기세를 몰아 어떤 2019년을 보내고 싶은가요?
여전히 연기를 하면서 보내는 한해가 됐으면 좋겠어요. 조금 더 많은 분들에게 저라는 사람을 ‘좋은 배우다’ ‘가능성 있는 배우다’라고 알리고 싶고요. 그러기 위해서 하루하루를 더 즐겁게 살아야할 것 같아요.
-스타일리스트: 프리랜서 이하나 실장
-헤어: 우현증메르시 유진 부원장
-메이크업: 우현증메르시 오수정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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